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변색되고, 아이폰15 별거 없네”…한국·중국의 ‘역전 한방’은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3. 10. 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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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구원투수’ 기대 한몸에 받았지만
출시 초반부터 변색·발열 등 품질 논란
경쟁 기업들에겐 기회…승부수는 ‘폴더블’
‘누가 더 얇고 가볍게 만드느냐’가 관건
시장선 “애플 2025년 폴더블 출시” 전망
애플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출시한 아이폰15 [AFP = 연합뉴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였습니다. 매년 새로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시장은 “획기적”이라며 찬사를 쏟아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경쟁 기업들은 애플의 혁신을 따라가기 위해 한층 더 고군분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애플의 질주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과 시장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애플이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폰15가 대표적입니다. 출시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추락하는 애플 매출을 되살릴 구원투수가 될 거란 평가를 받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출시 이후 약 한 달 만에 벌써 변색과 발열 등 품질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IT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는 아이폰15 프로와 프로맥스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사용 30분 만에 기기 온도가 48도까지 올라갔다거나, 기기 측면 음량 조절 버튼을 몇 번 눌렀더니 색이 금새 바랬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기능적 오류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아이폰15가 지난 2020년 출시됐던 아이폰12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혁신 부재’ 평가는 오히려 덜 심각한 문제로 비치는 상황까지 다다랐습니다.

부활을 노린 애플에게는 가혹한 시련이지만 역전을 노리던 경쟁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됐습니다. 애플의 대표적 경쟁 기업으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중국의 샤오미 등이 있습니다. 이들이 애플의 왕관을 빼앗기 위해 꺼내든 무기는 바로 ‘접는 휴대전화’인 폴더블폰입니다. 현재 별다른 혁신이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기업들이 가장 욕심을 내는 기술은 바로 스마트폰을 접고 펴 ‘폴더블’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오포의 빌리 장 해외 사업·서비스 부문 대표는 “폴더블폰이 시장의 미래”라고 강조했습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주요 기업들 모두 시장을 매혹시킬 새로운 ‘새로운 혁신’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3개월 동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7.8% 감소하며 8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이 같은 침체 속에서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어두워진 시장 분위기를 당장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IDC는 폴더블폰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이 저조한 폴더블폰 출하량도 올해에는 약 5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5
폴더블폰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략은 매우 간단합니다. 현재로는 누가 더 ‘가볍고 얇은’ 폴더블폰을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상용화가 추진 중인 대표적 기술 중 하나로는 일반 스마트폰과 동일한 사이즈에서 화면 크기를 2배로 늘릴 수 있는 폴더블폰 등이 있습니다. 기존 스마트폰과 똑같은 사이즈를 유지해 편리한 휴대성은 유지하되 화면은 키워 사용자들의 가시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기술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폴더블폰은 기업들이 자사 제품과 다른 회사 제품의 차별성을 보여주고 첨단기술로 프리미엄 기능을 선보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됐습니다. 기업들은 앞으로 한층 더 발전된 첨단기술을 탑재한 뒤 폴더블폰의 프리미엄성을 앞세워 더 높은 가격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현재의 성공 방정식으로 통하는 ‘폴더블폰 기류’를 읽고 경쟁에 뛰어든 대기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폴더블폰 개발·생산에 적극 투자해온 뒤 2019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 삼성전자는 경쟁 기업들의 폴더블폰 가격이 점점 오를 때 반대로 가격을 낮췄습니다. 한 번도 폴더블폰을 사용해보지 않은 소비자보다 한 번이라도 써보고 두 번째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에 더 큰 만족감을 보인다는 사실을 파악한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친숙함과 충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 제품 가격을 낮췄습니다. 특히 북미시장에서 999달러에 판매된 갤럭시 Z플립은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폴더블폰 상용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위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층 더 가성비 있는 가격의 폴더블폰 출시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애플로 돌아옵니다. 소비자와 경쟁 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애플이 언제 폴더블폰 전쟁에 참전할 것인지’입니다. 이에 대한 추측도 무성하지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는 2025년 애플이 본격적인 폴더블폰 생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경쟁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 얼마나 폴더블폰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생존 여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 화웨이는 지난 분기에 50만 대의 폴더블폰을 팔아치우며 공격적인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업체 아너디바이스는 최근 폴더블폰 연구·개발에 1억3700만달러(약 1837억 원)를 쏟아부었습니다. 애플과의 본격 경쟁 이전 최대한 많은 무기를 확보해놓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완전한 폴더블폰’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멉니다. 폴더블폰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아직 사용자 편의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들이 남았습니다. 접고 펴는 특성상 쉽게 생기는 주름과 폴더블폰이 접히면서 가운데 생기는 틈, 잦은 고장에 시달리는 기기 내구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직 모든 앱들이 폴더블폰 사이즈에 맞게 100% 전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소비자 불만 중 하나입니다. 아이폰15에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 애플이 폴더블폰 분야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시장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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