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역수출 신화' 켈리 PS 첫승 무결점투…'11-2 완파' 커쇼의 다저스 처참히 무너뜨렸다[NLDS1]

김민경 기자 2023. 10. 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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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릴 켈리.
▲ 애리조나 돌풍의 주역 코빈 캐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메릴 켈리(35,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대승을 이끌며 KBO 역수출 신화를 이어 갔다.

켈리는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11-2 대승을 거뒀다. 켈리의 포스트시즌 첫 승이자 다저스 상대로 17경기 만에 거둔 첫 승이기도 했다.

켈리는 직구(31개)와 커터(30) 위주로 던지면서 체인지업(15개), 커브(6개), 싱커(5개), 슬라이더(2개) 등을 섞어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95.5마일(153.7㎞), 커터 최고 구속은 94.4마일(152㎞)까지 나왔고, 싱커 최고 구속이 96.3마일(155㎞)로 가장 빨랐다.

애리조나는 내셔널리그 6번 시드로 가을야구 막차를 탄 약체였다. 그런데 3번 시드 밀워키 브루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승을 거두는 이변을 일으키더니 2번 시드인 다저스와 디비전시리즈 첫 경기마저 기세를 이어 갔다. 애리조나는 왜 이번 가을 돌풍의 주역인지 이날 경기로 증명해냈다.

켈리는 한국야구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투수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무려 4시즌을 뛴 장수 외국인 에이스였다. KBO리그 통산 119경기에서 48승32패, 729⅔이닝, 641탈삼진,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켈리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계약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했고, 2선발로 자리 잡으면서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들이 빅리그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2019년 나이 서른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켈리는 대기만성했다. 첫해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승14패, 184⅓이닝, 평균자책점 4.42를 기록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62경기 단축 시즌을 치르고, 2021년은 부진해 10승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2022년 13승, 올해 12승을 거두면서 2선발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빅리그 127경기 통산 성적은 48승43패, 750⅔이닝, 681탈삼진, 평균자책점 3.80이다.

켈리는 이날 처음으로 빅리그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상대가 다져스였기 때문. 켈리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인 다저스 상대로 정규시즌 통산 16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승11패, 83⅔이닝, 평균자책점 5.49에 그쳤다. 다저스는 켈리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 가운데 유일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한 팀이다. 콜로라도 로키스(5승3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9승3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7승5패) 상대로는 모두 승리가 있다.

▲ 무너진 클레이튼 커쇼.
▲ 3점 홈런으로 클레이튼 커쇼를 완전히 무너뜨린 가브리엘 모레노.

켈리는 든든한 득점 지원을 받은 덕을 봤다. 1회초 시작부터 타선이 다저스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두들기면서 무려 6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케텔 마르테가 2루타로 출루한 가운데 코빈 캐롤이 적시타를 날려 1-0으로 앞서 나갔다. 토미 팸의 안타로 만든 무사 1, 2루 기회에서는 크리스티안 워커가 좌월 적시 2루타를 쳐 2-0이 됐다.

애리조나 방망이는 끝내 커쇼를 1회부터 끌어내렸다. 계속된 무사 2, 3루 기회에서 가브리엘 모레노가 좌월 3점포를 터트려 5-0으로 거리를 벌렸다. 커쇼가 시작과 함께 연속 5피안타로 5실점하는 건 분명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1사 후에는 알렉 토마스가 볼넷을 얻고, 에반 롱고리아가 중월 적시 2루타를 쳐 6-0으로 거리를 벌렸다. 다저스 마운드는 에밋 쉬핸으로 교체됐다. 커쇼는 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6실점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애리조나 타선의 득점 지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회초 캐롤이 우월 홈런으로 7-0까지 거리를 벌리면서 커쇼 한정으로 방망이에 불이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계속된 1사 1, 2루 기회에서는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가 적시 2루타를 쳐 8-0으로 달아났고, 1사 만루에서는 롱고리아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9-0으로 도망갔다.

7회초에는 알렉 토마스가 우중월 솔로포를 쳐 10-0으로 거리를 벌리면서 다저스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 알렉 토마스.
▲ 팬들과 함께 세리머니하는 알렉 토마스.
▲ 메릴 켈리.

켈리는 11패를 내줬던 때와는 다르게 다저스 타선을 완전히 꽁꽁 묶었다. 3회말이 유일한 고비였다. 선두타자 미겔 로하스를 2루수 앞 내야안타로 내보내고, 1사 1루에서 프레디 프리먼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처음으로 1, 2루 위기에 놓였다. 켈리는 윌 스미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맥스 먼시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다저스의 흐름을 완전히 끊었다.

켈리는 7회말에도 마운드 올랐다. 선두타자 JD 마르티네스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제이슨 헤이워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잘 끊은 상태였다. 10점차에 투구 수는 89개에 불과하니 더 끌고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애리조나 벤치는 불펜 가동을 선택했다. 오히려 10점차에 켈리를 더 무리시키지 않고, 다음 등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컨디션을 조절해 주는 쪽을 선택했다. 켈리는 투수 교체를 위해 토레이 로불로 감독이 마운드로 올라오자 약간은 뚱한 표정을 지은 뒤 웃어 보였다. 더 던지고 싶다는 뜻이었으나 로불로 감독은 켈리를 잘 다독여 더그아웃으로 보냈다.

애리조나는 8회초 추가점을 뽑으면서 다저스타디움을 더더욱 썰렁하게 만들었다. 1사 후 토미 팸이 우월 솔로포를 날려 11-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 홀로 분투한 윌 스미스.
▲ 클레이튼 커쇼는 경기 내내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저스는 8회말 무사 1, 2루에서 윌 스미스의 우월 2타점 적시 3루타에 힘입어 11-2까지 쫓아갔으나 더는 추격하기 어려웠다.

다저스는 이날 패배로 자존심이 꽤 상했을 듯하다. 다저스 팬들은 1회 커쇼가 간판될 때 야유를 보낼 정도로 실망감을 표현했고, 10점차까지 경기가 벌어졌을 때는 다저스타디움이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100승(62패)를 거두며 지구 우승을 차지한 팀인데, 와일드카드 꼴찌로 올라온 애리조나에 발목을 잡혔으니 더더욱 아쉬울 법했다.

커쇼가 일찍 무너졌다지만, 타선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애리조나가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는 동안 장단 4안타 생산에 그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맥스 먼시 등 타선에 불을 붙여야 하는 주축 타자들이 전부 무안타로 침묵한 게 뼈아팠다. 그나마 3번타자 스미스가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분투했다. 애리조나의 돌풍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2차전마저 내주면 다저스도 반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이날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는 필라델피아가 3-0으로 완승했다.

올해 104승(58패)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1번 시드를 받은 애틀랜타가 필라델피아에 발목을 잡히는 이변이 연출됐다. 필라델피아 선발투수 레인저 수아레스가 3⅔이닝을 책임지고 내려간 가운데 불펜 투수 6명을 쏟아부으면서 9이닝 무실점으로 버텼다. 타선에서는 브라이스 하퍼가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애틀랜타는 정규시즌 20승 투수로 활약한 1선발 스펜서 스트라이더가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의 빈공에 울었다.

▲ 교체를 아쉬워하는 메릴 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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