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반도 날씨 2분마다 업데이트...천리안위성 운영하는 국가기상위성센터 가보니
지난 5일 오후 한반도의 한복판 충북 진천에 있는 국가기상위성센터에 가까워지자 크고 작은 안테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구 대기권 밖의 인공위성에서 신호를 받기 위한 장치들이다. 안테나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나 위성 전파를 방해할 시설이 없어 위성 운영에 최적화된 환경처럼 보였다. 이곳에선 한반도 전역을 2분마다 감시하는 인공위성을 운영하며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있다. 흰색의 원형 안테나에는 ‘KMA(기상청의 영문 약어)’라는 글자가 크게 붙여져 있어 기상을 관측하는 핵심 기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기상위성센터는 기상위성 개발을 기획하고 정지궤도 기상위성인 천리안 위성의 운영과 자료 분석, 자료 서비스를 담당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지난 2009년 4월 신설돼 2010년 6월 천리안위성 1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독립적인 국내 기상위성 업무를 시작했다. 2018년 12월에 발사한 천리안위성 2A호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하며 한반도 관찰 간격도 15분에서 2분으로 대폭 줄었다.
한반도 주변을 더 자주, 자세히 관찰하게 되면서 국가기상위성센터의 성과도 크게 늘었다. 이날 만난 김윤재 국가기상위성센터장은 “태풍과 관련해 먼바다를 감시하는 건 위성만한 게 없다”며 “가을철 안개나 여름철 적란운을 탐지해 5분이라도 일찍 비 예보를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중호우 조기 탐지 정확도는 최근 3년 동안 3%, 태풍 중심 예측 정확도도 기존 대비 17.1% 개선했다.
특히 올해는 봄철 고온 건조한 날씨로 전국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로 2030년까지 대형 산불이 더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위성을 이용한 산불 조기 탐지 시간을 10분에서 2분으로 5배 단축했다.
동시에 지표면 온도와 토양 수분, 식생 상태 등의 정보로 전국의 산불 위험도를 파악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내 지형이 복잡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강수량에 따른 토양수분 변화량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농촌진흥청이 지상에서 운용하는 58개의 토양수분 측정 사이트의 데이터와 지표면온도, 강수량 등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킨 결과다.
이전에 토양수분을 관측하는 위성은 파장이 길어 땅속까지 투과할 수 있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했다. 현재 토양 수분을 관찰하는 전 세계의 저궤도 위성은 이 방식을 이용한다. 천리안위성 2A는 마이크로파 대신 종합적인 정보를 이용해 토양 수분을 예측한다. AI 기술의 접목으로 정확도를 지상관측 대비 4.3% 수준으로 개선했고, 이를 기상청 수문기상가뭄정보시스템을 통해 매일 제공하고 있다.
국가기상위성센터는 집중호우나 홍수, 가뭄 등 극한 기후의 원인인 기후변화와 관련된 요소도 감시하고 있다. 안면도와 제주 고산, 울릉도, 독도 4곳의 기후변화 감시소에서는 태양빛이 대기를 투과해 지구 표면으로 도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측정한다. 여기에 국외 위성의 자료를 더해 지표의 반사도, 태양 일사량, 해수면 온도, 북극 해빙 상태를 활용해 동아시아의 기후변화를 살핀다.
그러나 김 센터장은 아직 천리안위성의 감시 성능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표면 온도는 2㎞ 단위로 표현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공사장이나 밭일 등을 하는 분들은 2㎞단위의 온도 정보는 너무 넓을 수 있다”며 “2㎞안에 호수나 논밭, 건물 등 다양한 요소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내년 연구 계획에서는 해상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 말했다.
현재 국가기상위성센터가 운영하는 천리안위성 2A의 수명은 2029년까지다. 연료는 약 10년 정도 더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만 매년 1~2%씩 성능이 떨어지고, 부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국가기상위성센터도 관련 부처와 함께 다음 기상위성을 준비하고 있다. 해상도와 같은 성능을 2배가량 높인 차세대 기상 탑재체를 계획했고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의 감시 영역도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위성이 지구를 공전하며 선의 형태로 한반도를 감시하고, 이마저도 구름이나 안개 등 방해 요소가 있으면 관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한달 동안 데이터를 얻더라도 빈 부분이 많다”며 “초소형 위성을 늘려 관측 지점을 채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미 해양대기청(NOAA) 공공데이터 배포 프로젝트에 참여해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기상위성 데이터의 접근성을 높여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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