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당하기 싫다...사전청약 실효성 논란

인천 계양신도시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이탈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신도시에선 당첨자 100명 중 약 13명 가량이 중도하차하는 등 입주를 포기하는 실수요자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전청약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21년 부활시킨 이후 현 정부도 주요 공급대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기약없는 입주시기 등 '희망고문'의 부작용이 현실화되면서 일각에선 무용론마저 나오고 있다.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2022년 공고가 나온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 1만5024명 가운데 1320명(8.8%)이 당첨자격을 포기했다. 지역별로는 고양 창릉의 경우 사전청약 당첨자 3968명 중 6.5%인 258명이 이탈했다. 남양주 왕숙1지구는 4324명 중 459명, 왕숙 2지구는 2324명중 162명이 각각 중도하차했다. 인천 계양은 1636명중 208명에 달해 당첨 포기 비중이 무려 12.7%에 이른다. 하남 교산도 1056명 중 78명(7.4%)이 본청약 전에 입주를 포기했다.

3기 신도시는 정부 주택공급 대책의 구심점이다. 현 정부는 고밀개발로 3만 가구를 더 공급하고, 사전청약 물량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전청약 당시 3기 신도시 입주시기는 2025년~2026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서 1~2년 가량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격이 치솟으면서 입주를 기다리느니 당첨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8월 본청약을 시행한 서울대방 신혼희망타운도 사전당첨자 115명 중 61명만이 본청약에 최종 접수해 무려 46.9%가 포기했다. 이 외에도 여러 사전청약 단지에서 이탈자가 이어지고 있다.

사전청약은 분양가, 입주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고 진행돼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MB 정부때 사전청약이 실시된 하남 감일지구가 대표적이다. 사전청약 2010년, 본청약 2017~2018년, 입주 2021년이었다. 최초 당첨자는 입주까지 11년간 전세난민으로 살아야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청약은 무리수가 큰 정책"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대거 접수를 받았던 사전청약 후유증이 현실화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도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대로 내집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미봉책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며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사전청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도 "사전청약이 주택 수요를 일정 부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장 불안기 때에는 수요를 분산시키고,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며 "순기능이 많은 제도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