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며느리부터 동호인 출신 메달리스트까지, 화제의 인물들[항저우AG결산]
권순우는 비매너로, 정철원은 금메달 놓쳐 비난 받기도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8일(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선수단이 각자의 이야기로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브리지 종목 부문 국가대표로 출전한 김혜영이 대표적인 화제의 인물이다.
김혜영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부인으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며느리다. 재벌가 며느리의 타이틀을 떼고 이번 대회에선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2010년께 브리지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현재는 '팀 서울'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브리지협회 부회장도 10년 넘게 맡고 있다.
2인 1조로 2개 조 총 4명이 경기하는 카드 게임인 브리지는 고도의 두뇌 싸움이 필요한 마인드 스포츠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통해 정식 종목이 됐다.
김혜영은 혼성경기 예선에 출전했으나 토너먼트에는 오르지 못했다. 남자, 여자 종목도 준결승전엔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선수 파견도 못했던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는 전 종목에 나서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양궁에서는 동호인 출신 메달리스트가 나오기도 했다. 주재훈(한국수력원자력)이 그 주인공이다.
엘리트 과정을 밟은 적이 없는 주재훈은 24세 때 우연히 동호회를 통해 궁사의 길을 걸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영상 자료로 기술을 연마했다. 그리고 국가대표의 문을 다섯 차례 두드린 끝에 태극마크를 달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포기할 뻔했으나,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다시 기회를 잡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정보보안부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어,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에 나서는 등의 노력까지 더해 항저우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주재훈의 기적은 계속 됐다. 지난 4일 소채원(현대모비스)과 조를 이뤄 대회 양궁 컴파운드 혼성전에서 은메달을 땄다. 이튿날에는 양재원(상무), 김종호(현대제철)과 함께 양궁 컴파운드 남자 단체전에서 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재훈은 6일 진행한 양재원과의 개인전 집안싸움에서는 패배하며 동메달까지 얻진 못했다. 그러나 동호인이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로 우뚝 서며 한국 스포츠에 새 역사를 작성했다.
44세에 금메달을 딴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V의 김관우도 눈에 띈다.
e스포츠는 이번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세부 종목 7개 가운데, 한국은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FC온라인, 스트리트 파이터 V 등 4개 종목에 나섰다.
김관우는 지난달 28일 대만의 샹여우린를 꺾고 한국 e스포츠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30년 넘게 해당 게임을 해왔던 그는 3년 전에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프로게이머로 전향했고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이, 종목 상관없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인물로는 카바디 국가대표 우희준도 빼놓을 수 없다.
미스코리아, 육군특수전사령부 장교 출신 등 특이한 이력인 그의 존재 덕에 다소 낯선 카바디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인도 전통 팀 스포츠인 카바디는 힌디어로 숨을 참는다는 뜻으로, 술래잡기와 격투기가 섞인 종목이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 카바디 대표팀은 4강 진입에는 실패했으나, 스포츠의 가치인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재차 각인시킨 우희준이었다.
치열한 경쟁이 한창인 아시안게임에서 사랑을 꽃피우는 이들도 있었다. 가라테 피재윤(대한가라테연맹)과 역도 김수현(부산시체육회), '다이빙 커플'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조은지(인천광격시청) 등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피재윤은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김수현은 동메달을 목에 걸며 서로를 위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또 우하람은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걸고 조은지를 연인이라고 소개하며 항저우 사랑꾼을 자처하기도 했다.
좋지 않은 이야기로 주목을 받은 선수들도 있었다.
'테니스 왕자' 권순우(당진시청)는 지난달 25일 테니스 남자 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636위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에 졌다. 패배 직후 화를 참지 못한 권순우는 라켓을 바닥에 내리쳤고, 상대 선수가 악수를 청해도 거부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국내 팬들뿐 아니라 외신에서도 권순우의 비매너를 지적했고, 결국 권순우는 자필 사과문을 작성하며 고개를 숙였다.
롤러스케이팅의 정철원(안동시청)은 결승선 통과 전 세리머니를 하다가 다잡았던 금메달을 놓쳐 논란이 됐다.
그는 지난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첸탕 롤러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롤러스케이트 남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뼈아픈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후반 선두로 달리던 한국은 마지막 주자 정철원이 결승선 앞에서 금메달을 예감하고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렸고, 그 사이 뒤에 있던 대만 선수가 왼발을 내밀어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한국의 최종 기록은 4분5초702로, 대만(4분5초692)과는 불과 0.01초 차이였다.
정철원의 실수로 대표팀 동료인 최인호(논산시청)가 병역 특례 혜택을 놓쳤고, 결국 정철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과문을 기재했다.
이들 외에도 e스포츠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초대 챔피언이 된 대표팀 에이스 '페이커' 이상혁(T1), 이번 대회 통해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키잉의 '전설' 김홍열(Hong10) 등이 화제를 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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