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로 자율주행차 넘어 코골이 시장까지 공략하죠" [긱스]
비트센싱은 '이미징 레이더' 개발 업체입니다. 단순히 특정 거리에 물체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수준을 넘어 크기 등을 감지하고 정보를 주는 레이더입니다. 비트센싱은 자율주행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웰니스 사업 등에 레이더 기술을 접목하며 혁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이재은 비트센싱 공동대표를 만나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레이더 기술의 발전 방향과 회사의 미래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라이다(Lidar)는 매우 비싼 장비지만 악천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활용하는데 공기 중에 입자를 만나면 산란하기 때문입니다. 비트센싱이 기상 악화에도 영향을 덜 받는 자율주행차용 이미징 레이더 기술에 집중하는 이유입니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41)는 "이미징 레이더는 라이다에 비해 비용을 2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 코골이 등 수면 시장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를 활용해 교차로에서 통행량을 정확하게 분석하거나 잠자는 사람의 수면 상태 등을 확인해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비트센싱은 현재 다양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천안-논산 고속도로 전 구간에 레이더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도시의 모든 도로를 레이더로 커버하면서 신호등을 제어하는 등 도시 전체를 스마트시티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관련 실증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징 레이더를 통해 자율주행차 시대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Q. 창업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A. 제가 전 직장인 만도에 다니면서 되게 충격적인 사고를 뉴스에서 봤는데요. 2015년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어요. 원인이 엄청 짙은 안개였거든요. 당시 제가 자동차용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레이더가 있었으면 그런 사고가 나더라도 몇 대 부딪히는 정도였을 겁니다. 그래서 레이더로 악천후로 발생하는 사고를 좀 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님을 한 세미나에서 만났는데요.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시고 그러는 분이라서 저도 나중에 연락 한번 드리겠다고 명함을 드렸죠. 그런데 다음날 바로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저녁 식사를 했는데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갑자기 창업하면 바로 투자를 하신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창업으로 이어졌고, 실제 퓨처플레이가 초기 투자를 해주셨죠.
Q. 자율주행차 센서로 라이다를 많이 떠올리는데요. 레이더가 라이다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A. 저는 그렇게 믿고 있고요. 창업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저희가 이미징 레이더를 처음부터 개발한 겁니다. 레이더가 라이다에 비해 드는 비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Q. 레이더가 물체와의 거리는 파악해도, 크기 등을 파악하는 데는 단점이 있는데요.
A. 저희가 CES에서 혁신상 받았던 제품은 이미징 레이더에 카메라가 결합돼 있는 형태였습니다. (물체 형상을 파악하기 위해) 이미징 레이더와 카메라 조합이 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이후 저희가 고객과 계약하는 제품은 이미징 레이더뿐입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 회사나 대형 부품회사들은 이미 카메라 솔루션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카메라를 일체화하지 않아도 그들이 '센서 퓨전'을 할 수 있거든요.
Q. 비트센싱의 레이더 제품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A. 데모 영상을 보시면 좀 더 이해가 쉬운데 저희가 신호를 처리하고 트래킹한 결과가 박스 형태로 제공이 됩니다. 색깔은 높이 정보이고요. 기존 레이더가 안 됐던 게 높이 정보를 몰랐거든요. 2020년 테슬라 차량 사고를 보면 트럭이 도로에 누워 있는데 그대로 들이받아요. 그런 사고는 막을 수 있다는 거죠. 저희 솔루션은 동시에 차량 256대를 트래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포인트 클라우드는 훨씬 더 많고요. 그 처리된 결과를 보여주는 게 256개 정도인 거죠.
Q. 물체가 있는데 왜 정지를 못 하고 들이받는 거죠?
A. 기존 레이더가 높이 정보가 없다고 했잖아요. 만약 테슬라 차량 사고 같은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서버리면 도로에 표지판이 있거나 고가도로가 있을 때도 서버립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물체 구분이 레이더로 안 되니까 카메라로 확인해서 차를 세워야 하거든요. 그런데 당시 카메라 인지 성능이 좀 떨어졌던 거 같습니다. 이미징 레이더로는 이런 게 구분이 되니까 사고를 막을 수 있겠죠.
Q. 이미징 레이더를 양산하는 시점에 가격을 라이다 대비 어느 정도 수준에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A. 라이다가 1000만원이라면 저희는 50만원도 안되게 할 수 있어요. 20분의 1도 안 된다는 거죠. 라이다를 쓰더라도 이미징 레이더를 활용하면 더 저렴한 제품을 쓸 수 있겠죠.
Q. 실제 기업들에 제품 공급이 이뤄지고 있나요?
A. 제품 양산은 2025년 정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국내 주요 자동차 부품회사와 이미 계약을 체결했고요. 글로벌 회사들과도 논의 중입니다. 독일 쪽에서 관심이 많습니다. 칩셋 회사들도 플랫폼화를 위해 레이더에 관심이 많고요. 모빌아이 같은 회사가 자동차용 전방 레이더 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거든요. 시장을 장악하고 싶어 하죠.
Q. 이미징 레이더가 자율주행차뿐만 아니라 스마트시티에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A. 저희가 센서를 통해 도로 상황을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어요. 교차로에서 통행량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까지 가능하고요. 교통량에 따라 신호등 제어도 할 수 있겠죠. 앞으로 모든 도로를 레이더로 다 커버를 하자는 게 저희 생각이고요. 그러면 도시 전체가 스마트시티가 되는 거죠. 제주도에서 실증 사업도 했고요. 천안-논산 고속도로 전 구간에 저희 레이더를 깔 예정입니다. 아직 밝힐 수는 없는데 꽤 큰 규모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있고요. 해외에서도 관심이 많아 태국에서도 실증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Q.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자율주행 레이더를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스마트시티 관련 부분이 현재 '캐시카우'가 되고 있고요. 올해는 100억원 이상 매출 예상하고 있고, 내년에는 300억원 이상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Q.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A.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요. 다만 그 시점은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라이다는 악천후에 취약한데요. 4~5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때 폭우가 온 적이 있는데 당시 자율주행 차량들이 다 데모를 취소했거든요. 라스베이거스는 폭우가 거의 없는 곳이라 대비를 못한 거죠. 물론 레이더도 눈 같은 게 계속 차량에 쌓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이런 경우에는 미리 경고를 띄워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겁니다.
Q. 코골이 등을 파악하는 웰니스 제품에도 레이더를 쓸 수 있다던데요?
A. 이 사진처럼 침대 위에 실내용 레이더를 달아요. 그러면 레이더가 잠자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해요. 매우 정밀하게 감지를 하는데 수면 중에 호흡을 하면 흉곽이랑 복강을 움직이잖아요. 이런 것까지 감지합니다. 사람이 잔다고 판단이 되면 조명을 점점 어둡게 해주고 나중에는 TV까지 꺼주고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죠. 건설사와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레이더를 이런 웰니스 제품에까지 쓸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신 건가요?
A. 차량 내부에서 아이들 질식사를 막기 위해서 유럽이나 북미에서 관련 기기가 의무 장착될 예정입니다. '차일드 프레젠스 디텍션'이라는 기능이 의무적으로 차량에 있어야 하는 겁니다. 업체들이 저희에게 이런 기능이 되느냐고 문의가 와서 독일까지 가서 데모도 보여주고, 파트너십 맺고 지속적으로 개발을 해왔어요. 그러다 수면 시장까지 눈을 돌린 거죠. 수면 모니터링에 대해서는 저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반도체 회사들한테 인정을 받고 있어요.
Q. 투자 유치는 얼마나 하셨나요?
A. 작년 9월에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누적 투자액은 280억원 이상입니다. 해외 쪽에서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고 싶다는 얘기가 있어서 추가 투자 유치 검토하고 있는 게 있고요. 국내 대형 전자회사와도 투자 논의를 하고 있어요.
Q. 현재 직원은 몇 명 정도입니까?
A. 70명 조금 넘습니다. 개발자들이 대부분이고요.
Q. 독일 등 해외 진출에 기대가 커 보이는데요.
A. 해외 지사가 생긴다면 독일이 가장 먼저일 가능성이 높고요. 올해 안에 상당한 규모의 거래가 독일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 중장기적 경영 전략이 있을까요?
A. 저희가 단기적으로는 스마트시티를 먼저 개발해서 캐시카우를 만들자고 시작한 거고요. 그게 실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거고, 다음으로 자동차 쪽에서 생각보다 더 빨리 기회가 오고 있습니다.
Q.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A. 저희 어머니가 요즘도 이야기하시는데 제가 어릴 때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할 거다"라고 했었대요. 의대나 이런 곳도 주변에서 많이 권유했지만 저는 그쪽은 싫었어요. 뭔가를 개발하고 새로운 거를 하길 좋아했던 것 같고요. 만도에서 처음에 3명이서 레이더 사업을 시작했죠. 진짜 '맨땅에 헤딩'했는데 신호 처리 공부를 해서 직접 시뮬레이션하는 등 바닥부터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레이더 시스템 설계에서 양산까지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몇 명 안 됩니다. 당시 팀원들이 지금 비트센싱에 있고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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