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항저우 결산] 처음, 그리고 속 쓰린 남녀배구 'AG 동반 노메달' 역사

권수연 기자 2023. 10. 8. 11: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배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최초의 역사를 세웠다. 문제는 그리 명예롭지 못한 '첫 기록'이라는 것이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 40위)은 지난 7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배구 5-6위 결정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 최종 5위에 오르며 대회를 마쳤다.

이는 한국 여자배구의 아시안게임 사상 가장 낮은 순위다. 여자배구는 지난 2006년 도하 대회 당시 기록했던 5위를 제외하고 4강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5위는 고사하고 6위에 대한 불안감까지 엄습했다.

지난 7월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2전패, 8월 아시아선수권대회 6위,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7연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얻었기에 우려가 더해졌다. 

다행히 6위 밖으로 나가는 '역대 최악'만큼은 면했지만 모두가 축제분위기일 때 배구는 유독 찬바람이 불었다.

여자배구는 17년 만, 남자배구는 61년 만에 '노메달'을 나란히 기록하며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또한 한국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남녀 동반 노메달 기록이기도 하다. 

한국 여자배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눈물로 시작했다. 지난 달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와 같은 참패를 당했던 것이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박정아(좌)-정호영이 베트남전에서 블로킹을 시도한다, AVC

한국은 이번 대회의 첫 경기를 베트남전으로 열었다.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치를 당시까지만 해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베트남에게 한국은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한국 배구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줬다. 

설욕의 기회가 아시안게임에 한번 더 찾아왔지만, 한국은 그때와 똑같이 1, 2세트를 먼저 따고 3,4,5세트를 연이어 내주는 역전을 당하며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어진 네팔전에서도 첫 세트를 잠깐 역전당하고 어깨를 맞대는 등의 모습이 불거졌다.

간신히 조2위로 8강에 올랐지만 첫 상대는 아시아 최강인 중국(세계 6위)이었다. 예상대로 세트당 20점을 넘기기 힘든 참패를 면치 못했다. 1세트는 12점으로 끝났다.

4강 진출이 좌절된 한국은 베트남에 패배한 북한과 8강 두 번째 경기를 치렀는데, 첫 세트를 헌납하고 난 뒤에 겨우 승리했다. 북한 배구가 국제무대에 나서는 것은 지난 2017년 세계선수권 예선 이후 6년만인데도 한국은 진땀을 흘렸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강소휘ⓒ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어진 카자흐스탄과 대만전에서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승리를 따냈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4강 진입은 실패했다. 그간 꾸준히 놓치지 않았던 4강 자리를 베트남에 내준 뒤 한국은 5위에 간신히 이름을 올렸다. 

강소휘(GS칼텍스)가 기량을 끌어올려 대표팀 에이스로 자리를 잡은 점만큼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에이스에 기대는 배구로 돌아간다면 끝내 아시아 5-6위를 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남자배구로 건너가면 사정이 더하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세계 27위)는 개막식을 미처 열기도 전에 사전경기에서 탈락하며 61년만에 아시안게임 노메달의 굴욕을 안았다.

남자배구 대표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비를 위해 지난 5월 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모여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남자배구 대표팀은 대만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을 앞둔 상황이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임동혁이 실점 후 쓰러져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윤곽은 AVC 챌린지컵에서 성적을 끌어올려 FIVB 챌린지컵에 나선 뒤, 6년만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무대까지 복귀하는 것이었다. 

이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는 것을 자신만만하게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남자배구 대표팀은 챌린지컵 4강전에서 당시 세계 77위였던 바레인에 무너지며 VNL 복귀에 실패하고 동메달로 돌아섰다. 이후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4강 진출에 실패하며 5~6위 결정전까지 밀렸다.

이에 임도헌 감독은 아시안게임에 나서기 직전 만 38세의 베테랑 세터 한선수(대한항공)를 다시 불러들였다. 하지만 결과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연합뉴스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12강 토너먼트 한국과 파키스탄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한국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한국 남자배구는 1966년 방콕 대회에서 은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직전 대회인 2018 자카르타 팔렘방 대회까지 연속 14회 입상(금메달 3개,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하다가 기록이 뚝 끊겼다.

특히 세계 73위 인도와, 51위 파키스탄에 당한 패배는 가히 충격적인 경기내용이었다. 심지어 마지막 경기인 7위 결정전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이고 나서야 간신히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한국 남녀배구는 빈 손으로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와 오는 14일(토)부터 열리는 2023-24시즌 V-리그를 준비한다. 앞서 11일~12일에 걸쳐서는 시즌 돌입 전 남녀부 미디어데이가 개최된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