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결승전 몸까지 풀었는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곽빈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메인구장에서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만과 금메달 결정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지난 2일 B조 조별리그 대만과 맞대결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유망주 랭킹 4위에 올라있는 린위민을 비롯해 대만의 마운드 꽁꽁 묶이며 0-4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WBSC 프리미어12에 이은 국제대회에서 대만을 상대로 3연패를 당한 것. 하지만 두 번 당하지 않았다.
한국은 슈퍼라운드에서 일본과 중국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대만과 금메달을 놓고 맞붙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조별리그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던 문동주는 6이닝 동안 7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대만 타선을 무실점으로 묶어냈고, 린위민을 공략하지 못하던 타선은 2회 김주원의 결승 희생플라이와 폭투로 점수를 뽑아내며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은 선발 문동주가 6이닝 동안 대만 타선을 묶어내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최지민(1이닝)과 박영현(1이닝)을 투입해 경기를 굳혀나갔고, 9회 '마무리' 고우석을 투입했다. 고우석은 주심의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1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우녠팅을 병살타로 잡아내면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아시안게임 4연패라는 위업 달성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던 인물이 있다. 곽빈이다. 곽빈은 지난해부터 잠재력에 꽃을 피우기 시작, 올해 22경기에서 11승 7패 평균자책점 2.97로 활약한 끝에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곽빈은 출국을 앞둔 평가전에서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바탕으로 3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예열'까지 마쳤다.
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곽빈을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곽빈은 지난 1일 홍콩전에 앞서 훈련을 진행하던 중 등에 '담' 증세를 호소했다. 류중일 감독은 곽빈과 문동주 중 한 명을 조별리그 대만전에 내세울 예정이었는데, 이 계산이 어긋나게 된 것이다. 결국 곽빈은 담으로 인해 조별리그에서 한 경도 나서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상태가 좋아졌고, 곽빈은 6일 중국전부터는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중국전에서는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혹시 모를 결승전에서의 상황을 대비해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7일 대만과 결승전에 앞서 류중일 감독은 다시 한번 곽빈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고, 선발 문동주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곽빈은 대만과 결승전에서 5회 불펜으로 이동해 몸을 풀었고, 출격 명령을 기다렸다. 하지만 점수차가 크지 않았고, 전문 불펜 요원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듯 류중일 감독은 최지민-박영현-고우석을 투입해 경기를 매듭지으면서, 곽빈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채 대회 일정을 마치게 됐다. 따라서 곽빈은 경기 출전시간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혜택을 받게 됐다.
지난 아시안게임이었다면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선수는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6월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결승전 최종 엔트리에 포함이 돼 있는 선수는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곽빈도 그 혜택의 주인공이 됐다. 곽빈 입장에서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곽빈은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금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 선수단의 단체 사진과 함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힘이 되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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