[단독]유치원은 ‘교권 보호 사각지대’?···교육청 17곳 중 12곳 교보위에 유치원 교사 없다
“장기결석한 한 유아의 학부모가 동급생 2명을 학폭 가해자로,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지목하고 폭언과 욕설을 한 뒤 퇴소했다. 관리자에게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교권침해 특별휴가 등 보호조치도 전혀 안내받지 못했다. 유치원에는 교권보호를 위한 녹음 전화기 설치 예산이 배정돼 있었으나 설치되지 않아 증거를 남기지도 못했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공무상 질병휴직을 하게 됐고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건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더욱 상태가 나빠졌다.”(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유치원 교권침해 유형별 사례집 중)
“가족과 바닷가로 여행을 간 유아가 저녁에 폭죽을 가지고 놀다가 화상을 입었다. 이후 학부모가 담임교사인 저에게 ‘유치원에서 폭죽이 위험한 것도 안 가르치고 뭐하냐’ ‘선생님 때문에 아이가 화상을 입었으니 유치원을 뒤엎겠다’고 언성을 높이며 위협했다. 관리자는 사과하고 마무리하라고 종용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침해 사례 모음집 중)
유치원 현장의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등의 문제가 심각한데도 교권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에서 유치원 교사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별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현황을 보면 최근 5년간 교보위에 유치원 관련 인사가 위촉되지 않은 교육청이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원 관련자가 1명인 교육청은 4곳이었고, 2명 이상인 교육청은 1곳뿐이었다.
교보위는 분쟁이 발생했을 때 교권침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고 교권침해를 한 학생이나 보호자에 대한 조치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다. 기존에는 학교와 시도교육청에 교보위가 설치돼 있었지만, 유치원은 초중고와 달리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교보위를 설치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현재 유치원의 교보위 설치율은 39%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은 분쟁이 생길 경우 시도교육청에서 교보위를 열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입고도 교권침해를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유치원 교사 관련 시도교육청 교보위 개최 건수는 단 1건뿐이었다. 유치원 교보위에서 인정받은 교권침해도 11건에 불과했다.
교권침해 대응과 관련된 다른 제도에서도 유치원 교사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녹음전화기가 설치된 유치원은 전국 유치원 7450개원(미응답 제외) 가운데 2161곳으로 설치율이 29%에 그쳤다.
지난달 ‘교권 4법’ 국회 통과로 학교 단위 교보위가 폐지되고 교육지원청에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신설되며 유치원 교사들도 초중고 교사들과 동일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에게 실효성이 있으려면 유치원 현장을 잘 아는 인사를 적극적으로 교보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종환 의원은 “교육지원청 교보위에도 유치원 관련자가 최소 1명 이상 포함돼 교권침해로부터 유치원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청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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