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수원 전설' 염기훈 대행이 '프렌테 트리콜로'에게 "팬들 응원 없이는 못 이겨내...검정 대신 푸른 물결 만들어 주시길"

하근수 기자 2023. 10. 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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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터풋볼=하근수 기자(수원)]  "팬들 응원 없이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 검정 옷보단 파랑 옷을 입고 푸른 물결을 만들어 주시길 부탁한다."

수원 삼성은 8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33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맞붙는다. 수원(승점 22, 5승 7무 20패, 28득 51실, -23)은 12위, 포항(승점 58, 15승 13무 4패, 48득 34실, +14)은 2위에 위치하고 있다.

포항을 홈으로 불러들인 수원은 양형모, 박대원, 불투이스, 한호강, 김태환, 카즈키, 이종성, 김보경, 김주찬, 뮬리치, 바사니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벤치에는 안찬기, 고명석, 이규석, 고승범, 전진우, 아코스티, 안병준이 대기한다.

지난달 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시즌 중도 부임했던 김병수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쫓겨난 것. 수원은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구단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프렌테 트리콜로(수원 서포터스)'는 폭발했다. 김병수 감독 경질은 물론 염기훈 감독 대행 선임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올 시즌뿐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던 문제와 그로 인해 다이렉트 강등 직전까지 추락한 책임을 레전드가 짊어진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비단 수원 팬뿐 아니라 K리그 팬들 모두가 이번 결정에 물음표를 던졌다.

하지만 염기훈 감독대행은 오로지 수원 잔류만을 생각하며 지휘봉을 잡았다. 때문에 수원 팬들 역시 응원을 멈출 수 없었다. 대신 '축구 수도' 수원을 상징했던 '청백적'이 사라지고 암울한 '흑'이 피어났다. 지난 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 당시 수원 팬들은 검은색 복장으로 관중석을 메웠고 구단 운영을 비판하는 걸개를 펼쳤다.

수원 강등. 상상조차 쉽지 않은 우려가 자칫 현실이 될 수 있다. 최우선 목표는 다이렉트로 강등되는 꼴찌 탈출이다. 12위 수원과 11위 강원 사이 격차는 승점 4점. 남은 여섯 경기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급한 불을 끄고 잔류하는 것과 그러지 못하고 강등당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차이다.

염기훈 대행은 "무언가를 크게 바꾸기보단 3백에서 4백으로 전환했기 때문에 수비적인 조직력에 노력하고 있다. 공격수들한테는 올 시즌 골이 많지 않아 과감하게 슈팅하라고 주문했다. 어떻게 보면 골을 내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넣는 것도 중요하다. 두 부분을 가져가기에 시간이 부족하지만 지속적으로 주문했다. 분명 지금까지 부족했던 득점이 터지지 않을까 싶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주장 이기제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왼쪽 풀백 공백은 올 시즌 주로 센터백으로 뛰었던 박대원이 책임진다. 염기훈 대행은 "(박) 대원이는 편하게 해주려고 생각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도 봤던 포지션이고 원래 주 포지션도 그곳이다. 대원이 혼자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김) 주찬이가 됐든 불투이스가 됐든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 물론 (이) 기제가 빠진 건 안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대원이뿐만 아니라 우리 선수들 모두가 정말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공백을 최소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동료에서 감독으로 바뀐 갑작스레 신분. 염기훈 대행은 "많이 다르더라. 형이었을 때는 열 번이면 열 번 바로 이야기했지만 대행을 맡고 나서는 한 번 툭 이야기한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구단 레전드로서 중책을 짊어진 염기훈 대행. 그는 "팬분들한테도 면목이 없다. 인천전에서도 팬들 목소리는 더 컸지만 스스로도 어색했다. 14년 동안 검정 옷을 입으신 모습은 처음이다. 선수들과 구단에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받았다. 팬분들은 이해되지만 항상 말씀드렸듯 힘들 때 팬들 목소리와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분명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내가 팬이었어도 똑같은 상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팬들 응원 없이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 검정 옷보단 파랑 옷을 입고 응원해 주시면 힘을 더 얻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 부분을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 팬들이 푸른 물결을 만들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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