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입은 의젓한 아들에 붉어진 눈시울…손편지·전화로 예우한 KIA타이거즈 [SS현장속으로]
[스포츠서울 | 광주=황혜정기자] “정장 입은 모습은 처음 봐요. 제 아들이지만 참 멋있네요.”
마냥 어리기만 할 것 같은 아들이 이제 품을 떠난다. 초등학생 때 취미로 시작한 야구를 끝까지 할 줄은 몰랐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마침내 꿈에 그리던 프로 구단에 지명되자 지난한 시간이 스쳐 지나갔다. 연신 아들의 첫 순간을 남기고 싶은 듯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2024 KIA타이거즈 신인 선수 입단식 풍경이다.
KIA에 3라운드로 입단한 경기고 포수 이상준(18)의 어머니 이대경 씨는 “명문 구단 KIA에 입단해 너무 큰 영광이고, 아들이 대견하다”며 미소지었다. KIA는 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인 선수들과 그 가족을 초청해 입단식을 열었다. 선수 한 명 한 명 호명해 단상으로 불렀고, 대표이사가 직접 유니폼을 입히고 꽃다발을 전해준 뒤, 단장이 기념품과 정장값을 건넸다. KIA가 신인 선수에게 준 정장값은 고급정장 한 벌을 맞춰 입을 수 있을 정도다.
이대경 씨는 “입단식을 치르는 아들을 보니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싶다. 지명된 날 구단에서 아들 이름을 새긴 유니폼과 티셔츠, 그리고 단장님이 직접 쓰신 손편지를 보내왔다. 그때 상준이가 프로에 입단했다는 실감이 났다”고 떠올렸다. 이상준의 아버지 이승철 씨도 “친구들에게 술을 정말 많이 샀다. 다들 KIA 선수들 사인볼 하나만 받아달라고 난리”라며 “KIA는 아들이 뽑혔으면 하는 구단 중 하나였는데 뽑혀서 기뻤다. 아들이 오늘 정장을 처음 입었는데 앞으로도 입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미소지었다.
KIA에 6라운드로 입단한 청담고 투수 최지웅(19)의 어머니 김혜인 씨는 “지웅이가 이렇게 커서 정장 입은 모습을 보니 너무 멋지고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구단 KIA에서 우리 아들을 지명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들의 지명 순간을 TV중계로 지켜봤는데, 이제까지 고생한 아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프로에 들어가서도 또 고생할 생각을 하니 짠했다. 지웅이가 발톱이 빠지도록 훈련한 적이 있는데 그걸 참고 계속 훈련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참 그렇더라. 이런 아들이 프로에 지명되자 집에 와서 나를 꽉 안아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KIA는 드래프트 직후 심재학 단장의 주도하에 부모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씨는 “단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셔서 ‘지웅이를 KIA에 보내주셔서 감사하다. 좋은 선수로 잘 키우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명해주신 구단에 우리가 더 감사하다. 정말 감사했다”고 밝혔다. 심 단장은 “그저 귀한 아들을 정성껏 키워 우리 구단에 보내주셔서 감사 전화 한 통 드린 것뿐”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KIA는 전통적으로 신인 선수들의 부모님을 모셔 큰절을 올린 뒤 사회 초년생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기원하는 단체 시구 행사를 거행한다. 선수들은 부모에게 이름이 새겨진 프로 유니폼을 입혀드린 뒤, 큰절을 올리고 부모가 던진 공을 받아낸다.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건강하고 멋진 프로 선수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다.
KIA 1라운드 지명자 강릉고 투수 조대현(18)의 어머니 백지희 씨는 “이렇게 내가 기아챔피언스필드에 오게될 지도 몰랐는데, 영광스러운 자리에 시구까지 할 줄 몰랐다. 뭉클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조대현은 “엄마가 생각보다 공을 정확하게 던져서 깜짝 놀랐다”고 했는데 백 씨는 “아들 운동 따라다니면서 공 날라오면 던져주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공 던지는 연습이 됐나 보다”며 웃었다.
이날은 2024 KIA 신인 10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백 씨 역시 아들 조대현과 함께 프로 생활의 첫발을 디딜 동기들을 처음 만났다. 백 씨는 “다들 아직도 너무 아기 같은데, 정말 잘 컸고 대견하더라. 어려운 과정을 통과해 프로에 입단했으니, 오래오래 우리 아들이랑 함께 다치지 말고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두 손 모아 기원했다.
KIA 최준영 대표이사는 “선수들을 직접 보니 덩치들이 워낙 좋아 늠름하고 든든하다. 훌륭하게 키워주신 부모님들께 감사드린다. 우리 구단은 신인 여러분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한국시리즈 11회 우승에 빛나는 최고 명문 구단 자부심을 품고 선수들도 KIA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선수가 돼 달라”고 격려했다. KIA 김종국 감독도 “프로에 들어온 게 다가 아니다. 신인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내년 시즌에 1군에서 많은 선수를 보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최지웅은 “양현종 선배님 같은 투수가 되겠다. KIA에서 오래오래 뛰며 역사를 남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KIA는 이날 경기 전 신인 선수와 그 부모들의 시구·시포 행사를 진행했다. 신인들은 홈팬들에 공식적인 첫인사를 건네며 프로 선수로서 첫발을 뗐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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