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가격 올리겠다?…‘신의 한수’ 두겠다는 이 기업, 주가는 [MK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3. 10. 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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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4일 국내 출시한 휴대용 SSD ‘T9’
삼성전자가 드디어 속절없이 후퇴하던 메모리 가격에 반등이라는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연말 전까지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가격을 10% 이상 올린다는 전망입니다. 재고 소진의 속도를 고려했을 때 공급자가 다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업계에서는 ‘7만전자‘에 다시 조기 복귀할 수 있을지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낸드 제품의 계약가격을 올해 4분기 중에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낸드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낮아졌다는 판단이 경영진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인상된 가격은 이르면 이달 신규 계약부터 적용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찾아온 최악의 반도체 불황기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부터 감산 전략을 실행해왔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웨이퍼 투입을 자연적으로 조절하는 ‘사실상 감산’을 선언했습니다. 4월에는 웨이퍼 투입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인위적 감산’ 기조를 밝힌 바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는 감산 폭을 확대하고 있죠.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 D램의 경우 30%, 낸드는 40%까지 감산 폭을 확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메모리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 부문으로 나누어지는데, 삼성전자는 D램 부문에서 먼저 감산을 진행한 뒤 하반기 이후 낸드 부문에서의 감산을 본격화했습니다. 보다 일찍 감산에 들어간 D램 부문에서는 가격 반등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서버 기업들의 주문이 시작되는 등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일정부분 축소되고 있고, 모바일·노트북 등 개인용 정보기술(IT) 기기의 수요가 확대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낸드 제품 가격은 여전히 반등이 이뤄지지 않아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감산 폭을 확대해 공급을 줄이고, 가격을 두자릿수 이상 인상해 반전 모멘텀을 찾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구상입니다.

이와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차세대 시장으로의 전환도 추진합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8세대 V낸드를 탑재한 ‘990 프로’시리즈를 내놓은 데 이어 초고속 휴대용 SSD ‘T9’을 4일 출시하는 등 잇따라 낸드 신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적 풍향계’ 美 마이크론 “저점 탈출했다”
이 같은 전향적인 조치에 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해 ‘실적 풍향계’라고 불리는 마이크론이 먼저 ‘불황의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를 보내왔습니다. 실적발표에서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향후 실적 회복 가능성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 마이크론은 2023년 4분기(6~8월)에 매출액 40억1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 조정 주당순이익(EPS) -1.1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습니다. 마이크론은 직접 실적 발표에서 “업황은 바닥을 지났고,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한 데다 산업 전반 공급 감소가 수익성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마이크론은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인 ‘HBM3E’의 양산을 시작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던 차세대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어느정도 회복됐다는 의미죠.
삼성 다음주 실적발표…“주가 반등 전환점 될 것”
삼성전자는 오는 11일께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실적 바닥을 인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가 반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67조9093억원, 1조8961억원입니다. 반도체(DS) 부문은 여전히 적자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이번 분기부터 적자폭을 대폭 줄여 내년에는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최근 반도체 업황은 긍정적입니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9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30달러로 8월과 같았습니다. D램 가격은 반도체의 수급을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이어진 하락세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KB증권은 4분기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그 이유로 △스마트폰과 PC 고객사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이미 정상 수준에 진입한 점 △북미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의 1년만 메모리 반도체 주문 재개 △삼성전자의 감산 정책이 고객사 입장에서 반도체 구매 심리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 등을 꼽았습니다.

☞세 줄 요약 Ⅰ 삼성전자가 가격 하락을 멈추고 4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인상을 추진한다. Ⅱ 실적 풍향계 美 마이크론이 실적발표에서 “저점을 탈출했다” 선언했다. Ⅲ 투자 업계는 다음주 예고된 삼성전자 실적발표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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