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골프장 캐디도 직장 괴롭힘 인정…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도 잇달아 포함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 소속돼 있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8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판결 87건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법원은 골프장 캐디, 승선근무예비역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피해사례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했다.

근로계약 관계에 해당하지 않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

대법원은 앞서 직장 내 괴롭힘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원인이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불법행위인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법 조항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위탁계약직, 프리랜서 등은 해당 법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고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또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과 관련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

회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객관적 조사와 피해자 보호,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객관적 조사의 일정한 기준을 제시했다. 예컨대 피해자를 비롯한 참고인의 진술 청취나 의견진술 기회 등을 부여하지 않은 채 가해자 소명만을 들었다면 객관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본다.

법원은 회사가 오히려 피해자를 다른 근무지로 발령내는 등의 불리한 조치를 취하면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직장 내 괴롭힘 진술에 대한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시, 장소,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피해자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 신빙성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강은희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괴롭힘 행위자뿐만 아니라 회사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이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 조치 의무들의 준수뿐만 아니라 피해자 중심의 적극적인 사건 해결이 수반돼야 비로소 회사가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법원이 법 적용 대상 근로자뿐만 아니라 캐디와 승선근무예비역 등 비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을 인정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이제라도 사각지대를 없애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