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김지운 감독이 고백한 모든 배우·영화감독의 괴로움…"덕분에 좋은 영화 탄생" [MD이슈]
[마이데일리 = 부산 노한빈 기자] 배우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이 모든 배우, 영화감독들이 겪는 괴로움을 고백했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BIFFXGENESIS 야외무대에서 '거미집' 오픈 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가 참석했다.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 보이기도 한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이날 송강호는 "제가 맡은 김열이라는 감독과 실제 김지운 감독님이 마음적으로 동의가 되고 동질성 있다"며 "배우만 쭉 해오다 보니까.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니까 그 순간은 외롭다. 어떤 때는 감독은 '컷, 오케이'만 하니까 참 편한 위치다 싶었다"고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이어 "배우만 너무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해 보니까 배우들은 힘들면 힘들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감독은 뭐든 책임을, 뭐든 결정을 본인이 해야 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만큼 무서운 게 없더라"라면서 "연기하면서 김지운 감독님이나 영화감독님의 마음을 조금 알겠더라"라고 덧붙였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외롭고 고독하다"고 감독이라는 직업을 설명한 그는 "인간적으로 연민이 가는 위치에 있는 분야가 아닌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을 통해 더 구체적인 감독의 감정을 느꼈겠지만 이미 그전에 감독이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아셨던 것 같다"며 "감독의 힘든 점은 오케이 사인을 해야 하는데 이게 맞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마치 도박판에서 자기 전 재산을 걸고 올인했는데 이게 잘 가는 건지 모르겠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게 맞는 건가', '내가 잘못 됐는데 오케이를 내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모든 시선들이 일시에 저를 보면서 '이게 맞는 겁니까' 물어보는데 제가 약해지면 안 된다. 감독이 약해지거나 명확하지 않으면 다 흔들리게 되니까 그런 공포와 두려움을 감춘다. 아프면 아프고, 불안하면 불안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해야 하는데 그걸 감추고 힘 있게 나가야 되고 다른 배우들한테 믿음을 줘야 한다"고 영화감독의 고충을 알렸다.
"나도 모르는데"라고 강조한 김지운 감독은 "그럴 때가 좀 힘들고 외로웠던 것이 같다. 모든 감독이 그러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김열 감독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내뱉은 대사 '어쩌면 제가 재능이 없는 걸까요'를 언급하며 송강호에게도 그렇게 자문한 순간이 있었는지 묻자 그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의 공통점 일 것"이라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 물음을 던진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재능을 떠나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정확한가', '올바르게 이끌려가고, 연기하고 있나' 이런 것들이 계속 자기를 괴롭히는 것 같다"면서 "그 괴로움 덕분에 좋은 장면이 나오는 거고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나 싶다"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고민을 털어놨다.
한편 '거미집'은 지난 9월 27일 개봉했으며,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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