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 장기화…기준은 불명확

안철상 선임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
권한대행 직무권한 범위 기준 명확치 않아
대법관 회의 조만간 열려…범위 논의될 듯
전합 심리·선고 차질 시 재판지연 더 심각
안 대법관 소부 사건 부담 완화 등 검토 중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사법부 수장 공백으로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대법관·사법연수원 15기) 체제가 최소 두 달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권한대행의 직무권한 범위가 불명확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심리·선고와 후임 대법관 제청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

안 대법관은 지난달 25일부터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퇴임했으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표결절차가 지연되면서 대법원장 공석사태가 발생했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안 대법관은 2018년 1월 3일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임명돼 현재 대법관 중 가장 선임이다.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는 1993년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최재호 대법관이 13일 동안 권한대행을 맡은 후 30년 만이다. 법조계는 10월부터 시작된 국정감사 일정과 새 후보자 인선 및 국회 검증 절차 등을 감안하면 최소 두 달 이상 대행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권한대행의 직무권한 범위는 불명확하다. 대법원의 핵심 기능인 전합 심리와 선고도 지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합은 내규상 매달 세 번째 목요일(10월19일)에 기일 진행을 원칙으로 하고 10일 전에 안건을 올린다. 전합은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거나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는 등 중요사안을 심리하는 기구다. 통상 두 달 마다 전합 선고가 난다.

대법원이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법령·이론 상 권한대행이 전합 재판장 권한을 대행할 수는 있지만 기존 판례 변경, 새 법리 제시 등을 하는 전합의 기능·중대성을 감안하면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선임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아 전합 선고를 한 건 민복기 대법원장이 퇴임한 후 이영섭 대법원장이 취임하기까지 세 달간 공백기간 중 1979년 초 한 차례 뿐이었다.

다만 안 대법관은 지난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예년의 대행 체제 하에서 (전원합의체를) 이룬 사례도 있다. 앞으로 검토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는 언제든지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현재도 전합에서 5개 사건이 계류 중인데다 재판 지연을 초래할 경우 더 큰 혼란이 발생하게 되는 만큼 심리와 선고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법원행정처도 안 대법관에게 배당되는 소부 사건 배당을 줄이는 등 검토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조직, 인사, 예산 등 대법원장이 행사는 사법행정 권한범위도 불명확하다. 특히 내년 1월 퇴임하는 안 대법관과 민 대법관 후임을 제청하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지도 기준이 없다. 아직까지 권한대행이 제청권을 행사한 전례는 없다.

안 대법관은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되겠지만 결국은 필요성 긴급성 상당성에 의해서 결정돼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예를 들면 재임명 같은 경우에는 재임명이 안 되면 당장 재판을 못하게 되는데 그런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경우엔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하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권한대행의 권한범위를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대법관회의를 열 것으로 보인다. 안 대법관은 “대법관들의 의사를 집결하고 듣고 하는 것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조만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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