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이 키우며 배달”…5만원 없어 유치장 갈뻔한 가장에 손 내민 ‘경찰관’

A씨 배달 중 헬멧 쓰지 않아 적발
과거 벌금 내지 않아 수배된 상황
최한현 경위, A씨에 돈 빌려주고 납부하도록 해

부산 사상경찰서 전경. 네이버 지도앱 캡처

“누구나 어려운 상황 들었다면 선뜻 돈을 내어줬을 거예요.”

한 경찰관이 벌금 5만원이 없어 유치장에 갈 위기에 놓인 40대 가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8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40대 A씨는 지난달 사상구 사상역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대행 일을 하던 중 헬멧을 쓰지 않아 경찰 단속에 걸렸다. 

당시 A씨는 충전식 헬멧을 충전하느라 일반모자를 착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적발 때 2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경찰이 A씨의 신분을 조회하자 뜻밖의 사실이 나왔다. 그가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만원을 내지 않아 수배된 상태였던 것. 당장 벌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체포돼 유치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었다.

최한현(47) 사상경찰서 경위는 A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며 벌금을 납부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A씨는 벌금을 낼 수 없었다. 혼자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느라 경제사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A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처지”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도 난감했다. A씨가 유치장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밥도 먹지 못하게 생겼고, 그렇다고 수배자를 그냥 보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최 경위는 자신의 돈 5만원을 계좌이체로 빌려주고 A씨가 벌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덕분에 A씨는 다시 일을 하러 갈 수 있었고, 며칠 뒤 최 경위에게 빌린 돈 5만원을 갚았다. 

비록 5만원이 객관적으로 고액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절박한 누군가에게는 가족들을 보호할 수 있는 소중한 돈이었다.

최 경위는 “A씨의 어려운 사정을 들었으면 누구라도 선뜻 돈을 내어줬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5만원이 없다고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비가 내리는 데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니 울컥했다”며 “앞으로도 이웃을 살피며 근무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