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망대에 문재인 대통령 휘호만 없는 이유는

윤정훈 2023. 10. 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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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개관한 오두산 통일전망대
역대 대통령 통일 휘호 전시
초대 이승만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10명 휘호
문재인 대통령 빠져있어…“요청했지만 못 받아”

[파주=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만든 파주의 오두산 통일전망대. 이곳에는 역대 대통령의 통일 휘호가 걸려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휘호만 빠져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1층에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의 휘호가 차례로 전시돼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지난 6일 방문한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오두산 통일전망대. 오두산 통일전망대는 남한에서 북한을 육안으로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중 한 곳이다.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아 남북 분단의 실상을 이해하고, 통일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1992년 노태우 대통령시절 개관했다. 그동안 다녀간 인원만 2000만명이 넘는다. 이곳에는 한국의 통일 정책, 분단의 아픔,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작품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전시 중이다.

역대 대통령의 통일 휘호를 비교해 보는 것도 전망대에서 느낄수 있는 재미다. 시대에 따라 통일에 대한 생각과 바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볼 수 있다. 휘호는 통일교육원이 2012년 전시를 하면서 제작했던 것을 통일전망대에는 동판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특이점은 전임 문 전 대통령의 휘호만 빠졌다는 점이다. 문 전 대통령 외에는 재임기간이 짧았던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의 휘호가 제외됐다. 이들을 뺀 10명 전·현직 대통령의 휘호를 만날 수 있다.

6일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1층에 역대 대통령의 휘호가 전시돼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은 ‘統一最先’(통일최선)이라고 적었다. 우남 이승만 박사 서집에 실린 이 전 대통령이 쓴 글을 휘호를 확대해 제작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國力培養 統一成就’(국력배양 통일성취)라는 휘호로 통일의지를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는 1975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위해 쓴 것으로 원본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民族和合 民主統一’(민족화합 민주통일)이라고 쓴 휘호를 2012년 2월 통일교육원에 기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우리 後世(후세)는 統一(통일)의 기쁨 속에서 前進(전진)하기를 念願(염원)하며’라는 휘호를 남겼다. 재임 시절인 1992년 2월 2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찾아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각각 당선된 대통령 선거일에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기념으로 방명록에 쓴 글을 휘호로 제작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제14대 대통령 선거일인 1992년 12월18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해 ‘南北統一’(남북통일)이라는 휘호를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이 당선된 15대 대통령 선거일에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기념으로 ‘安保(안보) 平和(평화) 交流(교류) 그리고 統一(통일)’이라고 남긴 글을 휘호로 만들었다.

6일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관람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임진강 건너편은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관산반도 일대다.(사진=윤정훈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글로 ‘평화를 다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이라는 휘호를 적었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2007년 10월 2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육로 방북한 것을 기념해 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相生共榮 平和統一’(상생공영 평화통일) 휘호로 현 정부의 통일 정책을 표현했다. 2011년 12월 21일 당시 류우익 통일부장관을 통해 전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어 세계평화에 기여하길’이라고 적은 휘호를 2016년 통일부에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의 헌법적 가치를 담은 ‘자유 평화 통일’이라는 휘호를 통일부에 전달했다.

문 전 대통령의 휘호가 빠진 것에 대해 통일부는 “지난 정부 시기에 통일부에서 수차례 청와대에 요청했으나, 결국 휘호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6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달항아리’로 유명한 강익중 작가와 이산가족 약 4000여명의 고향 그림으로 제작한 ‘그리운 내 고향’을 관람객들이 둘러보고 있다(사진=윤정훈 기자)
이날 방문한 통일전망대에선 북한의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망원경으로 보면 멀리 농사하는 북한 주민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북한과 거리가 2.1㎞로 매우 가깝다. 짧게는 460m 밖에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이에 실향민들은 이곳 야외에 마련된 망배단에서 추석 명절 등에 제사를 지낸다. 또 야외에는 해방후 북한의 민족지도자로 조선민주당을 창당해 통일국가를 건설하려 했던 고당 조만식 선생상이 있다.
북한 주민이 추수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통일전망대)

윤정훈 (yunrigh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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