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겪는 공화당서 영향력 과시하는 트럼프…임시 하원의장 가능성도?

박영준 2023. 10. 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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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케빈 매카시 소속 하원의장의 해임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공화당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이 신임 하원의장으로 거론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후임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공화당 내 실세 행세를 톡톡히 하고 있다.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 두 차례 연속 불참하면서 공화당 내부와는 거리를 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상 초유의 하원의장 해임으로 흔들리는 공화당에서 영향력을 확인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공석이 된 하원의장 후보로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그는 훌륭한 하원의장이 될 것이고 내 완전하고 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의장 경선에는 조던 위원장과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출마 의사를 밝혔다. 조던 위원장은 2015년 1월 프리덤 코커스 설립 당시 9명의 발기인 중 한 명이자 초대 의장을 맡은 강경 보수 성향 인사다. 

조던 위원장은 미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하원의장 출마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조던 위원장은 “나는 대통령과 이것(출마)과 모든 종류의 문제에 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기대출 의혹 재판이 열리는 뉴욕주 법원에서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본인이 하원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한 모습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에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하원의장이 정해질 때까지 자신이 공화당 통합 차원에서 잠시 하원의장을 맡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에 친구가 많아 그들로부터 통합자(unifier)로서 연설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그들이 표를 얻지 못할 경우 나에게 장기적으로 누굴 구할 때까지 의장 자리 맡는 걸 고려해줄 수 있냐고 묻더라. 왜냐하면 나는 대선에 나가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이 결론을 내릴 때까지 내가 당을 위해 단기간 의장직을 맡을 수 있냐고 물었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다. 그들이 결론을 내릴 수 없어 필요한 경우라면 내가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AFP연합뉴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극우 성향의 강경파 의원으로 꼽히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 적임자라고 강조하며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추천한다면 그가 그 자리를 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하원의장이 되면 하원 의사당은 매일 트럼프 집회처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헌법에는 하원의장을 원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현재 하원의원이 아닌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론상으로는 하원의장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당규에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수많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원의장 선출을 하루 앞둔 10일,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10일 의총에서는 공화당 하원의장 출마자들의 정견 발표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그린 의원은 아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총에 참석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의회의사당. 신화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의사당을 방문하면 대선에 불복한 자신의 지지자들이 의회의사당에 난입해 폭동을 벌인 2021년 1월6일 이후 처음으로 의회를 방문하는 것이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의총 방문 검토는 하원의장 출마보다는 공화당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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