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공백 無' 북한, 金 11개로 톱10…우리와는 냉랭한 기류[항저우AG결산](종합)
5년 전 단일팀 때와 달랐던 차가운 기류
[항저우=뉴시스]박지혁 기자 = '깜깜이' 북한 스포츠에 공백은 없었다.
5년 만에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 복귀한 북한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톱10에 오르며 아시아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여전히 과시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로 종합순위 10위에 올랐다.
중국(금메달 201개), 일본(52개), 한국(42개), 인도(28개), 우즈베키스탄(22개), 대만(19개), 이란(13개), 태국, 바레인(이상 12개)의 뒤를 이었다.
북한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로 총 37개 메달을 획득하며 10위에 턱걸이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와 비슷한 성적이다.
총 메달 개수는 39개로 5년 전 대회를 넘어섰다.
당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북한의 전력은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2021년으로 1년 미뤄진 2020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이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말 징계가 해제되면서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중국이 개최한 이번 대회에 출전한 것이다.
국제종합스포츠대회를 기준으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정확히 5년 만이다.
하지만 공백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도 정상급으로 평가받는 역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역도에서 금메달 6개를 목에 걸었고, 안창옥이 2관왕을 차지한 여자 기계체조에서 2개, 복싱, 사격, 레슬링에서 1개씩 획득했다.
역도 종목에서 나온 메달만 금메달 6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총 13개다. 특히 역도 금메달 6개 중 5개는 여자 선수들이 휩쓸어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국제무대에서 운영 규정과 규칙을 무시하는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는 2021년 북한이 도핑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제재를 결정했다. 올림픽, 패럴림픽, 아시안게임 등 지역 스포츠 경기에서 국기를 게양할 수 없도록 한 것.
하지만 북한은 아시안게임 개회식부터 당당히 인공기를 들고 입장했다. 대회 중에도 내걸고, 흔들었으며 시상식에서도 인공기를 올렸다.
WADA의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WADA는 아시안게임의 주최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적법한 절차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밖에 북한 선수단은 무단으로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하고, 공동취재구역에서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취재진의 원성을 샀다.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일본과 8강전에서 1-2로 패한 후, 선수들이 단체로 주심에게 달려가 밀치는 등 도를 넘어선 행동을 했다.
관계자들이 들어와 선수들을 떼어 놓은 뒤에야 사태가 진정됐다.
경기 중에는 북한 김유성이 부상 선수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에 들어온 일본 스태프에게 물을 요구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먹을 들어 올리며 위협을 가해 경고를 받았다.
5년 전에는 여자농구 등 일부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의 영향 탓인지 냉랭한 기류만 흘렀다.
특히 자카르타에서 단일팀으로 은메달을 합작했던 여자농구의 경우, 당시 호흡을 맞췄던 로숙영, 김혜연(이상 북한), 박지수, 강이슬, 박지현(이상 한국)은 서로 눈길조차 주고받지 못했다.
훈련장이나 선수촌,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도 모른척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마지막 동메달 결정전에서 맞대결을 펼친 이후, 선수끼리 하이파이브를 한 게 거의 유일한 접촉이었다.
자카르타에서 "다시 만나자"며 눈물을 흘리며 헤어졌던 이들이지만 정반대의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아시안게임이 진행됐다.
또 북한 선수단은 '북한', '북측'이라는 한국 취재진의 표현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항의하는 일이 잦았다. 정확하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호칭하라는 요구였다. 그러면서 북한 조선중앙TV는 여자축구 8강전 남북대결을 중계하면서 한국을 '괴뢰'라고 표기했다.
체육계 관계자는 "종목별 국제대회에선 북한 선수들과 가볍게 대화를 주고받고, 관계도 나쁘지 않다. 아시안게임은 많은 주목을 받는 대회이고, 최근 남북의 분위기 때문에 북한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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