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결정지은 ‘전역골’···조영욱의 연령별 국가대표 해피엔딩
각 잡힌 자세로 시상대를 내려오던 이 선수는 목에서 풀어낸 금메달이 달아날까 꼭 쥐고 들여다봤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좁은 복도에선 축하하는 이들에게 인사대신 보여주는 이 메달이 자랑거리 그 자체. 길고 길었던 연령별 국가대표의 마지막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졸업장이자 조기 전역을 신고하는 전역증 그 자체였으니 그럴 법 했다.
한·일전의 영웅인 ‘상병’ 조영욱(24·김천 상무)이었다. 조영욱은 지난 7일 중국 항저우의 황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2-1로 승리를 결정짓는 득점포를 터뜨렸다. 한국이 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첫 3회 연속 금메달이자 최다 우승(6회)의 영광을 안는 순간이었다.
이날 조영욱은 왜 자신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인지 행동으로 보여줬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먼저 실점하면서 패색이 짙을 때 공을 안고 센터 서클로 달려가면서 역전의 결의를 다졌다. 다행히 전반 27분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의 대회 8호골이자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고, 후반 21분 조영욱이 상대 골키퍼 사이로 밀어넣는 역전골을 터뜨렸다.
조영욱은 취재진과 만나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가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모두 같은 생각이라 (금메달이라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웃었다.
조영욱은 이날 결승골로 자신의 화려한 연령별 국가대표 생활에 아름다움 마침표를 찍었다. 조영욱은 2013년 8월 난장 아시안유스게임 때 14세 이하(U-14)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연령별 대표 경력만 10년째다. U-17, U-20, U-23 대표팀을 거치면서 무려 85경기를 뛰었다. 남들은 한 번만 참가하는 게 꿈이라는 U-20 월드컵만 두 번 뛰면서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 결승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소속팀보다 대표팀에 소집된 기간이 더 길었던 터라 ‘조국대’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돼 24세 이하 선수가 출전할 수 있게 되면서 마지막 출전 기회를 잡은 그는 대회 전 자신의 목표였던 3골을 초과 달성해 금메달까지 품에 안았다. 쿠웨이트와의 조별리그 1차전 멀티골, 키르기스스탄과 16강전 1골 그리고 한·일전 결승골까지 만점 활약이었다.
조영욱은 “(연령별 대표로) 최고의 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바로 지금”이라며 “마무리를 잘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다.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감독님이 믿어주신 것에 보답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전을 앞두고 ‘의심하지 마라. 우리가 하던데로 하면 무조건 우승’이라는 감독님의 말씀대로 뛰니 시상대에서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슴 벅찬 순간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우승은 조영욱 개인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올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그는 이번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으로 병장이 아닌 상병으로 군복을 벗는 혜택을 누리게 됐다. 결승골을 넣은 뒤 보여준 경례 세리머니와 시상식에서의 거수경례가 그의 현재 신분과 미래를 잘 나타내는 장면이었다. 조영욱은 “전역 신고를 하지 않았으니 아직 군인이다. 해야 할 것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조영욱이 군복은 벗지만 연령별 대표와 인연은 아직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황선홍 감독이 내년 파리 올림픽 지휘봉도 잡으면서 조영욱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발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해결사 황의조가 3년 뒤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올림픽에 같이 가자면 어떨 것 같으냐’는 다소 짖궂은 질문이 취재진에서 나오기도 했다.
조영욱은 “정말, 정말로 그러실 일은 없을 것 같은데…”라면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그렇게 할 기회가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항저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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