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오부치 선언 25주년…한국은 '제2선언 필요'·일본은 관망"

박성진 2023. 10. 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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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불행한 과거사를 넘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고 합의한 '김대중(DJ)-오부치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8일로 25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일 정상의 새로운 공동선언에 대해 양국 간 입장차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이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되면서 한국 정부는 이를 후퇴시키지 않기 위해 새로운 공동선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역사 문제 표현을 놓고 관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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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일본서 '반성'·'사죄' 반복에 부정적 의견
밝게 웃는 한일 정상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5.7 kane@yna.co.kr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한국과 일본이 불행한 과거사를 넘어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자고 합의한 '김대중(DJ)-오부치 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8일로 25주년을 맞은 가운데 한일 정상의 새로운 공동선언에 대해 양국 간 입장차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이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일 관계가 크게 개선되면서 한국 정부는 이를 후퇴시키지 않기 위해 새로운 공동선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본 정부는 역사 문제 표현을 놓고 관망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윤덕민 주일본 한국대사는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양국 간 관계 개선의 기운을 살려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를 잇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새로운 공동선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대사는 새로운 공동선언에 양국 간 투자와 무역 환경의 개선 등 미래 지향적인 내용과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을 담을 수 있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못 박지 않았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1998년 10월 8일 발표한 공동선언에서 오부치 전 총리는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한다고 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오부치 전 총리의 역사 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양국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화답했다.

이 선언은 이후 한일 관계 발전의 토대가 됐다.

국경일 행사서 악수하는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와 가미카와 일본 외무상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윤덕민(왼쪽) 주일 한국대사가 3일 주일본 한국대사관 주최로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 국경일 행사에서 가미카와 요코(오른쪽) 일본 외무상과 인사하고 있다. 2023.10.3 sungjinpark@yna.co.kr

양국 관계는 문재인 전 정부에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놓고 악화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3월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총 15명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한다는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했으며 이후 양국 관계는 개선되기 시작했다.

한일 정상은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하면서 올해 3월 이후 반년 만에 두 정상은 6차례 회담을 했다.

닛케이는 "한국 내에서 새로운 공동선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보수파 일부에서 나온다"며 "윤 정권이 만든 한일 관계 개선의 기운을 확실히 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에서도 양국 안보 협력을 후퇴시키지 않는 관계를 바라는 의견은 공통되지만, 새로운 선언에 대해서는 관망하는 자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실제 선언을 정리하면 1998년 공동선언 문구를 어떻게 계승할지 논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선언에 포함된 반성이나 사죄 같은 문구를 반복하는 데 대해 일본 집권 자민당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

기시다 총리도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반성이나 사죄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만 말했다.

닛케이는 한국에서도 야당 일부 세력이 윤 정권의 대일 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내년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조율하기가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강한 신뢰 관계를 배경으로 제2의 공동선언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양측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며 "내외의 변화를 고려하면 새로운 시도는 의의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25년간의 교훈을 바탕으로 국내 정치용 타산에 의해 시민 교류를 방해하지 않는 새로운 선언이 요망된다"고 덧붙였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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