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 서울을 이기는 방법? 시간과 철학을 쫓는 딴따라들
②인천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표 '인천 원도심의 장인들과 딴따라들'
▶ 글 싣는 순서 |
①노잼도시 대전이 우당탕탕? 청년 모으는 지방대 D.I.T. 실험 ②인천이 서울을 이기는 방법? 시간과 철학을 쫓는 딴따라들 (계속) |
지방 소멸,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한 이때. 보건복지부·전남CBS·전라남도·순천시는 지난달 19일 순천 브루웍스에서 커뮤니티를 통해 청년 인구의 정주 여건을 모색하는 '2023대한민국 인구포럼 IN 전남-나 혼자 안 산다'를 개최했다. 두번째 순서로 인천 개항로프로젝트 이창길 대표의 강연 중 일부를 소개한다.
모든 '덕질'은 비즈니스의 시작
덕질. 저의 덕질에 가장 큰 문제는 뭐냐면 즐기고 끝나면 되는데 저는 모든 덕질을 비즈니스화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덕질의 시작은 영국이었습니다. 영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영국 사람들이 하는 말이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이 건물은 300년이 됐는데 모였고 옛날에 이 건물은 발전소였는데 지금은 뭐다 이런 말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는 겁니다. 샘이 나고 좀 짜증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쪽팔리기도 하고, 좀 그랬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새 거는 좋은 거고 오래된 것은 나쁜 것이다라는 게 명확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저희 아버지가 연고도 없는 저가항공도 없던 제주도로 그냥 은퇴하고 가신 겁니다. 제주 돌집이 있답니다. 돌집은 너무 덥고 습해서 부수고 새로 양옥집을 짓는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제발 한국에 들어갈 때까지 저에게 기회를 달라고. 한국에 들어가서 이런 걸 했습니다. 귤 창고입니다.
귤 창고를 집으로 리모델링을 했고 지금도 저희 부모님이 살고 계십니다. 여기서 끝나면 되는데 또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사람들한테 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혹시 독채 펜션이란 말 들어봤나요? 제가 만든 말입니다. 제주 독채 펜션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최초로 만든 게 저고 7개를 했었습니다. 지금은 제주도에 3000개 정도가 있다고 하고 전국으로 번져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엄청 좋아하는 겁니다. 공간을 가지고 움직이다 보니까, 거리가 궁금하기도 하고, 지역이 궁금한 겁니다. 그러다 내 고향인 인천을 다시 보게 되고 저의 놀이터가 기억이 났고 망한 곳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항로 프로젝트를 하기 시작한 겁니다.
혼자 할 수 없다면 '협업'하라
처음 했던 일은 20군데 거점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만약에 제가 서울에서 했다면, 그냥 하나로 시작했을 겁니다. 지방이고 지역이고 로컬이고 사람 한 명 다니지 않는 그런 길이었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했고 20개의 거점 공간을 잡아놓고 무엇을 살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후에 시작을 한 겁니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오픈을 했습니다. 2018년을 기점으로 카페 식당 음식점 등등 만들었고 마계 대학도 만들었고 마계 인천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고 다양한 것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장 중요한 게 협업입니다.
어떻게 해야 서울을 이길 수 있을까
만약에 성수동에 있는 친구들이 내가 만든 것을 똑같이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똑같이 만들면 사람들은 성수동으로 가겠죠. 저랑 똑같이 만약에 이태원에서 만들면 서울 사람들은 어디 갈까요? 이태원에 가겠죠. 맥도날드 갈 때 어디 가세요. 롯데리아 갈 때 가까운 데 가시죠. 왜 가까운 데 가죠. 똑같으니까. 똑같으면 가까운 데 가는 겁니다. 성수동 친구들이 내 거 만든 걸 똑같이 만들었다 그럼 서울 사람들 어디 가죠? 가까운 데 가는 겁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망하는 겁니다. 두려웠습니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고 그럼 카피가 되지 않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카피가 내지 않는 거는 두 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철학이랑 시간.
카피의 시대, 철학과 시간은 카피할 수 없다
시간도 베껴지지 않는 거죠. 새 건물이 100년이 되려면 어떻게 되죠. 기다려야 됩니다. 시간은 카피가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철학과 시간은 카피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었고 우리 동네 개항로에 뭐가 있나 고민을 했고 찾아낸 게 바로 노포 어른들인 겁니다.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저희 동네는 차이나타운 중국제 빼고 노포가 40개가 넘게 40년 이상 된 노포가 조사한 거에 따르면 60개가 넘게 있습니다. 물론 종로랑 을지로가 훨씬 많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600년 도읍지니까 서울은 땅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부수고 올린 겁니다. 그런데 인천 땅의 50%가 매립지입니다. 간척사업을 통해서 땅을 팔면서 인천이란 도시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구도심의 노포를 보호한 게 아니라 그냥 둔 겁니다.
저는 그런 지역 자원을 이용을 했고 이 부분들을 알리기 시작한 겁니다. 젊은 애들이 만든 트렌디한 게 20개가 있고 카피가 되지 않는 게 40개가 있구나 따라서 갈 수 있는 곳이 선택지가 60개가 되는 겁니다. 제가 만들지 않아도 알려내는 것만으로 선택지를 만들어내면서 올드 앤 뉴라는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었던 겁니다. 그런 부분들이 레트로라는 바람이 불었고 아주 절벽에 맞아떨어졌고 지금은 저희 정체성이 된 겁니다.
더 세게 서울 친구들에 못 뺏기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뭐냐면 콜라보레이션 협업입니다. 노포와 협업을 통해서 새로운 걸 만들어낸 겁니다. 이게 바로 개항로 맥주입니다. 기획을 할 때 무조건 한 문장 또는 하나의 단어 또는 하나의 장면을 설정하고 시작을 합니다. 개항로 맥주 같은 경우는 이겁니다. 지역 누구나 공감하고 지역성에 가미된 맥주라고 정하고 시작을 한 겁니다. 그래서 개항로 맥주는 500ml입니다. 왜 330ml로 안 만들었냐. 나이가 많으신 분들, 모든 사람이 공감하려면 500ml로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500ml로 한 겁니다.
페인트 가게 사장님, 맥주모델이 되다
이분의 글씨를 알아봤고 이분의 목간판을 알아봤기 때문에 개항로라는 글씨를 맥주에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1개 수제맥주 1개 그냥 맥주잖아요. 저희 수제 맥주가 맛있어봤자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그런데 개항로라는 글씨가 들어가고 어른이 살아온 배경이 개항로 맥주에 들어가는 순간 개항로 맥주는 조금 달라지는 그런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개항로 맥주의 모델입니다. 페인트 가게 사장님이고 개항로에는 극장이 19개가 있었습니다. 종로보다 많았죠. 당시에 영화 간판을 그렸던 분입니다. 2002년도 최민수의 리허설이라는 영화를 마지막으로 자기 직업이 사라진 겁니다. 2002년부터 CGV가 쫙 번졌으니까. 이미 잘생겼잖아요. 제가 모델을 공유로 할 수는 없잖아요. TERRA처럼. 저는 무슨 일을 하고 있냐면 노포 어른들 전체를 셀럽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로컬에서는 내가 같이 살고 있는 지역 자원이 더 유명해지고, 더 셀럽이 돼야지 우리 도시 우리 지역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좋은 점이 뭔지 아십니까? 텃세를 부리면 이분들이 커버를 주는 겁니다. 왜 이분들이 우리 대장들이니까. 이런 식으로 관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6년 정도가 돼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기적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습니다. 윤 디자인이라고 아십니까? 대한민국에서 폰트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제안을 먼저 하는 겁니다. 개항로 서체를 만들고 싶다고. 원래 그런 거 만들 때는 돈을 내고 만드는 겁니다. 역으로 그쪽에서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냥 무료로 만들어주고 이렇게 된 겁니다. 드디어 1년 만에 이렇게 서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윤 디자인에 들어가서 누구나 다운받아 쓸 수 있습니다. 37년생 어른한테 설명을 했습니다. 어른이 돌아가셔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다면 어른의 글씨는 이젠 대한민국과 함께 쭉 가는 겁니다. 그랬더니, 어른이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거의 울 것처럼 하면서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저희 조직도입니다. 이런 조직도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깜짝 놀랍니다. 왜냐하면, 맨 위에 제가 있고 피라미드 형식이 보통 조직도잖아요. 제가 이런 조직도를 4년 전 이렇게 보여줬을 때는 사람들이 저게 뭐야? 이랬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이게 미래랍니다. 왜 이런 조직도가 가능한 줄 아십니까? 우리는 매력을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약에 농부이거나 어부거나 그런 일을 한다면, 시간 대비 생산량이 뻔하게 결정이 났습니다.
인천이 범죄의 도시? 우리는 '마계'로 간다
오히려 사실이 아니라면 더 내세워도 되겠구나. 많은 도시들이 말을 합니다. 여기 거기는 자연환경이고 천해의 자연환경이고 푸른 숲 푸른 물 이런 것도 좋습니다. 좋은데 다 그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 인천은 마계로 갑니다. 더 재미있고 그런 것들을 더 극대화시켜서 많은 사람과 놀기 원합니다. 2024년부터 저희는 마계인천을 시작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중인 겁니다. 그래서 마계 대학을 만들었고 얼마 전에 거의 끝났습니다. 핵심은 뭐냐면 이런 겁니다.
이젠 책도 20분 만에 유튜브로 보고 읽은 척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많은 네이버의 모든 정보가 다 나오지 않습니까? 내 생각이 아닌데 내 생각인 것처럼 착각을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저는 그런 걸 많이 봅니다. 그런데 기획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 줄 아십니까? 결과가 똑같이 나오는 겁니다. 통계를 열심히 보고 그다음에 벽을 보고 스스로 물어봐야 됩니다. 내 생각만 하는 겁니다. 다른 게 아니라, 그래야지만 재밌는 겁니다. 자기의 생각만 꺼내놓고 거기서 시작을 합시다. 이렇게 만든 게 마계 대학입니다.
판이 바뀐 대한민국, 전문가만 모르고 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요만큼이 모여서 매력 있는 관광 콘텐츠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 모든 사람이 다수결로 합의를 해야 돼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세상 평범하게 나올 겁니다. 많은 사람이 합의를 하고 많은 기준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콘텐츠는 어떻게 될까요? 기준점이 다 부합하려면 평범해지는 겁니다.
여기에 있는 사람의 뜻이 같지 않다면 서로 합의하지 마십시오. 그냥 내비두십시오. 내비두고 지지하고 응원하면 됩니까? 개항로에는 색깔이 여러 개가 생기는 겁니다. 이제 그럼 어떻게 될까요? 만약 리더급이 있다면 사건사고로 이어지기 전까지만 관리하는 겁니다.
저는 요새 기안84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기안84가 런던으로 여행 가서 전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기안84가 창문밖에 심심해 이러고 있다가 로컬 미용실 가서 머리 자르고 나온 다음에 송민호 만나서 빈티지 시장 가서 물건 사고 그래프티 몇 번 하고 한국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날 깜짝 놀랬습니다. 왜 깜짝 놀라냐면 대한민국 공영방송에서 최초로 거대한 런던이라는 도시를 로컬로 소비를 한 겁니다. 이해되시나요? 원래는 런던이 나오면 어떻게 나와야 되죠. 버킹엄 궁전, 여왕 그다음에 대영박물관 하나도 안 나온 겁니다. 런던이라는 도시를 로컬로 소비를 해버린 겁니다.
방송은 고인물들이 진짜 많습니다. 한 명이 결정화되는 게 아니죠. 막내 피디가 결정을 해서 위로 올라가서 최고 고인물이 예스를 때려야 방송에 나가는 겁니다. 웃긴 것 제 옆에 우리 엄마도 같이 보고 있어요. 연세 70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엄마가 재미있게 보는 겁니다. 우리 엄마도 런던 정도는 로컬로 소비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판이 바뀌었고 그런데 전문가들만 모르는 겁니다.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미 런던 정도는 로컬로 소비를 하고 있고 할 의지가 충분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순천에서 각자의 로컬 지역에서 그냥 하면 됩니다.
가끔 SKY 출신들 그리고 강남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강남구에서 나와 본 적이 없답니다. 아빠 엄마까 변호사이거나 의사거나 이렇답니다. 그런데 로컬에 내려와 있는 겁니다. 전남,경남, 충청도에 가 있는 겁니다. 물어봤습니다. 왜 여기 있냐고. 자기의 꿈을 실현하고 싶다. 자기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 안 맞는지 실현하고 싶답니다. 이 정도로 대한민국은 이미 변하고 있고 과도기도 아니고 이미 대한민국은 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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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소민정 프로듀서 cbsso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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