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 흑자액 코로나19 이후 최대 감소…고금리·고물가에 시름하는 가계

1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 마트

올해 2분기 가계 흑자액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큰폭으로 감소했다. 고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고물가로 씀씀이가 커지지 않아도 나가는 돈이 늘면서 가계 여윳돈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가계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보다 13.8%(18만3000원) 줄어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가계 흑자액은 코로나19 유행 첫해 한시적으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기저 효과가 작용해 이듬해 소득이 크게 감소했던 2021년 2분기(-13.7%)보다도 더 큰폭 줄었다.

흑자액은 가계 소득에서 모든 지출 항목을 차감한 금액이다. 가계 지출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소비지출과 세금, 연금 보험료, 이자비용 등을 낼 때 발생하는 비소비지출로 나뉜다. 즉 흑자액은 가계가 번 돈에서 세금과 이자 등을 낸 후 생활비까지 다 쓰고도 순수하게 남는 여윳돈을 말한다.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 2.3%에 불과했던 지난해 4분기 흑자액 감소폭은 올 1분기 12.1%로 크게 뛰었는데, 2분기에도 더 확대됐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 흑자액 감소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가계 이자지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7.1%에서 3분기 19.9%, 4분기 28.9%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는데, 올해 1분기에는 42.8%를 기록하며 해당 통계를 1인 가구까지 포함해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에도 42.4%의 높은 증가율을 유지했다.

이자 비용이 급증하면서 가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가처분소득은 지난 2분기 기준 월평균 383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8% 감소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지속되는 고물가도 가계의 여윳돈을 줄이고 있다. 2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은 월평균 269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7만1000원) 늘었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가계의 실제 소비는 줄었지만 지출액은 더 커졌다는 의미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