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수놓은 ★들…아니! 인공위성들[사이언스 PICK]

윤현성 기자 2023. 10.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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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간위성 '블루워커 3', 0.4밝기등급…밤하늘 별 99%보다 밝아
수천개 인공위성이 천체 관측 방해…"밤하늘 영원히 바뀔수도"
비행 기동·반사 방지 물질 등 인공위성 밝기 낮추는 기술 개발 중
블루워커 3호 위성이 밤하늘에 남긴 흔적. (사진=미국 국립과학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별들이 밤하늘을 인공위성에게 뺏기고 있다. 지구에서 보이는 별 99%보다 더 빛나는 인공위성이 등장하는 등 이미 과거보다 보기 어려워진 별들을 또다시 가려버리고 있다. 천문학계에서는 대형 위성 발사가 계속되면 밤하늘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인공위성의 밝기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의 통신회사 AST스페이스모바일이 쏘아올린 통신위성 '블루워커 3'가 밤하늘에 보이는 반짝이는 물체 중 9번째로 밝게 빛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보고됐다.

블루워커 3는 지난해 9월10일 발사됐다. 해당 위성은 향후 전세계 모든 장소에서 모바일 광대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위성 함대'의 시제품이다. 칠레 아타카마대학교를 주축으로 한 국제연구진은 고도 500㎞에 배치된 이 위성을 추적해왔다.

블루워커 3는 발사 초기 북극성과 같은 수준인 2등급의 밝기(겉보기 등급)로 측정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위성이 안테나 배열을 펼치면서 겉보기 등급이 0.4등급으로 뛰어올랐다. 이후 위성이 회전하면서 12월에는 겉보기 등급이 다시 6등급으로 변하며 어두워졌고, 올해 4월에는 다시 0.4등급으로 관측됐다.

미국의 통신회사 AST스페이스모바일이의 통신위성 '블루워커 3'. 아래는 블루워커 3의 거대한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AST스페이스모바일) *재판매 및 DB 금지

천체의 겉보기 등급은 숫자가 낮아질수록 밝아진다. 지구의 하늘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태양의 겉보기 등급은 약 -27등급 수준이다.

블루워커 3가 기록한 최고 밝기인 0.4등급은 지구에서 보이는 천체 중 태양, 달, 태양계 행성을 제외하고 9번째로 밝은 수준이다. 지구에서 보이는 별 중 이 위성보다 더 밝은 것은 시리우스(-1.46)를 비롯해 카노푸스(-0.74), 알파 센타우리(-0.27), 아크투루스(-0.04), 베가(0.03), 카펠라(0.08), 리겔(0.13), 프로키온(0.37) 뿐이다.

블루워커 3가 이렇게 밝게 보이는 것은 위성 기체에 장착된 거대한 패널과 흰색의 기체가 지구로 태양광을 강하게 반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국제천문연맹이 권고하는 지구 저궤도 인공위성의 최대 밝기는 7등급인데, 블루워커 3는 이보다 수백배 밝은 수준이다. 블루워커 3의 전개 과정에서 본체에서 분리된 컨테이너 부품의 밝기도 5.5등급에 달했다.

AST스페이스모바일은 근시일 내 블루워커 3와 비슷한 위성 5개를 발사하고, 향후 총 90개로 이뤄진 위성 함대로 광대역 통신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처럼 민간기업이 대량의 위성을 잇달아 쏘아올리면서 천문학계에서는 인공위성들이 밤하늘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60개의 위성을 발사해 밤하늘에 별처럼 보이는 '위성 행렬'을 만들어내며 충격을 줬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지구 저궤도에는 수천개의 상업용 위성들이 공전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위성들이 내는 빛이 천문 망원경에 포착되면 별의 관측을 방해하는 밝은 줄무늬 같은 흔적을 남긴다고 지적한다.

지구를 둘러싼 인공위성 상상도. (사진=미국 국립과학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간 학계에서는 이런 밝은 물체들을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망원경을 조정해왔으나, 블루워커 3처럼 밝은 인공위성들이 늘어날 수록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스페이스X는 단독으로 500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올렸고, 전세계 우주업체들은 향후 수년 내에 50만개 이상의 위성을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패트릭 세이처 미시간대학교 명예천문학자는 "(블루워커 3는) 인공위성 밝기에 대한 경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향후 10년 안에 수많은 대형 인공위성들이 발사될텐데, 이로 인해 밤하늘의 모습이 영원히 바뀔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민간우주업체들도 최근 들어 이같은 학계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천문학계에서는 위성 밝기 문제 해결을 위해 CPS(위성 간섭으로부터 어둡고 조용한 하늘을 보호하기 위한 연합)과 같은 단체를 조직하고 스페이스X, AST스페이스모바일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스페이스X는 인공위성이 덜 보이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 기체의 밝기를 낮추기 위해 특정한 비행 기동을 수행하거나, 차세대 위성에 빛 반사 방지 물질 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활용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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