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 가을 부진'은 과학이다, 충격의 '⅓이닝 35구 6실점' 강판→팀도 대패... "모두를 실망시켰다" 자책 [NLDS1]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더그아웃에서 자책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또 '가을 커쇼'인가. 메이저리그(MLB)의 살아있는 전설 클레이튼 커쇼(35·LA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다시 한번 무너졌다. 심지어 개인 커리어 최악의 투구였다.

커쇼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3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⅓이닝(35구) 6피안타(1홈런) 1볼넷 6실점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초반부터 커쇼는 연이어 안타를 맞아나갔다. 1회 초 선두타자 케텔 마르테에게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맞은 그는 2번 코빈 캐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토미 팸(1루타)과 크리스티안 워커(2루타)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애리조나는 2점을 먼저 냈다.

그러나 애리조나의 맹공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무사 2, 3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5번 가브리엘 모레노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커쇼의 몸쪽 슬라이더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터트린 것이다. 모레노는 홈런을 직감한 듯 타구를 응시했고, 커쇼는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클레이튼 커쇼(왼쪽)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1회 초 가브리엘 모레노에게 홈런을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커쇼는 6번 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5점을 준 후에야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러나 알렉 토마스를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베테랑 에반 롱고리아가 친 좌중간 타구를 중견수 제임스 아웃맨이 다이빙 캐치에 실패하면서 토마스가 홈인, 커쇼의 실점은 더 늘어났다.

결국 다저스는 결단을 내렸다. 커쇼를 단 ⅓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내린 다저스는 루키 에밋 시한(24)을 올렸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커쇼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그의 투구는 충격적이었다.

커쇼가 무너지며 1회 공격도 전에 0-6으로 뒤지게 된 다저스는 흐름을 전혀 바꾸지 못했다. 2번째 투수 시한 역시 2회 초 캐롤에게 솔로포를 허용하는 등 3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애리조나는 7회 토마스, 8회 팸의 솔로포가 나오며 확인사살에 성공했다. 다저스는 8회 말 윌 스미스의 2타점 3루타로 뒤늦게 득점을 올렸으나 끝내 2-11로 대패하고 말았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 경기 도중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번 패배는 다저스에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다저스는 올해 정규시즌 100승 62패(승률 0.617)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에 올랐다. 지구 2위 애리조나와는 16경기 차로 한참 앞서나갔다. 그런 다저스가 애리조나에 시리즈 첫 경기부터 완패한 것이다.

미국 매체 스포츠넷 LA에 따르면 경기 후 커쇼는 "난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그런 식으로 선발 투구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커쇼와는 달리 애리조나 선발인 메릴 켈리는 6⅓이닝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뒀다. 'KBO 역수출 신화'로 일컬어지는 켈리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시절 2018년 한국시리즈에서 등판하는 등 큰 경기 경험이 있는 선수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후 괴로운 듯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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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마운드에서 무너진 커쇼는 또 한번 '가을 악몽'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이 통산 39번째 포스트시즌 등판(32선발)인 커쇼는 13승 13패 평균자책점 4.49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194⅓이닝을 던지며 피홈런은 30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통산기록(210승 92패 평균자책점 2.48)과는 천지차이다.

커쇼의 가을야구 악몽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첫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던 그는 세인트루이스와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4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됐고, 다저스도 월드시리즈 진출이 무산됐다. 이듬해 디비전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와 다시 만난 커쇼는 이번에는 6⅔이닝 8실점으로 역전패를 허용했다.

이후 호투와 부진을 반복하던 커쇼는 2019년 워싱턴과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 3-1로 앞서던 8회 초 구원등판했다. 그러나 앤서니 렌던(현 LA 에인절스)과 후안 소토(현 샌디에이고)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고, 팀도 연장전 끝에 7-3 역전패를 당하며 가을에 부진하다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커쇼는 2020년 포스트시즌 5게임에서는 4승 1패 평균자책점 2.93으로 준수한 투구를 선보이며 팀이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포스트시즌 등판이 무산됐고, 지난해 샌디에이고와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는 5이닝 6피안타 3실점을 기록하며 물러났다.

클레이튼 커쇼가 8일(한국시간) 열린 애리조나와 NLDS 1차전에서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