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보다 비싼 깻잎’…가을 나들이철 농산물 가격 비상
한글날 연휴를 맞아 1박2일 가족 캠핑을 떠나려던 주부 강모씨(48·위례 신도시)는 동네 마트에 들렀다가 멈칫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과일과 채소 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쌈채소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강씨는 “상추와 깻잎 등이 봉지당 3000~5000원하는데 장바구니에 넣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면서 “이번 캠핑에는 지난해 묵은지를 씻어 삼겹살에 싸 먹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서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는 가운데 쌈채소 등 신선 먹거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가을 나들이 철 삼겹살 등과 즐겨 먹는 쌈채소가 고기 가격보다 더 비싼 정도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100g당 청상추 소매가는 1821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1.3%나 뛰었다. 특히 깻잎은 100g당 3165원으로 같은 기간 14.8% 올랐고, 대파 1㎏ 가격도 22.1%나 비싸졌다.
반면 축산물 가격은 소폭 떨어져 고기보다 쌈채소 가격이 비싸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삼겹살 100g의 소매가는 2668원으로 깻잎(100g)보다 500원가량 싸다. 소고기 안심 1+등급의 100g당 가격도 1만3976원으로 지난해보다 11.5% 저렴해졌다.
추석이 지났지만 과일 가격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홍로) 10개의 평균 소매가격은 3만4397원으로 1년 전보다 43.7% 올랐다. 배(신고) 10개의 소매가도 3만3464원으로 14.0% 비싸졌다.
이런 영향 탓에 대형마트에서는 신선 농산물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동 과일과 건채소가 많이 팔리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9월 한 달간 냉동 과일과 채소 매출을 알아본 결과 전년 동월보다 9%가량 판매량이 늘었다. 대표적으로 냉동 망고 매출이 32% 증가했고, 냉동 마늘(60%)과 고추류(110%)도 이전보다 많이 팔렸다.
건채소 매출도 16% 신장했다. 건나물류(6%)와 인삼더덕류(18%), 건버섯류(42%) 등이 잘 팔렸다.
한편 대형마트는 본격적인 가을 나들이철을 맞아 먹거리 할인전에 나선다.
이마트는 오는 11일까지 ‘가을 나들이·캠핑 먹거리 할인전’을 열고 배와 고구마 등 제철 과일과 채소 등을 최대 30% 할인 판매한다. 나들이 간식거리인 샌드위치와 초밥, 튀김 등 델리 상품은 최대 20% 할인하고 캠핑용 소고기와 돼지고기도 저렴하게 선보인다.
롯데마트도 11일까지 캠핑용 삼겹살, 소고기와 쌈 채소, 파채, 샐러드 등을 싸게 판다. 연어 초밥과 순살 닭강정 등 즉석조리 식품도 저렴하게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오는 25일까지 3주간 ‘위켄드 어웨이’를 통해 바비큐 등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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