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줄어드는 장애인 관련 예산, 우리 언론은 어떻게 보나?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9월 30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최근엔 내년도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이런 보도가 보이는데...그 때문일까요? 장애인 활동가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점거해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구했다가 연행되는 일이 발생했다고요. 소장님, 이 상황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언경> 지난 18일 오전에 한국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기습점거했지요. 이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면담을 요구하다 연행되었는데요. 이들이 장관 면담을 요구한 이유가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이 전액삭감되었기 때문이라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예산의 정확한 명칭은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입니다. 일명 '동료지원가 사업'이라고 불리는 이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여서, 이들이 동료 장애인을 만나 취업을 연계해주는 것인데요.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사업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보장 등을 요구하며 2017년 11월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85일간 점거한 적이 있어요. 이때 성과로 2019년 해당 사업이 만들어졌습니다. 고용된 동료지원가는 올해 기준으로 4대 보험 포함해서 월 89만 원을 받으며 60시간 일을 했습니다. 만약 자신이 상담하는 장애인이 실제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연계되면 연계수당으로 2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에초 고용노동부는 올해 23억 100만원이었던 사업비를 내년도에 16억 1,900만 원으로 낮춰서 제출했었는데요. 기획재정부가 이를 전액 삭감했습니다. 올해 6월 30일 기준 전국에서 187명이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내년에 이들은 바로 실직지가 됩니다. 한국피플퍼스트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데요. 지난 18일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기습점거에 들어간 피플퍼스트 소속 활동가 25명이 연행되엇고요. 여기에는 동료지원가 사업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 9명과 발달장애인 조력자 16명이 연행된 것입니다.
◇ 최휘> 2024년 예산이 매우 긴축재정이다보니 예산이 줄어들 수는 있다고 보는데 아예 전액 삭감되었다? 예산 삭감의 원인이 무엇인가요?
◆ 김언경> 정부는 예산이 전액 삭감된 배경에는 '실적 저조'로 불용 처리되는 예산이 지속해서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애초에 중증장애인이 실제 수행하기엔 어려운 과도한 실적을 요구해서 장애계에선 지속해서 제도 개선을 촉구해왔습니다. 심지어 사업 첫해인 2019년 12월 전남 여수에서 동료지원가로 일하던 설요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당시 고인은 "월급은 적은 데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 게다가 10일에 있을 사업 점검을 앞두고 지나치게 많은 서류작업이 몰려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었습니다. 당시 고인은 한 달에 4명을 다섯 번씩 총 20회 상담하고 이에 따른 상담일지 작성, 월 1회 이상 주간·월간 사례회의를 하고서 실수령액 65만 9,650만 원(실수령액)을 받았습니다. 설요한 씨 사망 이후 제도는 조금씩 변화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개인에게 과도한 실적을 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비장애중심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을 취업에 연계시키는 일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병행되었어야 하는데, 이런 노력은 없이 동료지원가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한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예산은 계속 삭감되었던 것이죠. 동료지원가 사업은 매년 1년씩 계약하는데 계속 연장할 수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업 예산을 하루 아침에 삭감한다는 것은 정부를 믿었던 장애인들이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기성 일자리랑 중복된다고 한다는 기재의 설명도 있는데요. 보건복지부 일자리는 3만에서 3만 2천 명 정도로 확대했다고 햇는데요. 보건복지부 일자리와 유사성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보건복지부 일자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하고 있고, 중증 장애인에게도 열려있다고 말은 하는데요. 보건복지부 일자리는 대체로 기능적인 일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중증장애인이 일자리에 참여하기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 최휘> 그런데 저는 장애인들이 연행되는 과정에서 이런 사업이 있단 것을 알게 됐어요. 언론이 그동안 소개하진 않았던 것 같아서요.
◆ 김언경> 제가 안타갑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언론보도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에서 관련 보도를 찾아보면, 총 40건이 안 됩니다. 보도건수가 적은 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사안이 보도되는 경위는 대부분 이번의 기습점거 농성으로 연행되거나 풀려났다는 내용에서 언급되거나, 전장연이 8개월 만에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재개를 선언했다는 보도에서 살짝 언급되는 정도라는 것입니다. 장애인들에게 극단적인 방식의 투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우리 사회는 정작 이렇게 뭔가 극단적 선택을 해야만 조금 언급을 해주고 있고, 이 사업 자체이 사실상 폐지되는 상황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한 것입니다. 이 사안을 하나의 뉴스로 깊게 톺아보는 보도는 대부분 비마이너, 에이블뉴스 등 전문지들이었고요. 그나마 한겨레가 지난 24일 <뉴스AS>에서 '중증장애인이 문고리에 스스로 수갑을 채운 이유'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직설이라는 칼럼코너에서 <이제 절실한 건 '동료 시민'>이라는 제목으로 박정훈 배달노동자의 기고문을 실었는데요.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장애의 문제는 영화 <말아톤>을 보고 눈물 흘리거나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장애인의 문제 행동을 보고 부모를 비난하는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평소엔 보지 못했던 장애인이 뉴스와 시위할 때만 나타난다면, 사회로부터 장애인을 격리시킨 투명한 차별의 벽을 찾아내는 게 시민의 역할일 것이다. 어렵고 귀찮은 일이지만, 평생을 차별받고 고립된 삶을 견디는 것보다는 쉬운 일이다. 16년 전 청소년이었던 발달장애인들은 30대가 되었을 거다. 이제 함께 걸을 짝꿍 선생님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동료 시민이 필요하다." 동료 시민의 인권감수성을 높이는데는 이런 사안을 찾아서 빠르고 꼼곰하게 살펴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전해주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휘> 그런데요. 사실 이번 예산 삭감은 아무래도 정부의 긴축재정과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요. 정부가 지난달 29일 2024년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20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이 급격히 줄거나 이번 사안처럼 아예 전액 삭감된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산안 관련한 이야기도 좀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예산이 매우 낮은 증가율을 보였는데요. 그 원인이 뭔가요?
◆ 김언경> 2024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2023년 638조7000억원보다 2.8% 늘어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되었는데요. 지출증가율 2.8%는 지난해 증가율 5.1%의 절반 수준으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최소 증가 폭입니다. 이처럼 지출규모가 줄어든 것은 한마디로 감세정책과 경기 부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을 통해 올해와 내년 2년간 13조7000억원의 세금을 감면했는데요. 수출감소, 자산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서 이런 감세 정책이 경기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따라서 기대했던 세수 증가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법인세가 2023년 예산안 대비 27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도 각각 6조원, 1조8000억원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양도소득세도 감소할 전망입니다.
◇ 최휘> 그래도 정부가 이번 예산안에서 방점을 찍은 분야들이 있잖아요. 먼저 정부 예산이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 살펴볼까요?
◆ 김언경> 정부는 '약자복지 강화와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기능 뒷받침 등 4대 중점 분야를 지정해 투자를 늘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중 먼저 저출생 대응이 예산이 두드러지는데요. 육아휴직 유급기간을 현재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연장하고, 신생아 출산 가구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도 신설됩니다. 0세 기준 현재 월 70만원인 부모급여는 100만원으로 오릅니다. 병사 월급이 165만원으로 35만원 인상되고, 장교와 부사관 단기복무장려금은 최대 300만원 늘어납니다. 살상력이 낮은 저위험 권총을 현장 경찰 모두에 지급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지원에 5000억원을 투입하기도 합니다. SOC예산을 4.6% 늘렸고, 노인일자리 예산은 31.5%로 그야말로 대폭 늘렸습니다. 공무원 보수는 내년에 2.5% 인상되는데요. 이는 최저임금 인상률과 같은 증가 폭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의 최대폭이라고 합니다.
◇ 최휘> 국민 입장에서는 세금을 내는 만큼, 정책으로 많은 혜택을 받고 싶은 것은 당얀한 것인데요. 예산이 줄어든 분야는 어디인가요?
◆ 김언경>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하나하나 꼼꼼히 재검토하여 낭비요인을 철저히 제거하고, 절감한 재원을 꼭 필요한 곳에 제대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는데요. 예산안 편성시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 재검토해 재정누수 요인을 차단했다는 설명인데요. 눈에 띄는 부분은 R&D 예산입니다. 전년대비 5조2000억원 16.6%가 줄어들었습니다. 역대 R&D 예산으로는 전례 없이 큰 폭으로 삭감된 것인데요. 이 같은 R&D 예산 감소율은 다른 예산 항목과 비교해도 두드러집니다. 정부 R&D 예산이 줄어든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주요 R&D 예산안에 한정하면 2016년에 한 번 줄었지만, 당시에도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감소율은 2%대에 그쳤었다고 합니다. 특히 에산이 줄어든 분야는 기초연구가 -6.2%, 정부출연연구기관이 -10.8%인데요. 특히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예산이 늘었났던 소재·부품·장비, 감염병 관련 예산이 주요 조정 대상이 되었습니다. 교육 분야 예산도 6조3000억원 줄어든 95조 6254억원으로 편성되었는데요. 6.9%가 감소된 것입니다. 증액된 부분도 있는데 글로컬대학 등 대학혁신 지원을 위한 일반재정지원 사업은 3121억원 증액하고,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 관련 예산은 1817억원 증액했습니다. 등록금 동결 대학에만 지원하는 국가장학금Ⅱ 유형 예산도 올해보다 500억원 늘렸습니다. 예산 감소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보내는 교육교부금이 줄어들면서 유초중등 교육개혁 과제에 차질이 생길까 하는 것입니다.
◇ 최휘> 그렇군요. 이번에 예산이 전액 삭감된 또 다른 사업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있나요?
◆ 김언경>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관련 예산도 전액 삭감되었습니다.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에 한국어·생활법률 등을 교육해 일상생활 적응을 돕고 임금 체불과 산재 등의 고충 상담을 진행, 현재 전국 9개소, 소지역센터 35곳이 운영되어왔습니다. 그동안 100%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어온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해 68억 9500만 원, 올해 71억 800만 원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예산 전액 삭감에다가 센터 폐쇄를 밀어붙이면서 고용 승계는 언급조차 없어서, 창원, 김해, 양산에 있는 센터별 직원은 다른 대책이 없다면 4개월 뒤 모두 직장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이번 달 7일 전국 센터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마련해 이런 내용을 서류 한 장 없이 말로만 설명하고 기관 폐쇄 일방 통보했다고 합니다. 3년 단위로 교부금 지원 관련 협약을 정부와 맺어왔기 때문에 2025년까지 예산 지원이 협약된 상태였다고 하고요. 시행에 들어간 지 이제 9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깨버린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실직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직장이나 일상에서 어려움이 생길 때면 센터를 찾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든든한 비빌 언덕이 사라진 것입니다. 기획재정부는 업무 효율화를 목적으로 업무 이관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는데요. 이주노동자 대상 한국어 교육은 산업인력공단, 상담업무는 노동부 지청에 넘기겠다고 것인데요.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공단과 지청들이 각각 한국어 교육과 상담을 해왔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 현재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고 추후 지침이 내려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평균적으로 도내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는 매달 1000여 명 안팎의 이주노동자가 상담받고 있었습니다. 사업주 요청에 따라 필요할 때면 센터 직원들이 직장을 방문해 통역을 돕기도 했습니다. 이제 이런 업무가 고용노동부 지청으로 넘어가게 된 것인데요. 노동부 각 지청 입장에서는 업무가 너무 과중해지고 전문성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떠맡게되어 아무래도 사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 최휘> 관련한 언론 보도는 많았나요?
◆ 김언경> 해당 이슈에 대해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총 69건 정도 나왔습니다.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 예산삭감보다는 아무래도 보도량이 더 많았습니다. KBS가 저녁종합뉴스에서 한 꼭지로 보도했습니다. KBS는 "게다가 산업현장 인력난을 이유로 내년에 역대 가장 많은 12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새로 도입하기로 해놓고, 이들의 한국 적응을 돕는 인프라는 없애는 건 정책 엇박자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기일보, 경남도민일보, 영남일보, 안동MBC, 대구MBC 등도 등 지언언론에서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역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며, 에산 삭감은 시대적 역행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 최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예산을 다이어트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필요 사업 규모가 줄어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언론이 잘 살펴봐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신동진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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