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자유에 대한 각성 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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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에, 갑작스러운 한파에 단풍으로 미처 물들지 못한 채 땅과 마주한 푸른 이파리들이 있다. 푸른 낙엽이다. 충만하고 완성된 결말이 아니라 때 이르게 땅에 팽개쳐진 푸른 낙엽은 안쓰럽고 처량하다. 푸른 낙엽을 닮은 이들이 있다. 탈북민이다. 그들은 북한이라는 나무에서 거센 폭풍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던져졌다."
탈북민들의 실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듣고 보고 하지만 그 전후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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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철 북 칼럼니스트)
"비바람에, 갑작스러운 한파에 단풍으로 미처 물들지 못한 채 땅과 마주한 푸른 이파리들이 있다. 푸른 낙엽이다. 충만하고 완성된 결말이 아니라 때 이르게 땅에 팽개쳐진 푸른 낙엽은 안쓰럽고 처량하다. 푸른 낙엽을 닮은 이들이 있다. 탈북민이다. 그들은 북한이라는 나무에서 거센 폭풍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세상 밖으로 던져졌다."
탈북민들의 실상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듣고 보고 하지만 그 전후 사정을 다 알 수는 없다. 어쩌다 '가까운 이웃'이 됐다 하더라도 그들의 깊은 속내를 알기까진 아직도 '머나먼 당신'이다. 북한 조선작가동맹 소속 작가로 활동하다가 2000년대에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 작가 김유경씨가 세 번째 소설집 《푸른 낙엽》을 펴내면서 올린 작가의 말이, '통일되면 어쩌려고 탈북민을 아직도 잘 모를까' 하고 핀잔을 주는 듯도 해 곱씹어보게 한다.
"물 위의 기름처럼 탈북민이 이 사회와 어울리지 못한다면, 이 사회가 탈북민을 경원시하고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통일은 얼마나 요원한 것인가!" 김 작가는 통일을 거대한 물과 기름 덩어리가 맞붙게 되는 것으로 비유하는데, 그것이 가져올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도가 이 사회와 탈북민이 어울리는 과정에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한다.
"탈북민을 다문화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언어도 문화도 뿌리도 같은 한민족이다. 다만 남과 북, 상반되는 두 제도를 삶으로 경험한 사람들일 뿐이다. 더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탈북 디아스포라가 아니라 남한 사회에 녹아들어 같은 구성원으로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집 《푸른 낙엽》은 체제의 폭력 아래 부서지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비롯해, 목숨을 건 사투 끝에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탈북민들의 고민과 갈등을 생생하게 밝힌다. 이념과 고통의 무게에 가려져 있던 탈북자들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 소리 없는 존재로 살아온 이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대한민국에 대한 탈북민의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각성은 남다르다. 나 자신이 그러하니까. 한반도의 절반 땅에나마 자유롭고 선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한민족의 커다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경이로움이 짝사랑이 아니기를 소망한다. 탈북민의 애환을, 이해와 화합의 바람을 그리고 희망을 나의 소설에 담았다."
김 작가는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북한 사람들의 큰 관심사라며, 기본권을 박탈당한 북한에서 목숨 걸고 탈출한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잘 살아가기를 바란다. "한류를 통해 북한 사람들이 한국을 동경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목숨 걸고 한국 영화를 보고 문화를 따르려 한다. 동경은 곧 희망이다. 탈북민의 삶이 북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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