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영화의 거장 英 영화감독 테렌스 데이비스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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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먼 목소리, 조용한 삶'(1988)으로 유명한 영국의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테렌스 데이비스가 7일(현지시간)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리버풀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고인의 삶과 경험을 토대로 한 이 3부작은 영국 국내는 물론 유럽과 북미의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과 더불어 상도 받았다.
1988년에는 첫 장편영화인 '먼 목소리, 조용한 삶'을 내놓았는데 이는 지금도 고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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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옮겨… "화면에 압축된 미학"
영화 ‘먼 목소리, 조용한 삶’(1988)으로 유명한 영국의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테렌스 데이비스가 7일(현지시간)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BBC에 따르면 데이비스의 매니저는 “고인이 짧은 투병 끝에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무슨 병을 앓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16세 때 다니던 학교를 때려치운 고인은 10년간 상점 종업원 등으로 일한 뒤 고향 리버풀을 떠나 코번트리 드라마 학교에 들어갔다. 그곳에 다니는 동안 첫번째 단편영화이자 자전적 요소가 강한 ‘칠드런’(1976)의 각본을 썼다. 이후 국립영화학교로 옮겨 본격적인 영화 수업에 돌입했다. 그 시절 ‘마돈나와 어린이’(1980) ‘죽음과 변신’(1983) 두 편의 단편영화를 더 만들었는데 이는 ‘칠드런’과 더불어 테렌스 데이비스 3부작으로 불린다. 리버풀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고인의 삶과 경험을 토대로 한 이 3부작은 영국 국내는 물론 유럽과 북미의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호평과 더불어 상도 받았다.
1988년에는 첫 장편영화인 ‘먼 목소리, 조용한 삶’을 내놓았는데 이는 지금도 고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 뒤로도 ‘긴 하루의 끝’(1992) ‘환희의 집’(2000) ‘리버풀의 추억’(2008) ‘더 딥 블루 씨’(2011) ‘선셋 송’(2015) ‘조용한 열정’(2016) ‘베네딕션’(2021) 등 영화를 잇따라 연출했다. 이들은 동시대 영국 영화계 주류 감독들과는 전혀 다른 영화 세계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의 리얼리즘 영화들이 노동계급의 일상을 세밀하게 조명하는 반면 고인의 작품은 빛과 어둠이 빚어내는 움직임과 리듬만으로 기억과 시간을 그려낸다. 그의 영화를 두고 “한 편의 시(詩)를 읽는 것 같다” “화면 안에 모든 미학이 압축된 느낌이다” 등 감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 영화를 무시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던 프랑스 거장 장 뤽 고다르(1930∼2022)조차 데이비스의 작품에 대해선 ‘걸작’(magnificent)이라고 호평한 것으로 전해진다. 잭 로던, 피터 카팔디, 아기네스 딘, 레이첼 와이즈, 질리언 앤더슨, 신시아 닉슨 등이 고인과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다.
칸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것을 비롯해 영국영화평론가협회상, 로스앤젤레스(LA)영화평론가협회상, 벨기에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을 받았다. 영국 아카데미가 주는 ‘최고의 영국 영화상’(2001)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11월 영화의전당에서 고인의 작품 세계를 조명한 ‘테렌스 데이비스 기획전’이 열린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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