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 공부하는 리더'최원권 대구 감독"우리팀 그런팀...파이널A에 안주하지않아"[진심인터뷰]

전영지 2023. 10. 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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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대구FC

"지인들이 표를 구해달라고 난리입니다. 저도 가족 표만 겨우 구했어요."

최원권 대구FC 감독이 8일 오후 3시 DGB대구은행파크(대팍)에서 펼쳐질 하나원큐 K리그1 2023 33라운드 수원FC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행복한 고민을 전했다.

수원FC와의 마지막 홈경기를 앞두고 대구는 전북전 승리로 '윗물' 파이널A행을 확정지었다. '대팍' 티켓은 온라인 예매 10분 만에 '순삭' 매진됐다. 올 시즌 8번째 매진이다. 상위 스플릿행 자축 파티가 될 홈경기를 앞두고 축구 커뮤니티에선 "대팍을 증축하라"는 대구 팬들의 요구가 빗발쳤고, "원정석 예매는 절대 금지"라는 홈 팬들의 자정 발언까지 나올 만큼 분위기가 뜨거웠다. 수원FC는 이례적으로 구단 SNS를 통해 원정석 600석 운영 원칙을 강조했고, '원정석을 예매한 일부 홈팬들이 있는 것으로 예상돼 대구FC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FC 역시 '대팍' 안전 가이드라인을 팬들에게 공지했다. '홈 관람객 구역 내 원정팀을 응원하는 물품을 소지하거나 착용할 수 없으면, 원정 관람객 구역 내 홈팀을 응원하는 물품을 소지하거나 착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지했다. 티켓을 예매한 모든 팬들에게 문자를 보내 이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윗물과 아랫물, 상위 스플릿에 올라갈 6개 구단이 결정되는 날, 윗물행을 확정지은 '대팍'의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 시즌 대구의 '딸깍' 축구는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단단한 수비,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봉쇄한 후 전광석화같은 역습으로 '딸깍' 상대 골문을 열어 승리하는 축구. "선수들이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해주는 축구"를 추구하난 최원권 감독의 축구 지론이 통했다. 올 시즌 '대행' 딱지를 처음 뗀 1981년생 젊은 감독, 최 감독이 절실하고 배고픈 선수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 성공했다. 훈련장 밖에선 프로선수들을 존중하지만 훈련장 안에선 타협이 없다. 첫 동계훈련 때부터 이 원칙은 흔들림이 없었다. 이근호, 이용래, 홍철 등 고참들이 솔선수범하고, 세징야, 에드가 등 성실한 브라질 에이스들이 맹활약하는 가운데 고재현, 황재원, 조진우, 홍정운, 박세진 등 똘똘한 영건들이 매경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정태욱 등 에이스들의 이적으로 걱정도 많았다. 시즌 막판 엷은 스쿼드에 세징야가 갈비뼈 골절로 쓰러지고, 벨톨라가 수원 삼성전 퇴장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황재원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보내면서 어찌 보면 가장 많은 악재가 닥쳤던 대구가 위기 속에 비상했다. 최 감독이 한결같이 믿었던 바셀루스의 폼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대구의 아들' 고재현이 아시안게임 탈락의 시련을 딛고 해결사로 거듭나면서 대구의 무패행진을 이끌었다. 지난해 강등 위기 이후 대구는 더 강해졌다. 위기가 닥칠수록 더 끈끈해지는 팀, 최 감독의 "우리 팀은 그런 팀입니다"라는 한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출처=대구FC 웹툰

최 감독은 "복이 많다"는 말을 거듭했다. 복도, 운도 실력이다. 준비된 이에게 찾아오는 선물이다. 대구 7년의 코치 생활, 어떤 선수보다 가장 오래 대구에 머문 그는 선수들의 특징,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무엇보다 K리그1 최연소 최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다. "당장 제일 잘하는 감독은 될 수 없어도, 공부하는 감독은 될 수 있다"면서 "K리그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감독으론 1등 할 자신 있다"고 했다. 장거리 원정을 빼놓지 않고 다녔던 2군 감독 시절부터 독서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습관이다. 사마위, 제갈량, 조조 등 난세의 영웅들을 줄줄 읊었다. 10권짜리 나관중의 삼국지는 서너 번 통독했다. 팀 버스안엔 마키아벨리의 '전술론'과 손무의 '손자병법'이 상비돼 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고전에서 지혜를 얻는다.

지난달 수원 삼성 전을 앞둔 A매치 휴식기, 최 감독은 P급 지도자 강습의 일환으로 스페인을 찾았다. 바르셀로나 19세팀, 에스파뇰, 지로나 구단을 방문, 훈련을 참관했다. "정해성 위원장님(KFA 대회분과위원장), 이임생 위원장님(KFA 기술발전 위원장) 등 선배 감독님들께서 워낙 플랜을 잘 짜주신 덕분에 두루뭉실했던 전술을 재정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연수에 참여한 현장 지도자들간의 토론도 유익했다. 바르셀로나는 우리 현실과 이질감이 컸지만 2부로 떨어진 에스파뇰의 경우 간절함이나 선수비 후역습 전술 등 대구 축구와 닮은 점, 적용할 점이 많았다. 물론 우리는 스리백, 에스파뇰은 포백을 쓰지만 디테일 부분에서 참고할 점이 많았다"고 했다.

독서와 공부, 여기에 더해 그의 가장 큰 지혜 보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다름아닌 은사 조광래 대구FC 사장이다. 최 감독은 조 사장이 1999~2004년 안양LG, FC서울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의 애제자다. 조 사장이 2014년 대구 단장 겸 사장으로 부임한 후 2016년 대구에서 선수 은퇴 직후 대구 코치로 선임됐고, 수석코치, 감독대행을 거쳐 최연소 사령탑이 됐다. 최 감독은 "사장님의 경륜과 지혜가 엄청난 도움이 된다. 사장님이 첫 단어만 말씀하셔도 무슨 말씀을 하실지 척 알아듣는다. 선수 때도 '정말 잘 가르치신다'고 생각했지만 코치, 감독이 되고, 지도자의 시선으로 보니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가장 많은 걸 아시는 분이시지만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신다. 훈련장에도 올 시즌 딱 한번 오신 게 다다. 그만큼 믿는다는 뜻이고, 그 믿음에 감사드린다. 그러니 더 잘해야 한다. 감독으로서 큰 꿈을 갖고 있다. 더 좋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FC전을 앞두고 최 감독은 마음을 풀지 않았다. 수원전 마지막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여기에 만족하느냐?"고 되물었다. 최 감독은 지난 여름부터 파이널A를 넘어선 'ACL 진출'을 목표 삼았다. 클럽하우스 화이트보드에도 'ACL 진출'이라는 문구가 또렷히 새겨져 있었다. 최 감독은 "우리는 ACL이 목표다. 퀄리티 있는 선수는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절대 안주해선 안된다. 파이널A 들어간 것으로만으도 '잘했다' '됐다' 생각하면 거기까지다. 이것이 경계해야할 가장 큰 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에도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3위까지 치고 올라갈 기회였는데 수원, 강원, 대전에 져버리면서 꼬여버렸고, 이후 여름에 엄청나게 고생하며 대가를 치렀다. 프로라면 미리미리 대비하고, 매경기 똑같이 절실해야 한다. 무엇보다 매경기 경기장을 가득 메워주시는 우리 홈팬들 앞에선 절대로 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8일 수원 FC와의 홈경기에도 '대구의 왕' 세징야는 나서지 못한다. 부러진 갈비뼈 2개 중 1개만 붙은 상태,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전북전 전반 근육 통증을 호소한 바셀루스도 100%가 아니다. 또다시 '딸깍' 신공이 필요한 순간,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만원 관중 앞에서 '거룩한 부담'을 갖고 홈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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