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지원 중국 기업 무더기 제재…중·러 정상회담 앞 경고 메시지

이종섭 기자 2023. 10. 8. 13:2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중국을 방문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왼쪽)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러시아 군사 분야에 대한 지원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을 무더기 제재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향해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가능성에 대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 군과 방위 산업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49개 외국 법인을 수출 통제 대상에 추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추가된 수출 통제 대상 기업에는 핀란드와 독일, 인도, 터키, 아랍에미리트, 영국 등 다른 국가의 기업 7곳이 포함됐지만, 중국 기업이 42곳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미 상무부는 제재 대상 기업들이 러시아 방위 부문과 연계된 기업들에 미국 기술이 관여된 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 가운에 일부 기업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부문을 공격할 때 미사일이나 드론을 정확히 유도하는데 사용하는 미국산 반도체 기술을 러시아 측에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제재 대상에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국가안보나 외교정책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는 외국 기업들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려 관리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수출통제 리스트에 오른 외국 기업에 수출을 하려면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에도 러시아에 드론 부품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기업 11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미국이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중국의 반발을 감수하고 중국 기업에 잇따라 제재를 가한 것은 그에 앞서 열리는 중·러 정상회담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어 보인다. 중국의 대러 군사 지원 및 양국의 군사적 밀착 강화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중순 열리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중국 국경절을 맞아 시 주석에게 보낸 축하 전문에서 “일대일로 포럼에서 열릴 우리의 회담이 러시아와 중국의 건설적 관계를 모든 범위에서 더 확장해 우호적 국민들을 유익하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내비친 바 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7일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미국은 단시간 내에 또 다시 러시아와 관련 됐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 기업들을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렸다”며 “이는 국가 안보 개념을 확장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이자 일방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잘못된 처사를 즉시 바로잡고 중국 기업에 대한 비합리적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