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에반 카터와 조시 영, 텍사스 가을의 새로운 동력

이창섭 2023. 10. 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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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시 영(왼쪽)과 에반 카터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가을 야구는 모두 7년 만이다. 2016년 함께 포스트시즌에 나섰던 두 팀은, 같은 상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게 패배를 당했다. 볼티모어는 와일드카드 경기, 텍사스는 디비전시리즈였다.

올해 두 팀은 포스트시즌에서 입장이 달랐다. 볼티모어는 더할 나위 없었다. 1979년 108승 이후 가장 많은 정규시즌 승수인 101승을 올렸다.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이었다.

텍사스는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9월 이후 15승14패로 5할 승률은 넘겼지만, 연승과 연패의 반복이었다. 경기력 차이가 매우 심했다. 162경기 중 139경기에서 지구 1위를 달렸는데, 결국 마지막 날 지구 우승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내줬다. 그러면서 디비전시리즈에 직행하지 못하고,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러야 했다.

극과 극의 승부가 성사된 두 팀의 디비전시리즈는 텍사스가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3-2 한 점차 승리였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탬파베이 레이스를 18이닝 1실점으로 묶었던 텍사스는, 볼티모어의 추격도 두 점으로 틀어막았다.

2023 AL 경기 당 평균 득점 순위

5.44점 - 텍사스

5.31점 - 탬파베이

5.10점 - 휴스턴

4.98점 - 볼티모어

4.80점 - 미네소타

두 팀은 타선에서 신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베테랑 선수가 존재하지만, 신인 선수들의 역할이 더해져야 본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 실제로 1차전도 여기서 엇갈렸다.

볼티모어는 애들리 러치맨과 거너 헨더슨이 아쉬웠다. 헨더슨은 9회 말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성급한 도루 시도가 실패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한 점차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동점 주자, 상대 포수 조나 하임의 도루 저지 능력을 고려하면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던 브랜든 하이드 감독은 "소통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텍사스는 두 신인 선수가 공격을 이끌었다. 에반 카터와 조시 영이었다. 카터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2루 주자 아돌리스 가르시아를 불러들이는 2루타를 때려냈다. 시리즈 첫 점수였다. 영은 팀이 한 점차로 쫓긴 6회 초 도망가는 홈런을 책임졌다. 6회 말 볼티모어의 득점이 나왔기 때문에 더 귀중한 한 방이었다. 텍사스는 카터와 영의 순도 높은 활약에 힘입어 대단히 중요했던 1차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영

먼저 이름을 알린 건 영이었다. 2019년 드래프트 전체 8순위로 뽑힌 영은 올해 개막전 선발 3루수였다. 4월과 5월,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되면서 인상적인 출발을 했다. 전반기 88경기 타율 0.280 19홈런, OPS 0.835를 기록. 올스타전 선발 3루수로 나선 텍사스 최초의 신인이 됐다. 후반기에는 왼 엄지손가락 골절상을 당하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텍사스는 영의 안착으로 한층 더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했다.

카터의 등장은 극적이었다. 9월초 텍사스는 거듭 연패에 빠지면서 지구 3위까지 밀렸다. 포스트시즌 진출마저 장담하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주포 아돌리스 가르시아까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텍사스는, 카터를 올리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카터는 지난해 텍사스 최고의 마이너리그 선수였다. 올해도 팀 내 1위 유망주였다. 하지만 카터는 "최고 유망주보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승격 후 공격과 수비, 주루에서 준비된 메이저리거임을 증명했다(타율 0.306 5홈런). 23경기 승리기여도 1.3(fWAR)은 풀타임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영 & 카터 와일드카드 시리즈 성적

영 : 8타수 3안타 (2루타2 3루타1) 0볼넷

카터 : 4타수 3안타 (1홈런 2루타2) 3볼넷

신인 듀오는 큰 경기에서 더 빛나고 있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에서 첫 점수를 제공한 건 영이었다(2회 희생플라이). 카터도 6회 선두타자 볼넷으로 추가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8번(영)과 9번(카터)으로 나란히 배치된 둘은 2차전도 4회 3루타와 홈런으로 힘을 합쳤다. 영은 호수비도 선보인 카터에 대해 "우리 팀의 구세주"라고 치켜세웠다.

▲ 카터, 새로운 스타 탄생?

브루스 보치 감독도 카터의 기대치를 높였다. 카터는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5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아무리 타격감이 올라왔다고 해도 타순을 옮기는 건 자칫 악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경험이 부족한 신인 선수에게는 큰 도박이다.

카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취점을 뽑는 2루타와 볼넷 두 개를 골라냈다. 9번 타순에서 보여준 생산력을 5번에서도 그대로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 데뷔 첫 3경기에서 각각 장타와 볼넷,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카터가 처음이다.

PS 데뷔 첫 3경기 4장타 신인 타자

1939 - 찰리 켈러

2019 - 루이스 아라에스

2023 - 에반 카터

PS 3경기 구간 최연소 4장타 타자

2003 - 미겔 카브레라 (20세 169일)

2019 - 후안 소토 (20세 355일)

2023 - 에반 카터 (21세 39일)

단기전은 미친 선수가 나타나면 유리하다. 텍사스는 절묘한 시점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선수가 나타났다. 심지어 신인 선수 두 명이 그 상태에 접어들었다. 분위기가 승패를 좌우하는 단기전에서 위축되지 않고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막판 경각심을 가진 텍사스는 또 한 번 정규시즌 열세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일단, 담대한 두 명의 신인 타자들 덕분에 좋은 흐름은 가지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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