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말 美 대학 설득해 한국어 가르친 선구자 최봉윤 선생

CBS노컷뉴스 조은정 기자 2023. 10. 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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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어를 사용하고 알리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시절이 있다.

한국학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진수 교수는 "최봉윤 선생에 의해 씨앗이 뿌려진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오늘날 K-컬처의 세계적 확산에 힘입어 붐을 이루고 있다"며 "1943년에 18명의 수강생으로 시작된 버클리대학교의 한국어 수업은 현재 연간 600에서 700명의 학생이 수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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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일제 말 미국 버클리대학교에서 한국어 수업 개설해
한국 활자 없어 손으로 만든 미국 최초의 한국어 교재 출간
최봉윤 선생 뜻 기려 버클리한국학센터 <최봉윤장학금> 제정
버클리대학교 한국학센터 제공


전세계에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어를 사용하고 알리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시절이 있다. 일제 강점기의 엄혹한 시기에 미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시작한 선구자가 있다. 바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최봉윤(Bong-youn Choy, 1914~2005) 선생이다.

1914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출생한 최봉윤 선생은 평양 숭인상업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를 거쳐 1938년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재미한인연합위원회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했으며,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재미 한인들로 구성된 맹호군에서 군사훈련을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 버클리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동양어학과에 강사로 재직 중이었던 1943년 학교를 설득해 한국어 수업을 개설하고 강의했다. 미국 최초의 한국어 대학교재도 직접 집필했다.

버클리대학교 한국학센터 제공


<초등한글교과서>, 영어로 <KOREAN READER-A Textbook for Beginners>라는 제목의 이 교재는 캘리포니아대학교 출판부에서 1943년에 출간됐다. 당시 미국에는 한글 활자가 없어서 본문의 한글은 최봉윤 선생의 부인인 최용자 여사가 손글씨로 직접 썼다고 한다.

1943년 당시는 일제의 식민 통치가 막바지로 향하면서 조선인들에게 창씨 개명이 강요되고, 조선어 교육이 중단됐으며 학교에서 조선어 사용조차 금지되던 엄혹한 시절이었다. 조선어학회 사건(1942)으로 한글학자들이 투옥되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작성했던 원고는 일제에 의해 압수되었던 상황이기도 했다. 이처럼 엄혹한 시기에 민족의 얼이 담긴 한글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해외의 독립운동가에 의해 지속됐던 것이다.

한국어 교육의 선구자였던 최봉윤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버클리대학교 한국학센터(Center for Korean Studies)는 올해부터 그의 이름을 딴 '최봉윤 장학금'을 제정했다. 우수한 대학원생을 선발해 한국어 습득을 위한 연수과 교육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버클리대학교 한국학센터 제공


한국학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안진수 교수는 "최봉윤 선생에 의해 씨앗이 뿌려진 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오늘날 K-컬처의 세계적 확산에 힘입어 붐을 이루고 있다"며 "1943년에 18명의 수강생으로 시작된 버클리대학교의 한국어 수업은 현재 연간 600에서 700명의 학생이 수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버클리대학교에서는 한국어 수업을 시작한지 올해로 8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9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행사에는 안진수 교수의 환영사와 미들베리 언어학교(Middlebury Language Schools)의 강사희 교수의 기조강연, '최봉윤 장학금' 선포 등이 있을 예정이다. 한국 음식 나누기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한글 도안 포스터 경연대회, 학생들의 클럽 축하 공연 등의 행사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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