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탐사는 지구 밖 ‘보물섬’을 향한 여정

김태희 기자 2023. 10.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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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시케' 미션 시작
프시케. NASA 제공

❋ 편집자주. 프시케는 인류가 16번째로 발견한 소행성입니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안니발레 데 가스프리스가 1852년 3월 17일에 발견했습니다. 그리스어 프시케를 영어로 읽으면 ‘싸이키’가 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발사를 싸이키 미션, 탐사선을 싸이키라 부릅니다. 기사에서는 소행성과 미션, 탐사선 모두 프시케로 표기했습니다

2023년 10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궤도 탐사선 ‘프시케’가 소행성 ‘16 프시케’로 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의 신 에로스의 연인인 프시케의 이름을 딴 이 소행성은 그동안 발견된 가장 크고 무거운 금속질 소행성 중 하나다.

16 프시케로 향하는 궤도 탐사선은 머나먼 우주로 향하는 동시에 인류가 발 딛고 있는 땅 가장 깊숙이 들어간다. 과학자부터 사업가까지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소행성, 16 프시케 탐사 미션을 살펴본다.

프시케 임무에서 궤도 탐사 예정 순서는 A-B-D-C-B다. 관측 중 소행성 표면을 비추는 햇빛의 양 변화와 임무 시행 가능성에 따라 진행된다. NASA, 과학동아 제공

● 5억 km를 날아 도착할 금속질 소행성

“우리는 최초로 바위나 얼음이 아닌 금속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탐험한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5년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6 프시케를 탐사하는 프시케 미션의 첫발을 뗐다. 2011년 이론 연구를 시작으로 2015년 가을부터는 대규모 연구팀을 꾸려 16 프시케 탐사 계획을 본격적으로 수립하고, 2017년 1월 4일 마침내 소행성 궤도 탐사선 ‘프시케’를 보내 소행성을 탐사한다는 프시케 미션을 최종 결정했다.

탐사선 프시케는 오는 10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이후 6년의 비행을 거쳐 2029년 8월 16일, 소행성 16 프시케에 도달한다.

16 프시케는 찌그러진 타원형으로 ‘감자같이 생긴’(NASA의 표현이다) M형(금속질) 소행성이다. 가장 넓은 지점의 가로 길이가 280km나 되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크고 무거운 M형 소행성 중 하나다.

탐사선은 소행성에 도착해 21개월 동안 16 프시케의 궤도를 돌며, 소행성의 지질학적 특성, 원소 구성, 질량 분포를 파악할 계획이다. 성공하면 인류 최초의 M형 소행성 탐사 미션 기록이다. M형 소행성은 워낙 적고 멀리 있어 그동안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3년 10월 발사될 예정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궤도 탐사선 프시케. 프시케는 화성의 중력과 태양 전기 추진력을 사용해 5억 km이상 떨어진 소행성 16 프시케까지 날아갈 예정이다.NASA, Frank Michaux 제공

소행성은 천체가 반사하는 빛의 스펙트럼에 따라 주 성분을 파악해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C형(탄소질) 소행성, S형(석질) 소행성 그리고 M형 소행성이다. 이중 C형 소행성은 전체 소행성의 약 75%로 가장 많다.

일본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2018년 표면 시료 샘플을 채취했던 ‘162173 류구’가 C형 소행성이다. S형 소행성은 전체 소행성의 약 17%를 차지한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대부분의 운석이 S형 소행성의 파편이다.

M형 소행성은 철이나 니켈을 포함한 금속 성분과 암석이 섞여 있다. 태양계 내에 있는 소행성 중 M형 소행성은 약 8%에 불과하다. 또 지구 공전 궤도 근처에 있는 근지구소행성(NEA)도 S형 소행성과 C형 소행성 위주인지라, 직접 M형 소행성을 연구하기가 어려웠다.

16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분포한 소행성 벨트에 위치한다. 지구와의 거리는 약 5억 126만 km. 9월 5일 대전에서 만난 김명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책임연구원은 “16 프시케를 포함해 화성과 목성 사이에 분포한 소행성들은 모두 ‘행성이 되다 만 천체’”라고 설명했다.

약 46억 년 전 태양이 만들어지고 이후 태양을 중심으로 주변부 물질이 뭉쳐져 총 8개의 행성이 형성됐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이다. 이 행성들은 현재 비교적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다. 하나의 예외, 화성과 목성 사이만 빼고 말이다.

1766년 독일의 수학자 요한 티티우스가 처음 발표하고, 1772년 베를린 천문대장이었던 요한 보데가 정리한 ‘티티우스-보데’ 법칙에 따르면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6개 행성(수금지화목토)의 태양과의 거리(궤도 긴반지름) a는 a=0.4+(0.3×2n)이란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여기서 금성의 n값은 0, 지구는 1, 화성은 2, 목성은 4, 토성은 5다.

약 45억 년 전, 암석 덩어리가 뭉쳐져 지구가 되는 과정에서 무거운 금속 원소는 깊은 중심으로 가라앉아 금속성 핵을 만들었다. M형(금속질) 소행성은 철과 니켈 등 지구 내핵과 같은 금속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M형 소행성을 행성이 되다만 것으로 추정한다. ASU, Edward Garnero 제공

천문학자들은 n값이 3인 지점에도 행성이 있을 것이라 믿고, 한동안 탐색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그곳엔 찾던 행성은 없었고 수많은 소행성만 거대한 띠를 만들고 있었다.

소행성 벨트에 분포한 110만~190만 개의 소행성이 하나의 행성으로 뭉쳐지지 못한 것은 목성 때문이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강력한 중력을 가진 목성이 궤도를 돌며 행성 형성 과정을 방해했다”며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모여서 웅성대다가 선생님이 근처를 지나가면 다 흩어지는 것과 유사하다”고 재밌는 비유로 설명했다.

● 프시케 미션은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소행성들은 초기 태양계의 비밀을 풀 ‘열쇠’로 꼽힌다. 김 책임연구원은 “소행성이 다른 행성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겉과 속이 같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구는 핵과 맨틀 그리고 지각으로 구분된다.

이런 지질학적인 구조는 지구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온도와 압력, 밀도가 커 만들어졌다. 강한 중력과 압력은 형태적인 변형도 유발했다. 지구는 더이상 태양이 막 만들어졌을 당시의 모습이 아니다.

반면 소행성은 원시 태양계 당시 만들어졌던 울퉁불퉁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특히 M형 소행성 16 프시케는 ‘행성이 되다 만’ 특징을 강하게 보인다. 지구의 내핵은 철과 니켈 같은 금속으로 이뤄져있는데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16 프시케 역시 암석과 금속의 혼합물로 이뤄져있으며 전체 부피에서 30~60%가 금속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사실들을 토대로 M형 소행성이 변형되지 않은 초기 태양계 행성의 내핵이라 추론하고 있다. 수십 억 년 전 행성으로 성장하는 도중에 혹은 행성으로 성장한 이후에, 근처를 지나는 목성 때문에 파괴돼 행성의 핵이 조각나 소행성으로 떠돌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프시케 미션은 단순히 소행성을 탐사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번도 들여다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을, 지구 내핵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캐내는 의미가 있다.

● 지구 밖 보물섬, 우주 채굴 시대 다가와

민간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 플래니터리 리소시스가 발표했던 소행성 자원 채굴 상상도. 근지구소행성(NEA)을 지구 근처로 끌고 오는 방법이다. Planetary Resources 제공

NASA는 약 2년 동안 4개의 궤도로 16 프시케를 돌며 M형 소행성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를 캐올 계획이다. 과학 연구 목적이지만 M형 소행성에 희귀 금속이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된다면 소행성 자원 채굴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소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하려는 아이디어는 이미 오래 전에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인 1977년 미국의 우주비행사이자 과학자였던 브라이언 올리어리가 처음 제안한 이후 소행성의 광물을 채굴하려는 시도는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doi:10.1126/science.197.4301.363)

민간 소행성 채굴 기업들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다. 1세대 민간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이자 가장 유명했던 ‘플래니터리 리소시스’와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는 현재 없는 회사다.

2009년 설립됐던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구글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였던 래리 페이지와 마찬가지로 구글 CEO를 역임했던 에릭 슈밋이 설립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플래니터리 리소시스는 2016년, 소행성 탐사 및 채굴을 위한 장치와 시스템 등을 개발해 미국 특허에 등록하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2018년 금융위기 당시 재정문제로 블록체인 기업에 합병됐다가 2020년에는 모든 지적재산권을 포기하고 하드웨어 자산 역시 경매에 부치며 소행성 채굴이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 무릎을 꿇었다.

2013년 설립된 딥 스페이스 인더스트리 역시 소행성 탐사 및 채광용 우주선 개발을 목표로 수년간 많은 투자를 받았지만 2019년 경영 악화로 브래드포드 스페이스란 위성 제어 시스템 개발 업체에 인수됐다.

그런데도 소행성 채굴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계속 설립되고 있다. 스페이스X와 NASA에서 근무했던 과학자들이 2022년 1월에 설립한 미국 아스트로포지가 현재 가장 유명한 M형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이다.

아스트로포지는 백금, 팔라듐, 이리듐 같은 희귀 금속이 고농도로 분포해 있는 소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할 계획이다. 아스트로포지를 공동 창업한  매튜 지알리치 CEO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10년 안에 백금을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스트로포지는 레이저로 소행성 표면의 물질을 증발시킨 뒤 증기 속에 필요한 물질을 모으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알리치 대표는 “물질을 기화 및 이온화한 뒤 질량 분석기로 원소를 분류하는 실험까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 채굴 기업이 이렇듯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 ‘칠전팔기’로 도전하는 까닭은 지구 밖 소행성에 매장된 희귀 금속의 양이 방대할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16 프시케에는 철과 니켈뿐만 아니라 금과 백금도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추산 가치는 무려 1000경 달러에 이른다. 한국 돈으로 조대를 넘어 133해 1500경 원 규모다.

지구는 겉과 속이 달라 금속 자원을 채굴하려면 지하 깊숙이 땅을 파야 하고, 추가로 다양한 정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영구 자석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독성 화학 물질, 중금속, 방사성 물질이 섞인 폐수가 발생해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소행성 채굴은 이 같은 비용, 환경 문제가 적다. 소행성에서 희토류를 채굴한다면 땅을 적게 파고도 충분한 양을 얻을 수 있다.

1967년 체결된 국제 우주조약도 민간 기업 중심의 소행성 자원 채굴을 뒷받침한다. 우주조약은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에서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명시했지만 민간 기업의 소유권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의 소행성 채굴을 미리 대비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미국은 2015년 11월 ‘상업적 우주 발사 경쟁력 법’을 제정해 상업적 우주활동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룩셈부르크도 2017년 기업이 채굴한 우주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하는 ‘우주자원 법’을 제정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가 되며 발사체 이용 비용이 수십 배 더 저렴해지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가 많이 늘어난 것도 우주 채굴에 힘을 싣는다. 실패로 끝난 첫 번째 소행성 채굴 물결도 유산이 됐다. 지알리치 대표는 “1세대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이 만들어 둔 길과 이들의 조언이 있어 아스트로포지가 소행성 채굴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주 채굴의 시대가 곧바로 열리진 않을 것이다. 2020년, 알레나 프롭스트 당시 독일 뮌헨연방군대 연구원팀은 소행성 채굴 임무에 드는 비용을 추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추산 비용은 무려 132조 원. 즉 132조 원이 넘는 가치의 금속 자원을 채굴하지 못한다면 현재로서는 소행성 채굴 사업에는 경제성이 없는 것이다. (doi: 10.1016/j.actaastro.2019.07.032)

● 한국 소행성 연구의 현주소는

소행성에서 자원을 채굴하는 것이 언제쯤 가능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책임연구원은 “그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우주 채굴 시대는 언젠가 온다”고 답했다. “전 세계에서 수십 년 동안 이뤄진 수많은 개념 연구가 인류의 미래가 소행성에 있다는 결과를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고 말이다.

물론 한국은 아직까지 소행성 자원 채굴을 목표로 하는 민간 기업이 없고, 국가 주도의 소행성 연구도 더딘 상황이다. 특히 2023년 2월에 수립된 제4차 우주개발진흥계획에 소행성 연구는 아예 포함조차 되지 못했다. 국내 소행성 연구자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2023년 3월 NASA는 소행성 ‘베누’에서 채취한 소행성 샘플이 9월 24일 지구로 도착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NASA는 “베누에서 얻은 샘플이 45억 년 전 태양계가 형성된 과정을 밝히고 생명체의 시작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도 언젠가는 소행성에서 귀중한 과학적 지식과, 상업적인 자원을 캐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모두가 함께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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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10월호, [최신이슈] 지구 밖 ‘보물섬’을 향한 여정...프시케 미션 시작

[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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