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근로자아님’ 명기했어도…법원 “월급받고 일한 페이닥터는 근로자”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10. 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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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퇴직금 주지않은 병원에 “지급하라”
계약서상 ‘근로자 아님’ 문구는 효력 없어
임금·근로시간 등 실질적 내용으로 판단
[사진 출처=연합뉴스]
위탁 계약을 맺었지만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는 ‘페이닥터(봉직의)’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내용이 계약서에 담겼더라도 일한 대가로 고정적인 임금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중랑구 의원 원장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상시근로자 6명이 있는 의원을 운영하는 A씨는 2017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근무한 의사 B씨의 퇴직금 1438 만원을 지급 기한 내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의 위탁진료계약서에 ‘근로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과 관련한 부당한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해놓았다는 점을 근거로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1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B씨의 계약서에서 노동관계법 관련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쓰여있고,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등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로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하급심으로 보냈다.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는 계약의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 내용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비춰 근로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의 형식이 위탁 진료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계약 내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B씨가 정해진 시간 동안 진료업무를 수행하고 피고인은 B씨에게 그 대가를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가 근로의 대가로 매월 고정적인 돈을 받은 데다 정해진 근무 장소와 시간이 있었고 업무 실적과 현황을 A씨에게 보고한 점을 비춰볼 때 B씨를 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B씨가 진료업무 수행 과정에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선 “의사 진료업무 특성에 따른 것이러서 근로자성을 판단할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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