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만 바라보는 YG 주가…아티스트에 울고 웃는 엔터주
블랙핑크 멤버들의 한마디에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YG와 블랙핑크의 전속 계약은 이미 8월 7일 종료됐다. 블랙핑크의 완전체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멤버들은 9월 열린 서울 콘서트에서 ‘마지막’, ‘끝’ 등의 표현을 썼다. 서울 공연이 월드투어의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제를 제외한 멤버들의 재계약이 불발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추측만 무성한 상황에서 YG는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주가는 연일 하락했다. 블랙핑크 계약 종료 다음 날인 8월 8일 대비 주가(9월 27일 기준)는 약 두 달여 만에 22.7% 떨어졌다. YG의 2분기 실적이 28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09% 넘게 뛰었지만 주가는 오직 블랙핑크만 바라봤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달째 블랙핑크의 재계약 관련 공식 발표가 없어 시장 불신이 극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JYP 주가 27배 끌어올린 일등 공신은?
지난 몇 년간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K팝 시스템 만들기’에 힘을 쏟았지만 주가는 ‘사람 장사’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종의 성장성과 별개로 대표 연예인에 따른 주가 변동성 문제가 여전한 것이다. 당장 초대형급 아티스트가 벌어들이는 앨범 판매량과 콘서트 매출 등이 기업 수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역시 2015년 10월 4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가 걸그룹 트와이스의 성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뛰었다. 2018년 데뷔 4년 차였던 트와이스가 수익화 구간에 진입하면서 JYP 매출은 2017년 대비 21% 뛰었고 영업이익은 1년 만에 47% 성장했다. 그해 주가는 3만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연초 2조원대였던 JYP의 시가 총액은 4월 처음으로 3조원을 넘었고 5월 4조원대에 올라 7월 5조원을 기록했다. 트와이스의 월드투어로 콘서트 매출이 늘었고 보이 그룹 스트레이키즈가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가수 2위에 오를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공은 JYP가 가장 먼저 뛰어든 ‘K팝의 시스템화’가 한몫했다. JYP는 2018년 멀티 레이블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구조적 성장을 이뤘다.
멀티 레이블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들을 각각 전담하는 여러 레이블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는 JYP가 처음 멀티 레이블 체제를 도입했다. 엔터 기업 설립자 위주로 돌아갔던 K팝의 고질적인 경영 스타일이 아니라 전담 팀을 꾸려 아티스트의 음반 발매와 굿즈 판매 등을 시스템을 효율화한 체제다.
JYP가 아티스트의 음반 활동에 집중하며 효율화에 나서자 2017년 19%였던 영업이익률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23%→28%→30.6%→29.9%→27.9%를 기록했다. 엔터업계에선 ‘꿈의 영업이익률’이다.
하이브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방탄소년단(BTS)의 존재감이 가장 크다. 지난해 6월 BTS가 완전체 활동의 휴식을 선언한 다음 날 주가는 무려 24%나 급락했다. 시가 총액은 2조원이 증발했다. 2021년 11월 42만15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해 10월 10만7000원까지 떨어지며 4분의 1 토막이 났다.
최근 BTS가 전원 재계약을 완료했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BTS가 활동을 시작하려면 최소 2년이 남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하반기 들어 엔터주는 일제히 하락세다. 상반기에 가파르게 상승했던 만큼 성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된 데다 차익 매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수익원이었던 BTS 단체 활동이 일단락되면서 공백을 채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이브의 또 다른 숙제는 미국 법인이다. 하이브는 2021년 미국 종합 엔터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했다. 약 1조원 규모로, 한국 엔터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였다. 인수 당시 고평가 논란이 있었는데 인수 직전 이타카홀딩스의 매출은 1554억원, 영업이익은 19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이타카홀딩스는 이번 상반기 74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914억원에서 19%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63억원에서 30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2월 3140억원을 들여 인수한 QC미디어홀딩스 역시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연간 매출 798억원, 순이익 5억원에 불과한 회사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것이다.
실적 축소보다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 문제가 더 시급하다. 이카타홀딩스 소속이었던 아리아나 그란데 등 톱스타가 회사와 결별한다는 보도가 미국 빌보드 등을 통해 나왔다.
주요 아티스트 컴백 부재, 단기 악재일까
올해 상반기까지 엔터주는 배터리주와 함께 가장 뜨거운 종목으로 꼽혔다. 하이브는 62.3% 올랐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39.24%, JYP와 YG는 각각 92.9%, 75.4%씩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률(14.7%)이나 코스닥의 상승률(27.8%)을 크게 웃돈다.
하반기에는 상황이 반전됐다. 최근 3개월 새 하이브는 18.4%, JYP는 10%, YG는 20.4% 하락했다. 주요 아티스트의 컴백 부재와 재계약 불확실성 등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누른 영향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엔터주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앨범과 공연 매출 호조세가 유지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반기에 출범하는 신인 그룹들이 흥행하면 엔터 산업의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주요 K팝 기업의 음반 판매량은 3분기 들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공연은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하반기에만 엔터 4사의 신인 데뷔가 6~7개 팀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실적이 강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M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523억원으로 3개월 전(1335억원)보다 14.08% 증가했다. JYP는 13.55%, YG는 12.94% 늘었다. 지난해 반기 매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하이브 역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2700억원에서 2820억원으로 4.44% 늘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지금같은 앨범 고성장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나오지만 K팝은 앨범으로 끝날 산업이 아니다”며 “음원 흥행과 투어 규모 확대, 기념 상품(MD) 등으로 이어지는 IP 확장 흐름이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결부돼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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