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2년 만에 최대폭 상승… 은행들 금리인상 검토

김수미 2023. 10. 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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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잔액 5개월 연속 증가, 주담대 증가폭 커
주담대 금리 4∼7%인데도 2021년 10월 이후 최고
금융당국, 시중은행에 “대출 증가폭 관리” 당부에
시중은행 “가산금리 인상 검토” 주담대 연령 제한도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집단대출 및 전세대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가계대출은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 연령제한을 두기로 했다.

◆9월 가계대출 전월 대비 1조5000억↑ 5개월 연속 증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1조5174억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조8591억원(514조9997억원→517조8588억원) 불었는데, 이 증가 폭은 2021년 10월(3조7989억원) 이후 가장 컸다.

당시 주택담보대출 변동·고정금리는 3∼4%대로, 현재 변동금리(4∼7%대)와 고정금리(4∼6%)보다 많게는 3%p나 낮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이례적이다.

10월 들어서도 5일까지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은 1조1412억원 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이 4245억원 증가했고, 지난달 1조762억원 줄었던 신용대출도 다시 7364억원 반등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집단대출 및 전세대출 수요가 늘면서 가계대출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KB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5만2592건으로, 올해 1월의25천761건보다 크게 늘었다.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예년보다 가파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하반기 주택거래 및 분양 입주 물량이 증가하고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점이 주택 관련 대출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예년보다 분양 입주 물량이 많아 잔금대출 수요가 늘면서 집단대출이 더 확대될 것”이라며 “전세대출도 최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역전세 위험 가구 비중이 상당히 높아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늘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올해 1월 4717억원에서 9월 6207억원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당국 “대출 증가폭 줄여달라” 은행 “대출수요 억제위해 금리인상도 검토”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잡히지 않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은행권 관계자들은 거의 매주 비공개 가계대출 점검 회의를 열고 대출 추이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회의에서 금융 당국은 5대 은행 가계대출 담당 부장들에게 9월 증가 폭이 8월보다 줄어들 수 있도록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다주택자·집단·생활안정자금 대출 등 위험 요소에 더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압박에 은행들도 속속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내부 회의를 거쳐 오는 13일부터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만 34세 이하’에만 내주기로 결정했다.

당국의 공식 규제 지침 발표(9월 13일)에 앞서 KB국민은행은 일찌감치 지난달 1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과정에서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해 한도를 줄여왔다. 하지만 더 확실하게 50년 만기 상품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연령 제한 규제까지 추가로 적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5대 은행 중에서는 유일하게 신한은행이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에 ‘만 34세 이하’ 연령 제한을 두고 있었다. 수협은행과 카카오뱅크 등도 앞서 8월 하순부터 50년 만기 상품에 같은 연령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4일부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방식 대출상품의 만기를 최장 40년으로 줄였다.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 대출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은행들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수요 억제 차원에서 가산금리 확대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좀 더 올리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대출금리 조정 등을 통한 대출 물량 관리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할 경우, 가뜩이나 통화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증가 등의 여파로 빠르게 오르는 금리가 더 뛰어 실수요 대출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6일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000∼6.471% 수준으로, 8월 말(연 3.830∼6.250%)과 비교해 불과 약 한 달 사이 상단이 0.221%p 뛰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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