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격... ‘新중동전쟁’ 번지나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3. 10. 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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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가자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으로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가 공습을 받자 시민들이 급히 대피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여러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기습 공격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 내 전쟁에 이어 중동 정세마저 불안해지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8일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건물들이 파괴되자 사람들이 생존자를 확인하고 있다./AP 연합뉴스

8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박격포탄이 발사돼 교전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새로운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위험도 커지고 있다. 레바논은 이란이 지원하는 또 다른 이슬람 무장세력인 헤즈볼라가 기반을 둔 지역이다.

모함마드 데이프 하마스 사령관은 이번 공격을 “팔레스타인 점령 세력의 범죄와 광란을 끝내기 위한 ‘알아크사 홍수 작전’”으로 명명했는데,전문가들은 그 배후에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료=이스라엘군(IDF), 알자지라, AFP,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에 미국의 9·11테러에 버금가는 충격을 준 만큼 이전처럼 제한적 대응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미 “강력한 보복”을 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자국과 자국민을 방어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최대한 분명히 말하겠다. 지금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누구든 이 공격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노릴 때가 아니다. 세계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슬람 무장 세력 등의 개입으로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억지하려는 발언이었다.

◇이란 쿠드스군 지도자, 올 들어 하마스와 접촉

7일 가자 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도시가 파괴되자 시민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미 외교협회(CFR)의 중동 전문가 스티븐 쿡은 이날 “팔레스타인의 기습 공격이 더 폭넓은 중동 전쟁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서 쿡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군인) 쿠드스군의 지도자 에스마일 카니 장군이 이스라엘을 더 효과적으로 위협하고 도발하기 위해 하마스와 (또 다른 친이란 무장세력인) 헤즈볼라, 이슬라믹 지하드의 역내 지도자들과 만나 왔다”면서 “알아크사 홍수 작전은 그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올해 3~5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서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했던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유혈 충돌이 발생했는데 이 시기 쿠드스군의 에스마일 카니가 하마스, 헤즈볼라, 이슬라믹 지하드 지도자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월 중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초 카니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주레바논 이란대사관에서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와 살레흐 알아루리,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만남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팔레스타인이 통치 중인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해 수십 발의 로켓이 발사되는 공격이 있었는데, 이들이 이 공격의 세부 계획을 최종 확정했을 것이란 취지의 보도였다. 당시에는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대부분의 로켓을 요격해 2명의 경상자만 발생했다.

쿡은 최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추진한 ‘사법부 개혁’에 반발한 반대파들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란과 하마스 등 무장 세력이 이스라엘이 약해지고 분열됐다고 판단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 참전시 레바논까지 확전 가능성

쿡은 이란이 지원하는 또 다른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교전하게 될 경우, 헤즈볼라가 기반을 둔 레바논까지 전쟁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란은 헤즈볼라와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들의 후원자이며, 헤즈볼라가 자리 잡은 레바논과 이스라엘 일부를 황폐화할 만한 양면전의 위험이 항상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교전)확대의 위험이 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남부에서 교전이 발생함에 따라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레바논 국경에서 잠재적 침투자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너선 파니코프 중동 국장도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도 로켓 공격을 받았지만 아직은 주요 공격이 (팔레스타인과 인접한) 이스라엘 남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스라엘 북쪽 레바논에 자리잡은) 헤즈볼라가 충돌에 개입하면 이스라엘은 수십 년간 경험해 본 적 없는 전국적 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관계정상화에도 영향

애틀랜틱 카운슬의 파니코프 국장은 이번 전쟁에 대해 “아주 잘 계획되고 준비된 (하마스 측) 공격의 복잡성이 새롭다”고 했다. 그는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육로와 해로는 물론 패러글라이더를 이용해 상공에서도 침투해 집과 거리에 있던 무고한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기 시작했다”며 “이는 정보 실패일 뿐더러 안보 실패”라고 했다.

8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사람들이 살펴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파니코프 국장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의 관계 정상화로 이어진 ‘아브라함 협정’과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 간에 진행 중이던 관계 정상화 협상에도 장기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쟁이 길어지면 국제사회가 양측 모두에 긴장 완화를 촉구하게 될 텐데 이스라엘이 물러설 리 없고, 팔레스타인이 통치하는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 중계되면 이스라엘을 향한 아랍권의 여론이 악화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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