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저평가’ 은행 기업가치 곧 오른다고?…은행권 ‘비이자이익’ 확대가 긍정적인 까닭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국내은행의 기업가치가 여타 주요 국가 은행들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저평가’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나타나는 은행 수익구조의 다변화로 기업가치 제고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이자이익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곧 시장 평가를 향상시킬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6일 한국금융연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은행 기업가치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에서 인식하는 국내은행의 기업가치는 비슷한 영업모델을 가진 해외은행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이다.
실제 영국 금융전문지 ‘더 뱅커(The Banker)’가 발표한 ‘2023년 글로벌 100대 은행’에 포함된 국내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치(2022년말 기준)은 0.32배로 집계됐다. 이는 영국(0.56), 일본(0.57), 미국(0.98)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시장에서는 PBR이 1배 이상일 경우 해당기업의 경영진이 현재의 자산과 부채를 가지고 장부가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100대 은행에는 KB금융, 신한금융, 산업은행, 하나금융, 우리금융, 기업은행 등 6개 금융사만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외에 국내 은행업 전체 PBR 또한 2022년말 기준 0.39배로 2011년 이후 1배보다 낮은 수준에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은행의 경우 영업모델이 비슷한 해외은행보다 자본비율이 더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100대 은행에 속한 국내은행 BIS(국제결제은행) 총자기자본비율(2022년말 기준)은 평균 15.9%로 미국(13.9%), 일본(13.7%) 등에 비해 높다. 이는 곧 건전성 측면에서 국내은행이 양호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국내은행의 PBR이 낮은 원인으로는 ▷수익의 지속가능성 저하 ▷낮은 배당성향 ▷은행주 보유 관련 규제에 따른 수요 제한 등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보고서는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점이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금리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안정적이지 못한 높은 수익 변동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은행의 수익구조에서 이자이익 비중은 지난해말 기준 94%에 달한다. 글로벌 100대 은행의 이자이익 비중이 60%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익 대부분이 이자이익에 따라 좌우되는 셈이다.
하지만 보고서는 최근 은행산업의 비이자이익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에 따라 국내은행의 기업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이자이익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리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수익 비중이 덩달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초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과제 개선과 관련해 ▷자산관리서비스 활성화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벤처투자 및 해외진출 확대 등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은행들이 취급할 수 있는 신탁 가능 재산을 확대하는 등 신탁업 영업을 개선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도 점차 해외 진출 등 비이자이익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실제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 또한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올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3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수수료 이익과 외환 파생 관련 이익 또한 상승세를 보였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업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려는 정책적 노력이 제시된 만큼, 영업모델 다각화에 따른 수익의 지속가능성이 제고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은행산업 PBR이 개선되는 등 은행 기업가치가 제고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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