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막는건 장애 아닌 편견” 한길학교 특수교육 ‘드림하이’ [꿈꾸는 경기교육]

이연우 기자 2023. 10. 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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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직업중점’ 특수교육기관
국·영·수부터 맞춤형 직업 교육까지
전공과 졸업생 8년 연속 100% 취업
“학생들 사회 구성원 성장에 최선”
한길학교 전경. 곽민규·김다희PD

 

“소질이 있어도 ‘장애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갖지 못하다니 가정에는 양육 부담, 국가에는 경제 인구 상실, 당사자에게는 가치 있는 삶을 살지 못하는 불행이죠. 우리 미래 세대는 그런 일을 겪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10여년 전 안성 지역은 장애인복지관조차 없었던 ‘복지의 불모지’였다.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학교를 가려면 1시간이 넘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고,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필요했다. 사회복지법인 한길복지재단이 ‘한길학교’를 세우게 된 배경이다.

지난 2012년 안성시 고삼면에 문을 연 한길학교는 국내 최초 직업중점 특수교육기관으로, 현재 중학교 3학급, 고등학교 3학급, 전공과 2학급 등이 운영 중이다. 학생 수는 5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작은 규모(유치학교 제외)다.

한길학교 교내 모습. 곽민규·김다희PD

한길학교에선 여느 학교처럼 ‘국·영·수’ 등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장애학생들의 발달과 수준, 개인적 요구에 맞춘 특별한 직업 교육이 이뤄지기도 한다. 취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의 꿈을 심어주고자 전체 교육 과정의 50% 이상이 진로와 직업교과로 편성됐다.

시설만 봐도 ‘보통교실’ 외에 ‘VR스포츠실’, ‘도예실’, ‘카페테리아’ 등 여러 공간이 있다. 여기서 학생들은 포장 및 조립,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같은 외식서비스, 급식 보조, 현장실습 등을 통해 저마다의 적성과 흥미를 찾고 직업 소양을 향상시킬 수 있다. 현재까지 전공과 졸업생의 취업률은 8년 연속 100%를 달성했을 정도다.

한길학교 교내 모습. 곽민규·김다희PD

한길학교 설립자인 한창섭 이사장은 “우리학교는 지역에 위치한 다양한 기관, 단체, 학교, 산업체 등 140여곳과 MOU를 체결해 학생들의 교외현장실습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지역 스마트팜 업체에서 재능기부로 재배 교육을 해주는 방식”이라며 “보통 장애인 관련 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식되는데 우리 학교는 안성시 고삼면 주민분들이 직접 구입한 잔디와 유실수를 심어주는 등 설립 과정부터 꾸준히 지켜보고 존중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서인지, 한길학교는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기반 조성을 위한 운영 학교로 지정됐다. 교육부가 지정하는 ‘특수학교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는 전국 6개교인데, 사립학교에선 한길학교가 유일하다.

이에 따라 학교는 본인의 자기결정력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지닌 지적장애 학생들이 자신의 흥미·적성에 맞는 과목을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진로 개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길학교 설립자인 한창섭 이사장이 학교를 소개하고 있다. 곽민규·김다희PD

한창섭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하고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우리 한길학교 역시 다양한 직업교육 외에 1인 1악기 활동, 체육 꿈나무 반 운영 등을 통해 아이들이 평소 교실수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프로그램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교육 3주체가 서로 배려하고 신뢰하는 교육공동체라고 자부한다”며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를 발판 삼아 진로체험 행사 등을 확대하고,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국의 특수교육대상자를 위한 진로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길이 갈 길은 끝이 없다’는 그의 말처럼, 학교는 ‘따뜻한 길, 행복한 길, 사랑 가득한 길’을 추구한다.

한 이사장은 “앞으로도 우리 학교는 지역사회와 함께 학생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교육받으며 당당히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학생과 주민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더불어 살아가게끔 다각적으로 다채로운 교육 활동을 꾸려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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