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악연, 운명 같은 장난… 모든 악조건 다 이겨낸 안세영의 ‘대관식 드라마’
‘천적’ 천위페이 만나 마침내 승리
앞선 AG, 올림픽서 연이어 쓴맛
두번의 눈물 씻으려 악착같이 훈련
과거 아픔·원정·부상 등 모두 이겨내
왕관 모양 하면서 금메달 기쁨 만끽
◆ 항저우 아시안게임 ◆
7일 중국 항저우 빈장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과거에 아픔을 안겼던 천위페이를 상대로 안세영은 1세트 도중 닥쳐온 부상마저 이겨내는 초인적인 힘을 과시했다. 부상 이후 펼친 안세영의 지능적인 플레이에 천위페이는 오히려 힘을 잃었고, 막판에 무너졌다. 안세영은 그토록 종합 대회에서 자신을 괴롭혀왔던 상대, 천위페이를 세트 점수 2대1(21-18 17-21 21-8)로 누르고 자신의 올해 버킷리스트, 아시안게임 금메달 꿈을 이뤘다.
고교 1학년 때였던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안세영은 천위페이에게 0대2로 졌다. 자신의 부족함을 느낀 그는 “하루도 안쉬고 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말 그렇게 했다. 주변에서 말릴 정도로 독하게 훈련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지만 남 탓, 상황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 안세영은 8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또 상대가 천위페이였다. 안세영은 이날 2세트 도중 발목을 다쳤다. 끝까지 덤볐지만 끝내 또 0대2로 패했다. 안세영은 당시 많은 눈물을 흘리면서 “일본에서 멋진 달을 봤는데 소원은 안 이뤄지더라”면서 “인내심과 집중력에서 천위페이보다 부족했다. 후회없이 준비했는데, 이렇게 해도 안됐으니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천위페이는 여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때까지 안세영은 천위페이에 5전 전패를 당했다. 안세영은 더 독하게 마음먹고 훈련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성과가 났다.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마스터스에서 천위페이를 처음 꺾었다. 올해는 더 많이 이겼다. 지난해까지 1승8패였던 상대 전적이 올해는 아시안게임 전까지 6승10패까지 따라잡았다.
그러나 운명처럼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 만난 상대가 천위페이였다. 고향인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던 천위페이는 역시 쉽지 않은 상대였다. 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있었다.
승부는 팽팽했다. 안세영은 차분하게 맞섰다. 1세트 막판 18대17 리드를 잡았던 상황. 갑자기 안세영에게 부상이 찾아왔다. 오른 무릎을 잡은 그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경기를 더 치르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잠시 걷던 안세영은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3세트 21점을 따낸 순간, 안세영은 곧장 코트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5년동안 그토록 힘들게 했던 상대, 천위페이를 아시안게임에서 무너뜨렸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다리를 절뚝이던 그는 이내 두 손으로 머리에 왕관 모양을 하며 금메달을 자축했다. 세계선수권 우승, 세계 랭킹 1위에 이어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노력과 근성으로 스스로 대관식을 완성했다. 천위페이와 악연도 이제 훌훌 털었다.
시상식 후, 안세영과 천위페이는 손을 맞잡으며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고, 위로했다. 경기 후 천위페이는 “안세영이 많이 발전했다. 훌륭한 선수”라고 했다. 안세영도 “천위페이 덕분에 명경기를 뛸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지난 5년을 떠올렸다. 그는 “이곳에 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동안 이 무릎 통증을 안고 훈련했고 경기도 했다. 그래도 모두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명경기를 치르고, 안세영은 절뚝이는 다리로 부축을 받으며 체육관을 떠났다. 그토록 바라던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다.
항저우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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