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기로 ‘어뢰 투하’ 세계 첫 성공…신개념 해전 시대 온다
뇌격기 기능…해전에서 새 역할 기대
무인기에 어뢰를 매달아 바다에 투입하는 실험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기존의 군용 무인기는 육상에서 폭탄이나 미사일을 투하하는 데 사용돼 왔다. 무인기가 향후 잠수함 등을 공격하기 위한 새로운 해전용 무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영국 방위산업체인 BAE 시스템스와 말로이 에어로노틱스는 최근 포르투갈 해안에서 진행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훈련에 자신들이 개발한 ‘T-600’이라는 무인기를 투입해 대잠수함용 어뢰를 바다에 투하했다고 밝혔다. 무인기를 통한 어뢰 투하 시험은 전 세계적으로 처음 성공했다.
지금까지 무인기는 육상 하늘을 날면서 미사일을 쏘거나 폭탄을 투하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이번에 해상에서 무인기를 띄워 어뢰를 발사하는 시험이 성공하면서 해전 중 선택할 수 있는 무기가 현재보다 다양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어뢰는 T-600 동체 아래에 장착된다. 길이 2.6m짜리 1기를 매달 수 있다. BAE 시스템스가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사람이 원격 통제장치를 조작해 T-600을 공중에 띄운 뒤 훈련 해역으로 이동시키고, 그 뒤 해수면 수m 상공에서 어뢰를 투하한다.
T-600을 들어올리는 힘은 전기 배터리에서 나온다. 프로펠러는 모두 8기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T-600은 200㎏짜리 물체를 싣고 시속 140㎞로 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는 80㎞다.
T-600의 동체는 경차와 맞먹을 정도로 크다. 하지만 동체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T-600을 수납하고 운송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T-600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어뢰를 투하하는 군용기로 널리 사용되던 ‘뇌격기’의 역할을 연상시킨다. 뇌격기는 해전에서 미사일 사용이 일반화하기 전까지 함포와 더불어 적함을 공격하는 주요 무기였다. 다만 T-600은 무인기인 만큼 과거 뇌격기처럼 조종사 인명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체와 어뢰 숫자가 충분하다면 적을 향해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도 있다.
향후 BAE 시스템스는 T-600의 성능을 향상한 새로운 무인기인 T-650을 개발할 계획이다. BAE 시스템스는 공식 자료를 통해 “T-650은 대잠수함전은 물론 물자 보급과 사상자 이송에도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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