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이스라엘판 9·11...세계 최강 첩보기관의 명백한 실책”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7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양측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판 9·11 테러’라며 이스라엘 정보당국의 실책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NBC방송은 8일 미국 고위 관리들의 발언을 인용,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들이 남부 국경을 넘어 침투하고,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 정부의) 대규모 정보 실패를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마크 폴리메로풀루스 전직 CIA 대테러·중동 전문가는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의 9·11″이라며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서 이정도로 치명적인 첩보 실패는 없었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첩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왔다. 이스라엘의 국가 첩보기관에는 해외 정보 수집 및 테러 방지 등의 임무를 담당하는 ‘모사드’·국내 첩보 기관인 ‘신베트’·군사 정보를 담당하는 ‘아만’이 있다. NBC는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오랜 기간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다양한 인적 정보 및 도청·기술적 수단을 통해 세계적인 정보 기관으로 여겨져왔다”며 “그들이 어떻게 이걸(하마스의 공격) 놓쳤는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도 이번 하마스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 실패는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지난 40년 동안 이스라엘을 지켜본 이래 이런 일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며 “보통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한 명이라도 국경에 접근하면 바로 무력화시키곤 한다. 이번 일은 당연히 엄청나게 큰 정보 실패”라고 짚었다. 글로벌 외교 안보 비영리 단체의 한 전문가는 최근 이스라엘의 국내 정치 혼란이 정보 실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NBC는 “현재 이스라엘과 미국은 당면한 위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스라엘이 어떻게 그렇게 대규모의 정교한 공격에 방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하마스의 공격이 이례적으로 정교했다며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자베드 알리 전 백악관 대테러 관리는 뉴욕타임스(NYT)에 “하마스의 공격은 그 범위와 복잡성, 이스라엘에 미친 영향이 놀라웠다”며 “이들은 이정도로 다각적인 작전을 펼친 적이 없었으며, 아마도 수개월에 걸친 치밀한 계획과 조율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전 미 국방부 중동 담당 고위 관리는 “이번 작전의 복잡성은 이란 같은 국가가 무기·군수품·정보 등의 지원을 통해 공격자들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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