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은 몇번이나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몰랐던 과학 이야기] (314)

황계식 2023. 10. 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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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나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포스트잇은 실패한 발명품에서 최고의 히트 상품이 된 문구 제품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포스트잇은 어떤 원리로 끈적임 없이 착 달라붙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몇번이나 사용할 수 있을까요?

포스트잇만큼 화학원리를 이용한 신기한 필기도구가 또 있습니다. 바로 잘못 쓴 글씨를 깨끗하게 고칠 수 있게 도와주는 수정액과 ‘사라지는 잉크’입니다.

과연 이들 필기도구 속에는 어떤 화학원리가 숨어 있을까요? 오늘은 그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보겠습니다.

◆깨끗하게 지워줘! ‘화이트’
수정액(오른쪽)을 발명한 베티 그레이엄(왼쪽). 출처=https://kr.pinterest.com
 
 
우리에게 ‘화이트’로 더 잘 알려진 수정액은 어떻게 발명된 것일까요?

수정액은 1951년 미국인 베티 그레이엄(Bette Nesmith Graham)이 최초 발명하였다고 합니다.

은행에서 비서로 근무하던 그녀는 문서에 오타를 많이 내곤 했는데요. 페인트공이 은행 창문에 잘못 칠한 부분을 다른 페인트로 덧발라 놓은 것을 발견하고, 수성 템퓨라페인트를 활용해 오타를 수정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물감을 병에 담아 ‘미스테이크 아웃’이라는 이름을 붙여 동료에게 나누어주면서 수정액의 사용이 시작되었습니다.
휘발성이 강한 수정액. 출처=http://tonilou74.50webs.com
 
이런 수정액에는 어떤 화학적 원리가 숨어 있는 걸까요?

수정액은 흰 색소와 휘발성 용매라는 중요한 두 가지 성분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화이트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틀린 부분을 가리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그것만큼 중요한 점이 있는데요. 빠르게 말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틀린 부분을 지우고 바로 쓰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휘발성 용매가 첨가되는 것입니다.

수정액의 휘발성 성분은 전체 부피의 5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수정액 시너(thinner)는 온전히 ‘1, 1, 1-트리크로로에탄’ 용매이며, 고형화된 이산화타이타늄을 녹이기 위해 첨가됩니다.

◆붙였다 뗐다! 포스트잇
 
포스트잇은 실패한 실험의 결과물을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1970년 미국의 제조 기업 3M의 연구원인 스펜서 실버(Spencer Silver)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수로 접착력이 약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는 접착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런 실패한 접착제를 사장시키지 않고 연구·개발(R&D)하여 ‘포스트 스틱 노트’라는 제품으로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어려움도 겪었으나,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포스트잇이 되었다고 합니다.
 
포스트잇(바로 위 사진)이 쉽게 붙고 떨어지는 원리는 메모지 뒤에 일반적으로 칠을 하는 필름 형태가 아니라 작은 미세 캡슐 형태로 풀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압력에 민감한 부착층을 구성하는 끈적거리는 고분자 미세 캡슐이 특허 발명품입니다. 그런 물질은 아크릴산이소옥틸의 자유 라디칼 중합반응으로 만들어지며, 이때 사슬 전이제(도데칸티올), 개시제(비스-(tert-부틸시클로헥실)과산화이탄산), 세탁제(황산암모늄라우릴)가 필요합니다.

중합체 대부분은 약간 친수성 구조를 포함한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포스트잇을 노트나, 책상 등 다양한 곳에 붙일 때 눌린 접착 부분에서 고분자 미세 캡슐이 수없이 터지면서 접착제가 노출되어 붙게 됩니다. 고분자 미세 캡슐이 수없이 많기 때문에 다 터질 때까지 재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잉크
 
추리 소설이나 영화 속 평범해 보이는 잉크로 쓴 글씨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텐데요. 누군가에게 비밀을 알리기 위해 종이에 적어놓은 단서,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주인공에게 전달되어 마침내 사건이 해결됩니다. 중요한 단서를 잘 숨겨주는 사라지는 잉크가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켜줍니다. 궁금해서 다시 돌려봐도 비밀을 알 수 없는 마술처럼만 보입니다.
간단한 화학원리만 알면 이 마술 같은 일의 비밀을 쉽게 풀 수 있다고 하는데요.
탄산나트륨
 
사라지는 잉크는 산-염기성 지시약을 이용한 것인데요. 산성에서는 거의 무색이고 염기성에서는 파란색으로 변하는 티몰프탈레인이 바로 사라지는 마술 같은 잉크의 비밀이었습니다.

이 잉크로 글씨를 종이에 적어놓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잉크의 수산화나트륨이 결합해 탄산나트륨을 생성합니다. 또한 이산화탄소가 잉크의 물과 결합하여 탄산을 형성하는데요. 지시약은 산이 생성됨에 따라 이것과 반응하여 무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반대로 수산화나트륨이 들어있는 염기성에서 사용되면 잉크가 파란색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다른 필기도구에도 화학원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학은 우리 가까이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화학은 수업시간에나 배우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학문입니다. 무조건 어렵다고 여겨 멀리하지 말고 우리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간단한 원리부터 알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가방에 들어있는 필기도구를 꺼내 화학의 원리를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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