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먼저 vs 스프 먼저…라면 '장인'들이 픽한 레시피는?

한전진 2023. 10.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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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라면 조리법의 비밀
정석은 '스프' 아닌 '면' 먼저 넣기
풍미·안전 이유…"취향껏 조리 가능"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요즘 그야말로 '라면' 열풍입니다. 농심 신라면 더레드, 삼양식품 맵탱, 오뚜기 마열라면 등 다양한 라면 신제품이 줄줄이 출시 중이죠. 라면 마니아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요즘입니다. 저도 참 라면을 좋아하는데요. 하루에 하나씩은 끓여 먹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라면은 입맛을 돋우는 마법 같은 음식입니다. 

이런 라면을 먹을 때면 딜레마가 하나 있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면을 먼저 넣느냐, 스프를 먼저 넣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전 물이 끓으면 스프를 먼저 넣는 편인데요. 스프가 물에 먼저 우러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탓입니다. 아예 물이 끓기 전부터 스프를 넣는 사람들도 적지 않죠. 물론 공식 조리법은 이와 다릅니다. 물이 다 끓은 후 면을 먼저 넣으라고 권고합니다. 라면 봉지 뒷면에 안내 문구도 적혀 있죠. 

문득 궁금했습니다. 왜 스프 보다 먼저 면을 넣으라고 하는 걸까요. 면과 스프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다를까요. 그래서 국내 라면 업계 대표 경쟁사인 농심과 삼양식품 등에 직접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이번 '생활의 발견'의 주제는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 바로 라면 조리법에 대한 고찰(?)입니다.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결론부터 말하면 물이 끓을 때 면을 먼저 넣는 것이 '정석'입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안전상의 우려 때문입니다. 물이 끓을 때 스프를 넣어보신 분은 다들 아실 겁니다. 갑자기 물이 끓어넘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를 돌비 현상(突沸現象, bumping)이라고 하는데요. 액체가 끓을 때 이물질이 갑자기 유입되어 분자가 과열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국물이 급격히 끓으며 스프의 맛과 향이 날아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찬물에 먼저 스프를 넣는 건 어떨까요. 이 부분도 다소 문제는 있습니다. 스프는 지방과 고춧가루 등이 포함된 향신료입니다. 찬물보다 뜨거운 물에 더 잘 녹는 특성이 있죠. 삼양식품 관계자는 "스프와 면의 투입 순서로 맛에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프를 먼저 넣는 것이 풍미와 안전 등 득보단 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스프를 먼저 넣어야 맛있다'는 속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이유가 끓는 점이 올라간다는 건데요. 스프 속 염분으로 물의 끓는 점이 올라가 더 높은 온도에서 라면을 끓일 수 있게 된다는 거죠. 라면의 면은 전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면이 고온에서 짧은 시간 안에 익어야 전분 구조가 덜 풀려 탄성이 좋다는 겁니다. 

농심 신라면 더레드 /사진=농심

다만 끓는점의 차이가 맛을 좌우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게 라면 제조사들의 입장입니다. 보통 라면 스프는 10∼12g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500~550㎖ 정도의 물의 끓는 점을 크게 올릴 수 있는 만큼 큰 용량은 아닙니다. 농심 관계자는 "끓는 물 온도가 100℃일때 여기에 스프를 넣으면 끓는 물 보다 3-4℃ 정도만 높아질 뿐"이라며 "스프에 따른 온도 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게 연구소 측의 의견"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라면 조리법은 라면 업체의 수 없는 연구와 실험을 거쳐 완성한 결과물입니다. 식품공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노고가 담겼죠. 우린 이런 레시피를 수십 년 이상 참고해왔습니다. 국내 최초 인스턴트 라면 삼양라면은 올해 출시 60주년이 됐고요. 이젠 미국에서도 잘 팔리는 농심 신라면은 37년이 됩니다.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에 대한 궁금증을 단순한 재미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라면 장인 입장에선 마냥 사소할 수만도 없을 것 같네요

여기까지 '면이 먼저냐 스프가 먼저냐'로 알아본 사실입니다. 물론 조리법은 말 그대로 '정석'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제조사도 이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이 라면을 즐기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입맛도 다르니까요. 모쪼록 쌀쌀해진 요즘입니다. 뜨끈한 라면 하나 끓여 드시면서 오늘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있으실 겁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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