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어 이스라엘 전쟁...美대선 앞둔 바이든 외교시험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한 7일(현지 시각) 저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조지타운에 있는 성삼위일체 성당(Holy Trinity Catholic Church)에 들어서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전쟁 관련 대국민 연설을 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상원의원, 부통령 시절부터 다녔던 이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며 바이든은 무슨 기도를 했을까.
미국 NBC뉴스는 이날 “이스라엘에서 발발한 전쟁이 2024년 바이든의 외교 정책에 시험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약속했지만, 미 국내외 상황이 그만치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피로감과 중국 위협 부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대국민 연설에서는 “미국은 75년 전 이스라엘이 건국한 지 11분 만에 이스라엘을 승인한 첫 번째 국가가 되었던 그 순간과 똑같이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의 패권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중동에 투입할 여력이 얼마나 되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미국은 이미 우크라이나 지원에 768억 달러(약 103조원) 이상을 투입했다.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 3~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응답자의 41%만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35%는 반대했다. 지난 5월 같은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가 찬성했고, 29%만 반대였는데 5개월 사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여론이 늘어났다.
인도·태평양에서 진행 중인 중국과의 경쟁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지난해와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침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마이크 미니한 미 공군 항공기동사령관은 지난 2월 부하들에게 “내가 틀렸기를 바란다. 그런데 내 감으로는 2025년 (중국과의) 전쟁이 있을 것 같다”면서 “(말라카 해협~필리핀~일본을 잇는) 제1도련선 안에서 싸워 승리할 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여러 모로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에 집중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보 실패 논란 이어 공화당은 대이란 정책 맹비판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중동 전문가인 브루스 리델은 NBC에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엄청난 정보 실패”라며 “워싱턴과 예루살렘이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믿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모사드 뿐만 아니라 CIA 등 미국 정보기관들도 중동 지역 무장세력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의미다.
정보 실패 논란에 이어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5명을 석방해주는 대가로 한국이 이란에 지급했어야 하는 원유 대금 약 60억 달러(약 8조원)에 대한 동결을 해제해 줬다. 공화당 내부에는 이에 대한 반대가 많았는데, 이런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이 결국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7일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유세를 하면서 “정말 약한 지도자가 있어 우리(미국)이 약하고 비효율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약해보여서 이스라엘이 공격 받았다는 취지다. 이어 트럼프는 “이 전쟁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일어났다”며 “미국이 이란에 (억류자) 석방을 대가로 60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X(옛 트위터)에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 전쟁에 자금을 지원했고, 이란에 유화적인 조 바이든의 정책이 그들의 금고를 채워줬다. 이스라엘은 이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썼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의 원유 대금 60억 달러는 아직 한 푼도 사용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자금은 이란이 식량과 의약품 등 민간에 필수적인 재화의 구입 대금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여 카타르에 예치돼 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이 자금 중 단 1센트도 아직 사용되지 않았고 사용되는 경우에도 이란인들을 위한 식량과 의약품 같은 곳에만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하원의장 공석,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도 공석
미국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전쟁을 맞이한 데는 공화당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화당 내분 탓에 2024회계연도 예산에 관한 12개 세출법안이 아직 하나도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45일 기한의 임시예산안으로 셧다운(연방정부 업무중지)을 막아 놓았지만,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축출돼 미 의회 예산 업무가 언제 제대로 재개될지 불분명하다.
CNN은 “미국이 이르면 8일 이스라엘에 대한 새로운 지원을 발표할 수 있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는 의회가 의문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원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어떻게 의회의 동의를 얻어 이스라엘을 지원할 수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CNN에 “(미 의회 문제가) 사실 오늘 우리가 논의하고 있던 것 중 하나”라며 “하원의장이 공석인 점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독특한 상황”이라고 했다.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7일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과 미국이 무엇을 지원할 수 있는지를 협의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이날 CNN에 “이스라엘이 이(하마스 공격)에 대응하는데 있어 특별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스라엘 측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일요일(8일)쯤이면 그에 대해 말할 것이 더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한 잭 루 주이스라엘 미국대사 지명자도 아직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해,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가 공석인 상황에서 이스라엘 전쟁을 치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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