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앞두고...불꽃 축제 ‘100만 인파’
“제발 좀 이동하세요!” 마포대교 진입로가 막히자 일대를 통제하던 경찰이 신경질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는 불꽃 축제를 보려는 가족과 연인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부터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남북단 아래 산책로 2~3km 거리에 시민들이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불꽃이 터지는 오후 7시30분이 가까워지자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출구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들어찼다. 대규모 인파에 놀란 시민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서로가 모인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100만 인파가 몰리자 경찰·지차체 등의 안전관리 담당자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축제 현장에서 만난 지자체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이후 한 장소에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처음”이라며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강해서 담당자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했다. 주최사인 한화 측은 지자체·경찰·소방 인력 약 3250명, 봉사자 및 질서 요원 약 3400명이 현장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각각 26%, 16% 많은 규모다.
교통도 통제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마포대교 남단부터 63빌딩까지 교통이 통제됐으며, 지하철은 오후 6시30분쯤부터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축제는 비교적 안전하게 진행됐으나 경찰은 인파 관리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이 마포대교 인도와 차도 사이 난간을 넘나들자 경찰 관계자들은 “위험하니까 내려오세요”라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멈춰 서자 “빨리 지나가라”며 형광봉을 흔드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흐름을 막는 차량이 꽤 있었지만 견인 조치까지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면이 있어서 계도 위주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을 찾은 직장인 김현기씨(27)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좋은 추억을 쌓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나왔다”면서 “이태원 참사 이후라서 그런지 통제 요원들이 많고 시민들도 조심조심 이동하려고 노력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30분 기준 현장 상황관리 건수는 병원 이송 7건, 현장 처치 73건, 의약품 제공 14건 등 총 94건으로 집계됐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송환자 모두 눈 이물감 호소 등 경미한 사례”라고 했다.
앞서 경찰은 불꽃축제와 관련해 ‘지난해와 달라진 점’을 안내하며 “대교 위 안전대책을 강화하여 밀집도가 높아지면 추가유입을 통제하는 등 안정적으로 대비하고, 이상동기범죄·성범죄 등 범죄예방을 위해 별도 경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에도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거리응원에 참여하려는 이들이 몰렸다. 광장에 마련된 1500여 좌석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모두 들어찼다. 경찰은 38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청도 안전요원 약 350명을 투입해 인파 관리에 나섰다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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