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코스피 '톱3' 바이오주 등극했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효과
유한양행이 지난 3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가총액을 넘고 코스피 시총 3위 바이오주에 등극했다.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최근 글로벌 병용요법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내며 블록버스터 신약(연 매출액 10억 달러 이상) 탄생 기대감이 높아진 배경이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이 끊기면서 마땅한 성장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설정 및 추진하고 있으나 국내외 사업이 성과를 내기까진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시총 6조원 넘어
유한양행은 지난 3분기 중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가총액을 처음 뛰어넘었다. 유한양행의 시총은 지난 8월 23에는 889억원, 24일과 25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각 1118억원씩 앞섰다. 이전까지 SK바사는 2021년 3월 18일 코스피 상장 이후 단 한 번도 유한양행에 밀려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SK바사는 코로나 효과로 급증했던 시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유한양행에 추월당했다.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떠오른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역할이 컸다. 지난 9월 11일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발표된 렉라자의 경쟁약물인 '타그리소'의 임상 3상(FLAURA2) 결과에 이상사례(부작용) 이슈가 불거지면서 '렉라자'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반면 2021년 31호 국산신약으로 승인받은 렉라자는 최근 미국 얀센의 이중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 3상 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
유한양행의 시가총액은 지난 9월 11일 하루 동안 5288억원(9.4%) 증가한 6조123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10월 5일까지 SK바사의 시총을 계속 웃돌며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의 뒤를 이은 코스피 톱3 바이오주로 자리매김했다.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레이저티닙은 국내에선 올해 말, 해외에선 내년 말 퍼스트 라인 테라피(1차 치료 항암제) 등재로 처방이 시작될 전망"이라며 "올해 말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처방 확대 시 타깃 시장은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내년 말 글로벌 출시 이후 예상되는 마일스톤 유입액은 1000억원을 상회하고, 글로벌 타깃 시장은 약 8조5000억원을 추정한다"고 했다.
SK바사, 포스트 코로나 전략 순항할까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백신 CDMO 계약과 매출이 줄어들면서 마땅한 주가 모멘텀이 부재한 상태다. 2021년 9290억원이던 매출액은 2022년 4567억원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이를 따라 주가도 고개를 숙여 올 10월 4일 시총은 상장 이후 최저치인 5조293억원까지 떨어졌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회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SKBS) 3.0'이란 새 전략을 내걸고, 지난 4월 이를 위한 중기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자체 백신 개발, 백신 CDMO 확장, 세포·유전자(CGT) 치료제 CDMO 진출 등 3가지 주요 전략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뒷받침할 재무 건전성은 탄탄한 편이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CDMO 사업으로 벌어둔 자금을 쌓아뒀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SK바사의 순 현금액은 약 1조2000억원, 차입금 비율은 0%를 기록했다.
포스트 코로나 전략인 'SKBS 3.0'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6월 사노피와 공동 개발한 21가 폐렴구균 백신은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년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미국 MSD(머크앤컴퍼니)사와 차세대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 CMO 계약을 맺었다.
SK증권 이동건 연구원은 "지속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영업적자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체 백신 매출이 하반기부터 본격화 될 예정이고, 스카이쉴드 본 계약 체결 등 신사업 성과들을 바탕으로 실적회복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1.2조원 이상의 보유 현금 여력 감안 시 투자 성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과정에서 자체 백신 플랫폼을 확보하고, 유수의 글로벌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수치적인 부분보다 훨씬 큰 수확을 거뒀다"라며 "지금은 이를 통해 쌓아온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2~3년간 투자개발에 집중하며 목표로 한 중장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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