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담대한 구상·북한인권보고서 ‘부정 여론’ 보도자료 안 낸 민주평통
윤석열 정부의 핵심 대북정책인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과 북한인권보고서 공개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과반이라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여론조사 결과가 확인됐다. 민주평통은 이러한 결과를 전례와 달리 보도자료로 알리지 않았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2022~2023년 민주평통의 분기별 ‘국민 평화통일 여론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3분기 조사(9월 실시)에서 담대한 구상에 비공감한다는 응답(52.3%)이 과반으로 공감 응답(42.3%)보다 높았다.
담대한 구상이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북한 비핵화에 미칠 영향에 회의적으로 인식하는 응답은 70%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조사에서 ‘부정적 영향’ 30.0%, ‘영향없을 것’ 40.8%로 나타났다. 담대한 구상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은 25.0%였다.
같은 조사에서 ‘담대한 구상 추진 기반 강화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과제’를 묻자 가장 많은 39.6%가 ‘국민적 공감대 확보’를 꼽았다. ‘남북 대화채널 복원’(30.2%), ‘국제사회 공조 강화’(24.6%) 등이 뒤를 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고 처음 실시된 민주평통 여론조사에서 상당수 부정 여론이 확인된 것이라고 김 의원실은 평가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 핵 개발을 억제·단념시킨다는 대북 압박 기조의 토대 위에,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면 초기부터 대대적인 경제적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북한은 담대한 구상을 거부했다.
통일부가 올해 3월 정부 차원에서 작성한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 공개한 것을 두고도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 올해 2분기 조사(6월 실시) 결과를 보면 ‘북한인권보고서를 통한 실태 공개가 북한인권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50.8%는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도움이 된다’ 응답은 42.1%였다.
민주평통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지만 보도자료로 알리지 않았다. 현 정부가 출범하고 실시·공개된 5번의 조사 중 보도자료가 배포된 건 지난해 2분기 첫 조사가 전부다. 김 의원실은 “문재인 정부 시기였던 2021년 1~4분기 모두 조사 결과에 대한 홍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통일·대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에 노력해야 할 민주평통이 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국민 목소리를 어떻게든 숨기고 축소하려 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평화를 원하는 국민의 뜻에 맞는 대북정책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분기별 여론조사 결과는 통일 여론 동향을 실제로 발간하고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으며 보도자료를 매번 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르면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정책 수립과 관련해 대통령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한다. 민주평통 의장은 대통령이다.
김관용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지난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21기 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시커먼 먹구름 위에는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며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 민주평통 의장이 바로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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