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극적인 반전…한국야구, 항저우서 ‘세대교체’ 길 열었다
한국야구는 지난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번째 경기 대만전에서 0-4로 완패했다. 습관처럼 ‘참사’라는 말이 다시 등장했지만, 내용을 알고 보자면 ‘참사’는 아니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8명이 가세한 대만 대표팀에 힘에서 밀렸다.
KBO리그 대표 ‘파이어볼러’인 선발 문동주와 마무리 고우석의 제구가 흔들리면, 대만 타자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대응했다. 한국 타자들은 이날 대만 좌완 선발 린여우민(보스턴 더블A)을 비롯해 줄지어 150㎞대 빠른공을 던지는 대만 투수들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했다. 질 만한 경기를 졌다.
대회 출발 당시의 흐름을 고려하면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야구대표팀은 지난 7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난 대만을 2-0으로 꺾고 대회 4연패에 성공했다.
선발투수도 똑같은 리턴매치. 0-4에서 2-0으로 스코어만 바뀐 것은 아니었다.
두번 째 만남. 25세 이하로 구성된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일주일간의 시행착오 끝에 진화한 모습이었다. 대만과 첫 만남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문동주는 조별리그 대만전에서 4번타자 린안커(퉁이)에 밋밋하게 밀려 들어가는 한복판 높은쪽 커브를 던지다 결정적 3루타를 맞았다. 또 주자를 3루에 둔 상황에서 헛스윙을 유발하는 원바운드성 변화구를 던지다 폭투로 이어지며 아쉬운 실점을 하기도 했다. 이날 문동주는 어정쩡한 코스로 들어갈 수 있는 변화구는 배제하고 공 하나하나에 신중한 공을 던졌다. 이 과정에서 포수 김형준의 리드도 첫 대만전과는 달랐다. 김형준은 좌우 보더라인 피칭을 할 때는 양사이드로 움직이며 혹여라도 실수 없는 제구를 유도했고,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노릴 때면 몸을 살짝 일으키며 타깃을 선명히 만드는 부지런함을 보였다. 6이닝 3안타 7탈삼진 무실점. 배터리 의도대로 경기를 흘러간 배경이었다.
타자들도 상대 선발로 린여우민을 다시 만나자 빠른 공 대응을 위해 ‘타이밍’을 조율하고 나왔다. 한국은 2회 1사 3루에서 김주원의 좌익수 뜬공으로 선제점을 올린 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형준과 김성윤이 린여우민의 빠른 공을 연이어 받아쳐 2·3루를 만들며 폭투로 추가점을 얻는 배경을 만들었다. 김형준과 김성윤 모두 린여우민과 첫 만남에서는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어 헛스윙을 연발했지만, 이날 대응이 완전히 달랐다. 린여우민은 2회 이후로 직구 빈도를 낮추며 투구 패턴에 스스로 변화를 가져갔다.
이번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은 야구경기가 이어진 일주일만에 부쩍 성장했다. 당초 이번 아시안게임은 KBO리그 중단 없이 이어간다는 전제로, 24세 이하 및 각팀별 최대 3명씩으로 차출을 제한했는데 어쩌면 굉장히 애매할 수밖에 없는 선발 기준 속에서도 당초 원했던 세대교체의 길을 열었다.
향후 대표팀 에이스로 뻗어갈 문동주와 더불어 리그 홈런왕으로 자라난 4번타자 노시환의 재능을 확인했다. 두 선수는 10년 이상 대표팀 투타를 이끌 재목으로, 실력을 입증한 무대가 됐다.
여기에 대표팀 마무리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 박영현이 불펜에서 반짝였고, 좌완 불펜요원 최지민 또한 뱃심 있는 피칭으로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보였다. 또 리그 전체 유격수 자원이 하나씩 나오는 가운데 이번 대회를 백업으로 시작했지만 홈런 2방에 깔끔한 수비력까지 보태면서 주전으로 결승전을 마친 김주원도 돋보였다.
여기에 대체선발 뒤 이번 대표팀 중심타자로 거듭난 외야수 윤동희와 비로소 이름값을 하기 시작한 강백호 그리고 3루수로뿐 아니라 1루수로도 뛰며 활용도를 높인 강타자 문보경 등 향후 국가대표팀 구성의 주요 자원으로 지명도를 높였다.
류중일 감독 및 대표팀 벤치에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이번 대회 순발력 있는 운용을 한 것도 ‘해피엔딩’의 배경이 됐다. 당초 구상과는 달리 타격감이 좋은 윤동희와 김주원을 중용하며 라인업에 빠른 변화를 가져간 것이 그중 하나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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